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맼인표] nailless 下
보건교사안은영 매켄지 x 홍인표
홍인표가 매켄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제가 입은 셔츠만큼 허옇게 질린 얼굴로, 팔 한 쪽을 우악스레 붙들린 채로. 매켄지는 입을 꾹 다문 채로 홍인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홍인표의 등 뒤로 하늘색의 젤리가 보였다. 그 젤리는 빛을 받자 밝은 노란색으로 빛났고, 떨어지는 순간에는 분홍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홍인표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매켄지는 보고 있었다.
텅 빈 집안에서 매켄지는 의외로, 어쩌면 몹시 당연하게도, 차분했다. 식탁 위에 올갱이해장국을 내려놓은 매켄지가 방안을 둘러봤다. 우선 거실. 소파의 가죽은 먼지 한 톨 없이 매끄러운 상태로 차갑게 식어있었다. 커튼이 쳐져 어둑한 침실로 들어서자 새의 둥지라도 되는 것처럼 둥그런 형태로 구겨져 뭉쳐있던 시트는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게 펼쳐져 있었으며, 어쩌면 하는 마음으로 열어 본 욕조 덮개 안에는 이끼젤리가 느릿하게 유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크우드 호텔 6206호 그 어느 곳에도 네일리스는 없었다.
그래서 매켄지는 우선 샤워를 하기로 했다.
가운을 입고 물을 잔뜩 머금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어내면서 매켄지는 비로소 후회를 했다. 그 귀하고 비싼 보호막을 어떻게든 캡처했어야만 했다. 하지 보조기를 떼어낼 게 아니라 팔 하나를 잘라둬야 했다. 팔 한쪽만큼의 보호막이라도 건질 수 있었다면 멍청한 학교고 멍청한 행복이고 모두 뒤로 뭉개고 떠날 수 있었을 텐데. 팔이 아니라 손목만이라도. 아니, 손가락 하나라도 잘랐어야 했다. 매켄지는 네일리스의 기다란 검지를 떠올렸다. 입안에 넣은 채로 가볍게 빨아 물면 혀끝만으로도 산산이 뭉갤 수 있을 것처럼 말랑하기 짝이 없던 그 손 끄트머리를.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일그러진 입술과. 결국 접혀 휘어진 눈 밑에 차오르던 살을.
매켄지는 머리를 털던 수건을 집어던지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욕실 바닥에 주저앉지도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그럴 이유가 없었다.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폈을 뿐이다. 습기를 머금은 거울은 몹시 흐려서 매켄지의 얼굴이 제대로 비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불거리는 곱슬머리만은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은 정말 곱슬거렸다.
식어빠진 올갱이해장국은 비렸고 어딘가 텁텁한 맛이 났다. 게다가 너무 매웠다. 국물 몇 수저 만으로도 혀끝이 쓰라린 걸 보니 한 그릇을 다 먹었다간 배탈로 고생을 할 것 같았다. 간판이 영 후줄근하더라니, 맛집은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런데도 매켄지는 이상하게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구역질로 울렁이는 속은 보호막을 만졌을 때 울렁거리는 기분과 전혀 달랐다. 매켄지는 삼십 분만에 비린내가 나는 올갱이해장국 이 인분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다음날, 예상했던 그대로 올갱이해장국 이 인분은 매켄지의 위와 장을 사정없이 괴롭혀댔다.
"매켄지 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저 멀쩡한데요."
"멀쩡하긴, 얼굴이 허옇게 떴는데. 보건실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냐?"
그 꼬장꼬장한 도덕 선생이 먼저 말을 걸어올 정도면 다 했지. 죽어 나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춧가루가 위벽에 들러붙기라도 했는지 명치께가 쓰라린 데다 자꾸 목구멍 아래에서 비린내가 역류하는 통에 평소처럼 실실 웃음을 흘리긴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안은영이 자리 잡고 있을 보건실에 가는 것만은 사양이었다. 제대로 된 약을 줄지 의문인데다, 충전을 하겠답시고 둘이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라도 본다면.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맥쌤 표정이 당장이라도 토할 거 같은데. 도덕 선생이 매켄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매켄지는 울렁거리는 속을 참고 입꼬리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당연히 수업도 엉망이었다. 아니, 정정한다. 수업은 언제나 엉망이었으니까. Open to page 162. 사라락,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나도 메켄지의 속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몸 상태가 나빠서 그런지, 천장 위에서 꾸물럭거리며 떨어지는 에로에로 젤리들이 오늘따라 유독 거슬렸다. 주머니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씨앗 두어 개를 집어던지면 곧장 비명 한 마디도 없이 사라질 젤리들의 나약함이 역겨웠다. 쌤? 맨 앞줄에 앉은 유정이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매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꼭 뭔가를 알아챈 것 같은 표정이었다. teacher. You should use English in class. 매켄지가 입꼬리를 비죽 당기자 유정이 어설픈 거울처럼 매켄지를 따라 웃었다. 네, 아니, 오케이 티쳐.
"He attempted to nail jelly to the wall. This means ..."
창밖을 슬쩍 내다보자 익숙한 화단이 보였다. 눈에 띄지 않기가 힘들 정도로 커다란 보호막을 반짝거리는 홍인표와 함께. 홍인표가 화단 옆에서 느릿하게 절뚝이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기시감에 속이 울렁거린 매켄지가 막 고개를 돌리려는 무렵, 홍인표 뒤에 길쭉한 인영 하나가 시야에 걸렸다. 살짝 뒷짐을 지고 기우뚱거리는 모습이 홍인표와 몹시 비슷했지만 그 인영은 다리를 더 크게 절뚝거렸다. 뭔가 하나가 빠진 것처럼. 교과서의 지문을 읽던 매켄지의 입이 멈췄다. 겨우 가라앉혔던 속이 다시 엉망진창으로 뒤엉켰다.
