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사건번호 006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아오야기 토우야 X텐마 츠카사 커플링

"오, 오오오오!!!!"

주변의 안목이 모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 시선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떠나갔다. 그는 다름 아닌 텐마 츠카사로, 과장된 몸짓이나 큰 목소리, 격양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언제나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그가 늘 그럴 때마다 시선을 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오늘 아침에 소리를 지른 건 제법 타당한 이유였다.

"어라, 츠카사 선배. 이건..."

그의 신발장에 편지가 있었다. 하얀 편지 봉투, 그것도 분홍색 하트 모양 스티커가 붙은 이 편지봉투는 누가 봐도....

"어라. 러브레터야?"

그의 옆을 지나가던 네네가 툭 물었다. 그 말에 시선을 뗐던 학생 중 몇몇이 츠카사에게 붙었다.

"뭐야?"

"츠카사가 러브레터 받았대..."

"우와. 나 러브레터 진짜로 받은 사람은 처음 봐..."

몇몇 학생들은 그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어디 같이 보자는 투였다. 자극이 필요한 고등학생들이었기에 남이 받은 러브레터 하나도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참으로 눈물겨운 우정이 아닐 수 없었다.

"조용! 조용히 하도록!"

그런 와중에 츠카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물함에서 편지를 빼내 제 뒤로 샤삭 숨겼다.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 편지를 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다들 들어가도록 해!"

"에에~ 재미없어~ 같이 보자~"

"안 보여줄 거다!!"

몇 번 더 그에게 보여달라며 툭툭 말해보았지만, 그의 반응은 강경했다. 그러자 곧 북적북적 몰렸던 학생들도 힘없이 교실로 들어갔다. 곧 종이 울릴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러브레터 소식은 금세 사그라져 학생들의 이야기 소재에서 자연히 제외되었다.

종이 울린 다음 츠카사는 반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다음 편지를 꺼내었다. 고백을 받거나 연애에 관련된 소문이 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본격적인 러브레터는 사실상 그도 처음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학생들 가운데서 츠카사는 두꺼운 편지 봉투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안에 들어있는 얇은 편지를 펼치자 뜻밖에 호쾌한 서체가 적혀 있었다. 츠카사는 맨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츠카사 선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서두에서 제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제가 누구인지 밝히기 곤란한 이유가 있으므로 선배께서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요즘 날씨가 좋지요. 만연한 봄을 넘어서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두 길지 않아? 유려한 문체가 잘 읽히긴 했지만 결국 주요 포인트가 뭔지 찾아 시선을 내리던 츠카사는 곧 츠카사는 으에에엑???? 하고 소리를 질렀다. 때마침 교실로 들어오던 담임 선생님이 소리쳤다.

"츠카사! 조용히 해!"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길고 다정한 서두 끝에 적힌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래서, 오늘 방과 후 옥상에 선배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싶습니다] 

츠카사가 받은 건 다름 아닌 결투장이었다!

"러브레턴 줄 알았는데 결투장이었다고요?”

그가 먼저 찾아간 사람은 후배인 아오야기 토우야였다. 토우야는 츠카사의 결투장을 보더니 애써 터져 나오려던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츠카사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서두에서 범인은 츠카사 ‘선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같은 학년은 아닐 터… 혹시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

츠카사는 토우야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토우야는 편지 종이를 받아들여 맨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보았다. 끝까지 읽어본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글쎄요, 모르겠는데..."

"어라, 이거 아키토 글씨체잖아!"

그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의 뒤로 와락 달려온 시라이시 안이 말했다. 안은 활발하고 경쾌한 한 학년 후배로, 토우야와 같은 그룹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츠카사는 그녀의 말에 오오, 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말한 시노노메 아키토는 토우야와 같은 그룹에 있는 남학생이었다. 토우야가 설명해줘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의 서체라면 이야기가 빨랐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키토인가! 토우야, 따라오도록!”

“네, 선배!”

금방 자리를 뜨고 사라진 두 사람을 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탐정 놀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안이 뒤에서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지만 두 사람은 순식간에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 아키토가 있을 교실로 찾아갔다. 츠카사는 당당하게 그의 책상 앞에 편지-결투장-을 턱 올려두었다. 교과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아키토는 에엑,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곤란하단 표정으로 츠카사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느지막이 작은 한숨을 쉬었다.

“결투장을 보낸 게 네가 맞나?”

츠카사의 말에 아키토는 한쪽 턱을 손으로 괴고 대답했다.

"제가 대필한 건 맞아요. “

“대필?”

츠카사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의 반응에 학생 중 느긋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뭐, 저는 내용 같은 건 신경 안 썼습니다. 선배한테 결투를 신청한 건 제가 아니에요.”

"누가 부탁한 건진 말해주지 않을 생각인가?"

