크레페커미션 51. 심문
1차 - 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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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라면 자신은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면 수사에서 바로 배제될 것이다. 그것만은 죽어도 싫었기에 Y는 온 힘을 다해 제 안에서 치받는 무언가를 짓눌렀다. 그래, 버텨야 했다. 설령 동료들에게 자신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 낱낱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어떤 일이 닥친다 해도 지하실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므로. 그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눈앞의 것을 향해 침이라도 뱉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할 때도 기가 안 죽더니 아주 참 형사였네요? ‘형님’.”
미감이 형편없는 취조실 안, 수갑이 초라해 보일 만큼 큰 덩치의 사내는 가볍다 못해 더러울 정도로 입을 나불대고 있었다. 지금 꼴만 보자면 저가 들어오기 전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꼴이지만 C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라는 것을 Y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공권력이 고문을 자행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던, 인권이라고는 없던 시절이었다고 해도 저 치는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대단한 뚝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Y를 엿 먹이고 싶다는 집념으로 침묵을 지켰을 터.
‘징그러운 새끼.’
그리고 C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욕보이려 하는 중이었다. Y에게 해온 모든 것들을 날것 그대로 혀 위에 올리며 즐거워하는 그 비열한 얼굴이라니. 그러나 Y는 C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역겨운 얼굴이었지만, 그걸 보는 게 심문실 창문 쪽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두목 지금 어딨어.”
“이야, 몰랐는데, 성격이 급하네요, ‘형님’?”
“내가 오면 입 열겠다며. 너네 두목 지금 어딨어.”
“나 참, 쥐구멍 파악도 다 못하고 들켜서 어떡하냐, 우리 ‘형님’. 나야 덕분에 즐거웠지만. 아, 기억이 날 듯 말 듯 해요? 내 형님 가는 얼굴은 아주 잘 아는데.”
씨발새끼, 하고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려던 Y는 반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동요하면 즐거워할 놈이었다. Y는 더 이상 C에게 자신의 무엇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와도 입을 열 생각이 없나본데, 그럼 나도 여기 더 있을 필요 없겠지.”
Y가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하자 뒤에서 의자가 덜컹이는 소리와 고함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러나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말든 Y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고리를 돌렸다. 짐승새끼를 길들이려면 엄격해야 하는 법, 봐주는 흉내 따위는 필요 없었다. 주도권을 이쪽이 쥐고 있다고 인식시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동료들은 심문실 밖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C가 지금까지 한 말은 실제로 있었던 일의 일 할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면 또 어떤 표정들을 지을까. 그러나 동료의 표정에 답해줄 의무는 없었기에 Y는 그저, 1시간 후에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자신이 경찰조직에 남아있지 않았다면 C라는 자는 오히려 쉽게 입을 열었을 것이다. 배알도 뭣도 없는 자식이니 저보다 강해 보이면 누르는 대로 눌렸겠지. Y는 도무지 C라는 자가 왜 제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은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난 2년간, 그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해서도 안 되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C도 그 ‘이해해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뿐일 텐데.
화장실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Y는 변기 뚜껑을 열고 노란 위액을 게웠다.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감각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소매를 걷고 팔을 마구 긁어보았지만 끔찍한 그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아무리 긁어도, 피가 비칠 정도로 긁고 또 긁어도……. 아니, 아니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모든 일은 지난 일일 뿐이었다. 지난 일…….
Y는 팔에 맺힌 피를 닦아내고 다시 소매를 내렸다. 그것만으로 자신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시큼한 입을 물로 대강 헹구어낸 다음 그는 거울을 보며 엉망이 된 제 얼굴 표정을 고쳤다. 조금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금방 멀쩡한 낯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퍽 좋은 일이었다. 보라,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 되지 않았나. Y가 C에게 내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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