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이츠레이] 자료실

lumination by 100
2
0
0

"레이쨩, 이것도 부탁해"

"응, 이리 줘."

보고 있던 문서를 자료실에 두고 오려고 일어나자 옆자리에 있던 나츠메군이 파일을 건네온다. 나는 가는 김에 두고 오지 뭐, 그런 생각으로 그 파일을 가볍게 받아 왔는데――...

"대체 어디에 두면 되는 거야...?"

나츠메군이 건네준 사건 파일의 색상, 년 도와 색인은 아무리 확인해봐도 이곳의 자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설마, 경시청이나 외교부에서 빌려온 거였나? 당연히 이 자료실의 것이라 여기고 나츠메군에게 제대로 묻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우선 과로 돌아가려 할 때, 자료실의 문이 열렸다.

"역시 못 찾았구나."

"이츠키씨?"

무언가를 예상하고 온 듯한 이츠키씨는, 나의 손에 있던 파일을 힐끔 보고는 '따라와'라며 자료실 안쪽으로 들어섰다. 설마 내가 못 찾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와준 건가? 생각지 못한 친절함에 감동하고 있자, 이츠키씨가 멈춰 선 곳은 자료실 안쪽의 또 다른 문 앞이었다.

"어라, 여기 잠겨있는 거 아니었어요?"

"잘 안 쓰는 것 뿐이야"

그간 자료실을 드나들며 호기심에 슬쩍 열어보려 한 적이 있던 그 문은, 분명 내가 열어볼 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요령이 있는 건지 이츠키씨는 열쇠 없이 간단히 문을 열었다. 정말 잘 안 쓰는 방인지,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조명을 키려 딸깍딸깍 몇 번 전등 스위치를 켜봐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나중에 여는 법 알려줄게"

불이 들어오지 않는 걸 개의치 않고 안으로 들어서는 이츠키씨를 서둘러 쫓아가자, 그는 어느새 핸드폰 조명으로 한쪽 선반을 비추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그 선반을 확인하자, 내가 갖고 있던 파일 섹션이었다.

"아! 여기 있던 거구나"

"나츠메 녀석, 이런 건 스스로 하라고 해"

"덕분에 이 자료실도 알게 됐으니 괜찮아요. 아, 이건 이츠키씨 덕인가."

"너 말야..."

어쨌든 결과에 감사하며 파일을 원래대로 돌려놓자 '가자'라는 이츠키씨에게 대답하려 했는데, 자료실에 쌓인 먼지 탓인지 코가 간지럽다. 아, 안돼. 못 참겠어. 나는 양손으로 입가를 막고 끄덕이듯이 '에취!!'하고 크게 재채기를 터뜨림과 동시에, 반동으로 뒤쪽 선반에 몸을 부딪혔다.

"레이?"

"아... 괜찮아요!"

다행히도 뒤에 있던 철제 선반이 튼튼해서, 부딪힌 등이 조금 뻐근할 뿐이라 나는 다가오는 이츠키씨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몸을 바로 세웠다. 문제는 그때, 다리에 뭔가 걸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엇"

"왜 그래"

불안한 느낌에 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손을 더듬어 보자... 역시, 스타킹의 올이 길게 나가 있었다. 새로 뜯은 거였는데...! 아까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자 이츠키씨는 내 다리를 자세히 보지도 않고 알아 차린 것 같았다.

"스타킹 올 나갔냐"

"네... 선반에 뜯겼나 봐요."

"대용은"

"있을걸요? 아마... 탈의실에."

가져다 놨던 것 같기도 해서 그렇게 답하자 이츠키씨는 '그래'하고 끄덕이기만 할 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

"이츠키씨?"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의아함에 그의 이름을 부르자, 이츠키씨는 '아니...'하며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그 모습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이름을 부르자, 이츠키씨가 입을 열었다.

"레이...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네?"

"그, 네가 그 스타킹을 벗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조금 뭔가요!?"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오해고 뭐고, 무슨 소리야!? 이해되지 않는 사고의 흐름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해버렸다. 아차, 안쪽에 있는 방이라 해도 문도 열려있고, 자료실이 개방되어있으니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데... 일단 여긴 어두우니 밖으로 나가자.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

"잠깐, 벗을 거면... 내 앞에서 해"

"......??"

아니아니, 잘생긴 얼굴로 그렇게 수줍게 말해도 대사가 이상하니까요!! 속으로 마구 소리치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열이 오른 탓에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지, 여긴 직장이야. 진정하자.

"...이츠키씨, 일단 나가요."

"어디서 벗을 건데? 여자 탈의실은 좀..."

"조, 조용히 말해요! 그리고 그건 상관없잖아요!"

"내가 보고 싶으니까 상관있어"

희미하게 비추는 빛에 겨우 보이는 이츠키씨의 표정은, 정말로 진지했다. 이게 뭐라고, 아무래도 그는 내가 자신의 얼굴에 약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직장에서는 절대 안 돼요!' 라고 말하며 그를 지나쳐 나오자, '그럼 집에서는?'라고 말하는 이츠키씨에게 나는 대답 없이 탈의실로 향한 것이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추가태그
#2차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