"비밀엄수. 지킬 건 지켜야죠."

아키토는 딱 떨어지게 대꾸했다. 츠카사는 크윽,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힌트라도...!"

"무슨 게임인 줄 알아요?!"

학생 중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시선을 돌려 츠카사 옆에 있는 토우야를 힐끗 보더니 나지막히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 5월 17일 수요일... 이다만."

"모르면 됐어요."

그의 말을 끝으로 종이 울렸다. 츠카사와 토우야는 쫓겨나듯 교실에서 나오게 되었다.

시간은 점점 지나 결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내내 츠카사는 대체 누가 보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츠카사를 따라 옥상으로 온 토우야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흠, 하는 소리를 내었다.

“정말 결투를 할 속셈은 아니지 않을까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일종의 다잉 메시지라고 생각한 거예요. 일단 그 편지를 쓴 사람은 예의를 지켰으니까요.”

토우야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츠카사는 제법 타당하다 생각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잉 메시지는 범인에게 들켜도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난해하게 적곤 하죠. 아침에 편지를 발견했을 때 다른 학생들이 모여들었던 걸 기억하세요?”

“...확실히.”

“그때 편지를 다른 학생들에게 들켜도 곤란하지 않도록 고백 대신 결투를 한 거 아닐까요?”

호오. 츠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이해가 가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역시 범인은… 츠카사가 턱을 짚고 생각에 빠져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토우야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 뭣하면 제가 대신 싸워 드릴 테니까요.”

“이 텐마 츠카사, 싸움에서 도망치진 않는다!”

그의 말에 토우야는 오오,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반짝였다.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펑! 하고 큰 굉음이 들렸다. 츠카사는 재빨리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움직여 토우야의 앞에 섰다.

“누구…!”

그리고 말문이 막혔다. 옥상 아래에서 올라온 건 다름 아닌 불꽃이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선 학생들이 조촐하게도 불꽃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불꽃놀이라기보다 불꽃을 쏘는 것에 가까웠다.

츠카사는 멍하니 하늘에 수 놓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언제 하늘이 이렇게 어두워졌지? 생각해보던 그는 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놀이공원에서 보는 것보단 덜 화려하죠?"

토우야가 머쓱하게 웃었다. 츠카사는 그 웃음을 보고 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군, 토우야."

"네? 뭐가요?"

"다 자네가 준비한 거지?"

그의 말에 토우야는 당황해 눈을 빙 굴렸다. 아니요, 하고 발뺌하기에도 이미 늦은 일이라 순순히 그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언제부터 아셨어요...?"

"사실 아키토 군이 오늘 날짜를 물어봤을 때부터. 오늘은 5월 17일, 내 생일이니까. 잊을 리 없지. 아침에 사키에게 축하도 받고 왔다고."

토우야는 어색하게 볼을 긁적거렸다.

"선배님을 무시한 건 아닙니다. 저는 그저..."

"나는 명석한 탐정이니 그것도 알고 있어. 나는 다만 네가 왜 이런 계획을 한 건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두 풀렸어.”

어느새 본인을 탐정이라 지칭하던 츠카사는 흠.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폭죽이 펑, 하고 둘의 뒤에서 터졌다. 츠카사가 불꽃보다 환하게 웃었다.

"내가 웃어줬으면 했던 거지?"

토우야의 생일 축하 완전범죄는 정말이지, 대실패였다.

나름대로 준비한 불꽃놀이는 그가 평소에 일하는 놀이공원의 것보다도 훨씬 작았고, 글씨체를 숨기겠다고 아키토가 대필을 해준 것도 냅다 들켜버렸고, 그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도 해주지 못했고 그저 웃어줬으면 한다는 사실조차 그에게 보기 좋게 들켜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슬프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의 웃는 얼굴이 너무도 빛나고 있었기 때문일 테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불꽃보다 빛났고, 운동장에서 쏘아 올린 폭죽보다 환했다. 그가 어설픈 이벤트에 웃어줬으면 했던 마음이 전부 들켜버리고 말았지만 속상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선배는 못 당하겠네요…”

토우야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그의 범행을 토로했다. 반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폭죽을 터트려달라고 부탁했어요. 곧 케이크도 들고 올걸요. 그러자 츠카사는 역시나! 하고 과장되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이었다.

“다같이 케이크를 나눠먹으면 좋겠군!”

그의 영웅인 텐마 츠카사다운 문제 해결이었고, 정말이지 어설픈 완전 범죄였다. 하긴, 토우야가 존경해 마지않는 츠카사에겐 생크림 케이크 한 판에 올라간 과일을 맞추는 것보다 쉬운 문제였을지도 몰랐다.

오늘은 5월 17일, 생크림 케이크 위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이 올라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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