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부] 인터뷰
환승연애
고백은... 제가 했어요. 헤어지자는 말도 제가 했고요.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고. 팔자에 연애는 없나보다, 하고 살았어요.
근데 그 사람은 다르더라구요. 지금까지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감정들이랑 달랐어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달랐어요.
무슨 감정인지를 몰라서 며칠 앓다가 사랑이란 걸 깨달았어요.
바로 고백은 못 했어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고 처음 느낀 사랑을 바로 아픔으로 덮기도 싫었구요. 몇 개월은 친한 형동생 사이로 지냈어요.
웹툰 보면 그런 거 있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고백 받는 그 사람을 보고 홧김에 고백하는 주인공. 제가 딱 그 모양이였어요. 손에 초콜릿을 들고 오길래 뭐냐고 물어보니까 좀 전에 받았다고 하면서 묘하게 제 눈치를 살피는 거에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백이라도 받았냐 장난삼아 물어봤죠. 쭈뼛거리면서 맞다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확 열이 오르는 거 있죠.
원래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사실 조금 감정적인 면이 있긴 한데 적당히 조절하고 있어요. 이럴 때가 잘 없어요 진짜.
아무튼 쭈뼛거리는 그 사람 손을 잡고 좋아한다고 말했죠. 말하고 후회할 뻔 했는데 그 사람이 자기도 좋다고 말해줬어요. 고백 들을 걸 알았던 사람처럼 3초도 안 지나서 바로.
사귀긴 잘 사귀었어요. 같이 있는 게 재미있고 좋았고 행복했고... 다시 깨달았죠. 낮선 호감을 사랑으로 착각했다는 걸.
... 동경이였어요. 그 사람은 저랑 나이차도 얼마 안 나면서 되게
어른스러웠거든요.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장난기가 많아서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똑똑하고 일에 집중할 줄 아는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제 나름 오래 고민하고 꺼낸 말이에요.
그 사람은 별 말 없이 그러자고 했어요. 다시 원래의 사이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알았어요.
동경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사랑이 있긴 했더라구요? 그 사람한테 몹쓸 짓 다 해놓고 이제와서 사랑이라니. 우습죠.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숨겼어요. 여기까지 와서야 꺼내보네요.
여기는 그 사람이 먼저 나가자고 했어요.
미련이야 있지만 먼저 헤어지자 한 입장에서... 뭘 하겠어요.
저는 그냥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첫인상이요? 어... 귀여운 아기 고양이 느낌이였어요. 경계하는 듯 하면서도 조금씩 다가왔거든요.
아 이건 조금 지나서 든 느낌이고 처음 봤을 때는... 밝고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
처음에 봤을 때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었거든요. 무슨 이야길 하는 건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예뻤어요.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첫눈에 반했다. 친해지고 보니까 더 좋아졌어요. 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고백은 먼저 하고 싶었는데 도망갈까봐 미루고 미뤘더니 뺐겼어요.
박력있게 손을 딱 잡고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심장이 너무 쿵쾅거렸어요. 너무 좋았고, 조금 부끄러웠어요. 바로 좋다고 대답해서... 멋지게 말하고 싶었는데 실패했어요.
나중에 부끄러웠다고 말하니까 그 애는 제가 멋있었다고 말해줬어요. 솔직하게 바로 말해주는 게 멋있다고. 저도 박력있고 멋있었다고 말해줬어요. 그랬더니 아니라고 제가 더 멋있다고 막, 그래서 하루종일 그걸로 투닥거렸어요. 둘 다 웃으면서요. 재미있었어요.
사실 저는 사랑에 있어서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말로 표현을 잘 못해요. 대신 행동으로 많이 보여주려고 해요.
근데 행동보다 솔직한 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더 잘 전해지고.
그 애도 가끔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했어요. 부끄러워서 많이 못 해줬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왜 헤어졌냐면... 그때는 그래야 했어요. 헤어지기 며칠 전부터 그 애의 표정이 안 좋았어요. 평소에 좋아하던 일도 힘들어하고.
입맛도 없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 있는지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더니 머뭇거리다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친한 형동생 사이로 돌아가자면서.
이유는 못 물어봤어요. 솔직히, 무슨 말이 나올지 무서웠어요.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요.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조금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그 애가 웃는 모습 볼 수 있으니까 친한 형 자리 지켰어요.
미련이야 차고 넘치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마음은 똑같이 사랑이에요.
잘 숨길 수 있어요. 계속 그랬으니까.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저는. 그 애만 원한다면.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