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히레이] 향기

lumination by 100
2
0
0

히야마 저택에 도착하고 바로, '아가씨만 피곤하지 않으면' 라는 히야마씨를 따라 정원으로 나왔다. 꽃과 나무에 둘러싸이니 청량감이 들어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정원 안쪽으로 들어서 다다른 테라스에는 미리 준비한 듯한 작은 화분들이 늘어서 있었다. 뭘까 궁금하지만 우선, 히야마씨가 물 흐르듯 꺼내준 의자에 감사하며 앉았다.

"귀여워라. 허브 인가요?"

"아아, 허브차를 만들어 보고 싶어져서 말이지."

"이건 차를 만들기에 너무 작지 않나요?"

히야마씨는 나의 의문에 오늘 하는 게 아니라고 웃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응,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겠지... 성급하게 물은 것에 머쓱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그를 따라 씨익 웃었다. 하지만, 뒤이어 히야마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미소를 굳게 만들었다.

"지금부터 이걸로, 내 눈을 가려줬으면 해"

"......네?"

얼떨결에 내밀어진 검은 천을 받아서 들면, 이쪽을 향해있는 히야마씨가 눈을 감았다.

"........."

...잘 생겼다. 잠들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거의 볼 일 없는 눈감은 히야마씨의 단정한 얼굴은, 평생 질리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히야마씨의 뒤로 이동해 천으로 눈을 가리자, 그는 다시 앉아 자신에게 모종을 하나씩 내밀어 줄 것을 부탁했다.

연유를 물으면, 차는 맛 뿐만 아니라 향도 즐기는 것. 향을 맡았을 때 가장 편안해지는 허브를 찾고 싶은데, 이미 허브의 종류들을 알고 있는 히야마씨는 눈을 가리고 편견 없이 판단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이건 평범하게 눈을 감으면 안됐던 걸까? 눈앞에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히야마씨는 더욱 하얗게 보여서, 분위기가 어쩐지... 진정되지 못한다.

"레이도 하나씩 맡아보고, 제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알려줘"

"네! 그럼... 할게요?"

하나씩 모종을 집어 히야마씨의 코와 적당한 거리에 갖다 대고, 그 후에 나도 향을 맡았다. 그 후 내가 먼저 감상을 말하면, 히야마씨가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꽃과 달리 허브의 향은 각각 다른 개성이 강해서, 맡기만 즐거운 기분이 든다. ...그런데 히야마씨, 어떤 허브인지 아는 것 처럼 말하는데 역시 안대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은 덮어두었다.

"방금 걸로 마지막이었어요!"

"그런가......"

고개를 끄덕인 히야마씨는, 방금 맡은 향들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한손으로 턱을 잡아 살짝 벌려진 입술에 눈이......아니아니! 눈을 가린 게 문제야. 나는 어서 원인을 치우자며 '지금 풀어드릴게요'라는 말과 동시에 손을 뻗었는데, 히야마씨에게 손목을 잡혔다.

"히, 히야마씨!?"

"........."

잡힌 손목이 아프진 않았지만 손바닥에 닿는 히야마씨의 코끝과 따뜻한 숨결에,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말없이 향을 맡는 히야마씨의 모습. 넓은 손바닥에 감싸인 자신의 손목에서, 크게 뛰고 있는 동맥이 느껴졌다. 뭐, 뭐지? 뭐야? 당황하고 있는 사이―― 손바닥에 히야마씨의 입술이 닿았다.

"......!!"

"나는 역시, 레이의 향이 제일 좋구나."

스스로 천을 풀어낸 그가 방긋 웃었지만, 굳어버린 나는 히야마씨가 '열이 있는 건가?' 하며 얼굴을 더 가까이 할 때까지,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던 것이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