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AEN

매듭

고삐 / 220202

made in heaven by 살
4
0
0

클라디아스는 영광을 가리킨다. 윌리엄은 정복한 이의 이름이다. 한때 클라디아스는 그가 정복한 것에 제가 속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홀로 남은 영광은 무엇을 섬겨야하는가?

*

어떤 것은 남겨두는 것이 맞다. 그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클라디아스는 그 순간이 꼭 장면에 담긴 것 처럼 끊겼다고 생각했다. 말을 듣는 순간 클라디아스는 실수했던가, 하고 말았다. 종이를 넘겨받고 상대는 떠났으므로 이런 고민은 돌아와서야 이어졌다. 품에는 받은 와인을 들고, 공작 대신 왔으니 직접 전달하라는 말과 함께.

그렇다면 실수에 대해 변명해야 하는가? 클라디아스가 오스카에서 본 것은 어떤 조각이다. 이는 충만한 기억이므로 오직 그를 기쁘게 한다. 그러나 기억이 된 것은 과거다. 클라디아스는 그것을 잘 알았다. 어떤 이에 덮어 씌울 만큼 어리석지도, 어리지도 않은 나이다. 물론 떠올린 것은 맞으니 변명할 여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것에 대해 곱씹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크게 어긋난 것이 아니니 여기서 그쳐도 상관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옅어지며 사건은 잊혀지므로 그 후에 낯을 맞대면 그만이다. 그러나 클라디아스는 이 사실에 종일 붙들려 있었다. 신경이 쏠린다. 까끌거리는 것으로 남는다. 비이성적으로 그 순간을 되짚는 것이다. 꼭 끝내고 싶지 않은 이가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클라디아스는 나름의 결론을 낸다. 이런 충동이 드는 것은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따름이라.

복잡하게 얽힌 것을 납작하게 단정짓는다. 하루에 가까운 고민은 생각보다 길어진 채였다. 클라디아스는 고민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니 술병을 든다. 머물던 곳에서 빠져나온다.

클라디아스는 진작에 제가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알아둔 채였다. 이런 추문으로 한 번 추락한 위신은 어떤 것으로도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클라디아스의 주량은 끝을 꽉 채운 와인 두 잔이다. 한 잔을 채우면 얼굴이 붉게 달기 시작하고 두 잔을 넘기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다. 세 잔이 되면…, 그 이후론 마시지 않았으니 알게 무언가?

방을 찾아 걸음을 옮긴다. 연회에서 사람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특히 인상적인 이들은 더. 소문과 흥미거리를 따르다 보면 제가 찾던 곳에 도착한다.

*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선다. 방의 주인이 잠들지 않았으므로 시선은 금방 얽혀든다. 새파란 눈동자를 잠시 바라본다. 그것은 이제 다른 것을 끌어낸다. 잠깐 바라본 것을 끝으로 근처의 잔을 끌어와 술을 따른다. 반을 채우는 것을 넘겨 가득 차오른다. 끝이 차면 모서리에 넘실거리던 술이 결국 흘러 넘친다.

클라디아스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그러니 이것은 치기이다. 채운 잔을 든다. 넘실 거리던 것이 손을 적신다. 그대로 입에 가져가 잔을 기울인다. 입을 채우고 목으로 넘어가는 술은 괜찮은 와인이라는 말과 다르게 화끈거리는 걸림을 준다. 가득 채운 것을 반절 넘게 비우고 나면 클라디아스는 잔을 내린다. 잠깐 머금은 것이 아닌 탓에 벌써부터 눈가가 달아오르고 뱃속에 고인 술로부터 열감이 오른다.

“제가 싫어하는 것은 말하지 않았지요.”

긁힌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목이 텁텁한 탓이다. 저는 어떤 방식이든…, 빚을 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소 뜬금없는 말이다. 동시에 오스카를 찾은 일에 대한 변명이기도 했다. 어떤 만남에는 명분도 필요했기에. 말이 잠시 멈춘다. 좋아하는 것 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말하고 나면 어제와는 빛이 다른 음울한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그러니 이 술은 당신의 몫이겠군요. 본디 나누어 마시는 것이니 제 몫을 취하곤 내려놓는다. 입가를 적신 것을 닦아낸다.

“다른 것은…, 언젠가 갚지요.”

잘못 본 것으로 하겠다는 말의 대답이다. 뒤늦은 것에 가까웠으나 부득불 대답을 돌려준다. 클라디아스는 그러고 나서야 예를 차리듯 고개를 기울여보였다.

“… 미안합니다.”

본디 술을 잘 마시지 않아 취한 모양입니다. 연회에서 일어난 실수이니 눈감아 주시렵니까?

시선이 가만 잔 끝을 향한다.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 입 끝이 달싹이다가, 이내 덧붙이는 것 없이 발을 돌린다. 할 일을 마쳤다는 듯 까만 구두코가 문을 향한다. 그는 잠깐 비틀거리다가 들어온 대로 다시 방을 나섰다.

* 맷 작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