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페커미션 36. 글 감상 및 피드백
짧은 개인작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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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 앞서 일단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한 글러로서의 시각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뭔가 문창과 식의 비평이 아니라 저 나름의 느낀 점과 제안 점을 써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글로 영화의 컷 씬, 혹은 프로젝터로 장면을 전환하는 느낌이 구현되었다는 것입니다. 장면마다의 서술이 그려내는 상황과 분위기, 이미지가 적은 분량 안에서 확실하게 들어옵니다. 그리고 장면이 넘어가고 넘어가면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게 하지요. 그 정황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고 잘 그려지는 것이 세 글에서 드러나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낮고 어두운 기조를 유지하면서 격한 상황까지 우울한 분위기 아래에 두어 전체적인 통일성이 잘 드러나는 것도 좋습니다. 독자는 수월하고 빠르게 그 분위기를 읽고 거기에 몰입해갑니다. 안개라는 장치 또한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에 적절하게 쓰였다고 느껴집니다.
각자 시점의 한 부분을 서술한 것인데, 각자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것은 창작자가 몰입해서 문장을 쭉쭉 전개하기 좋은 서술입니다. 쓰는 사람이 버벅거리며 글을 쓰면 독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것을 알고 함께 껄끄러워합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모를까 보통은 읽는 데에 장애가 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이 없이 수월하게 읽히는 것 또한 좋습니다.
다만 문단은 의도적으로 나누지 않고 통글로 쓰신 것 같은데, 2와 3은 그 부분이 크게 걸리지 않지만 1은 어라, 이 부분 문단이 안 나뉘어져있잖아,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면의 전환이나 대화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 문단이 없으면 위화감이 듭니다. 영화적인 연출이나 그림으로 꽉 채워진 화면을 연상하도록 의도하셨다면 굉장히 빼어나고 좋은 시도입니다만 아닐 경우라면 문단을 나누시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가 한 장에 글 욱여넣기라고 하셨는데, 이 또한 좋은 시도라고 여겨집니다. 글을 길게 쓸 수 있다고 해서 잘 쓰는 거라곤 할 수 없거든요. 읽고 감동과 여운이 남는, 잘 쓴 단편은 생각보다 주변에서 보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편보다 쓰기 어렵지요.
그런데 주신 글에서는 단편이라기보다는, 장편에서 한 장면을 떼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프로젝터로 사진을 넘기는 듯한 연출을 쓰기 위해 시도하시는 거라면 이하의 서술은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의도된 것이라면 매우 좋으므로) 그냥 보고 싶은 장면을 썼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글 실력의 상승을 원하신 거라면 장면으로 한 장을 채우는 것은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승전결이 다 들어간 단편을 짧게 써보는 쪽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꽤 어렵습니다.(저도 잘 못합니다)
이건 특별히 걸린다기보다는 그냥 꼼꼼하게 읽다보니 안 것인데 모든 문장이 상당히 짧습니다. 짧은 문장은 가독성이 좋고 흐름을 바꾸기도 좋아서 이대로 유지하셔도 화님의 특색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지만,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하다면 호흡을 좀 길게 해서 긴 문장을 쓰셔도 내용에 어울리지 않겠나 생각해봅니다. 이건 그냥 케이크 위에 딸기를 올릴지 초코를 올릴지 하는 문제이므로 그냥 흘려들으셔도 좋습니다.
아마 친구분께서 더 써오라거나 중간을 채워달라고 하시는 것은 연출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보고 싶으신 장면만 써서 중간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가닥이 안 잡히시는 쪽인데 전자의 경우라면 일화를 좀 더 쓰신 다음 중간에 scene#45 라던가 사진 45. 같은 제목을 달아주는 걸로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후자라면 작법서를 읽는 쪽을 추천 드립니다.(이후 플롯은 다 있는데 장면을 골라 쓰셨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장점이나 칭찬이 많았으면 좋겠다던가, 반대로 비평이 필요하다던가 등의 세부적인 요청이 없으셔서 일단 떠오르는 대로 나열한 것이라 이런 시각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짧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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