홍인표가 홍인표와 함께 있었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네일리스는 살아있는 사람을 흉내 내는 젤리니까. 홍인표는 이 망할 학교를 물려받을 인간이니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글거리는 젤리덩어리로 가득한 기이한 장소에 막연한 책임감과 알 수 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한문 선생. 그러니 홍인표의 네일리스 또한 학교로 가야만 하겠지. 보조기를 부순다고 홍인표가 홍인표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매켄지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 아이들의 당황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매켄지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직 수업 중인 복도는 텅 비어있어 달려나가기 쉬웠다. 목련고의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한 번에 계단을 두 칸씩 뛰어내렸다. 그렇게 빨리 뛰었는데도 매켄지가 도착한 화단에 홍인표는 없었다. Fuck, Fuck, Fuck. 욕을 씹어 뱉으며 사방으로 고개를 돌린 매켄지의 시야 끝에 오색빛의 보호막이 다시 걸렸다. 술에 취한 기분이었다. 커다란 보호막에 감싸진 홍인표와 귓바퀴에서 옅은 오색빛을 반사하는 홍인표가 일 미터도 되지 않을 간격을 두고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홍인표는 운동장 옆 길가에서 온통 노란색의 고양이를 끌어안고 있었고, 홍인표는 마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텅 빈 허공을 끌어안고 있었다. 하지만 내리깔은 눈과 살풋 올라간 입꼬리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갑자기 또 속이 울렁거리는 통에, 매켄지는 홍인표에게 곧장 다가서지 못 하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잠시 멈춰섰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홍인표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도로 위로 뛰쳐나갔다.
놀란 홍인표는 고양이를 향해 손을 뻗다 넘어져버렸고.
또다른 홍인표 역시 똑같이 넘어졌으며.
이차선 도로 위로는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매켄지는 소리를 질렀다.
"홍인표!"
그제야 매켄지는, 그동안 자신이 네일리스를 단 한 번도 홍인표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만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홍인표와 홍인표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 하나는 멍청했고, 얼굴 하나는 더 멍청했다. 아주 멍청하게 웃고 있었다. 반갑기라도 한 것처럼.
고양이는 순식간에 도망갔고, 트럭은 조금 더 가까워졌고, 홍인표와 홍인표는 여전히 멍청한 얼굴이었다. 다급하게 몸을 뻗은 매켄지가 팔을 뻗었다. 오른팔과 오른팔과 오른팔이 스쳤다. 하나의 오른팔이 하나의 오른팔을 붙잡아 당기자, 하나의 오른팔이 남았다.
다시 왼팔을 뻗기 전에 트럭이 지나갔다.
He attempted to nail jelly to the wall.
But the jelly is a nailless.
하늘색의 젤리와 노란색의 젤리, 분홍색의 젤리와 너무 빨간색의 젤리 파편들이 홍인표의 등 뒤로 아주 천천히 떨어졌다. 트럭에 부딪힌 순간 산산조각이 나 흩어지는 젤리의 모습은 꼭 봉숭아 꽃의 씨방이 터지는 것과 비슷했다. 그 모습이 너무 찬란했기 때문에, 어쩌면 트럭 때문에 부서진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수명이 다한 네일리스가 자연스럽게 바스러지는 순간이 트럭과 우연히 맞닿은 걸지도 모른다고, 매켄지는 생각했다.
"...매켄지 선생님?"
"지금 울어요?"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말을 내뱉기도 전에 깜짝 놀란 인표가 반사적으로 여전히 제 오른팔을 붙들고 있는 매켄지의 손을 왼손으로 감싸 쥐었다. 울고 있는 어른은 언제나 당황스러운 대상이었지만, 개중에도 항상 웃기만 하던 원어민 선생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울고 있는 꼴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모습이었기에 인표는 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매켄지는 아무런 표정도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인표에게는 그 모습이 끔찍하리만큼 슬프게 보였다.
"저기, 그러니까. 아이고, 놀라셨어요? 그... 저 괜찮아요. 진짜 괜찮은데."
오 초 전에 트럭에 치여 죽을 뻔했던 주제에, 걱정이 돼서 죽겠다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홍인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매켄지는 생각했다. 매켄지 정이라는 인간은 본인 역시 인간이고 젤리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젤리이터지만 딱히 살아있는 인간이 젤리보다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젤리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나 인간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보호막을 캡처할 수 없는 인간과 어떻게든 캡처할 수 있는 보호막을 지닌 젤리가 함께 있다면, 인간을 버리고 젤리를 취하는 게 틀린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였을까. 매켄지가 움켜쥔 팔은 그렇게 말랑하지 않았다. 마른 가죽 아래 딱딱하고 굵은 성인 남성의 뼈대가 곧장 느껴지는 팔뚝은 따지자면 뻣뻣하고 단단한 편이었다. 내가 왜 이 팔을 골랐을까. 내가 왜 그 팔을 고르지 않았을까. 매켄지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저, 매켄지 선생님."
아야. 붙들린 팔에 순간 바짝 힘이 들어가자 인표는 제가 더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었다. 저 진짜, 진짜 괜찮은데요. 홍인표가 연신 웃었지만 매켄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는 듯 눈알을 굴리던 인표가 조금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홍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야말로 아무 말이었다. 위로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우는 사람을 달래 본 적이 없는 걸까. 당신 직업 선생이잖아? 학생 상담 같은 거 한 적 없어? 생각나는 그대로 줄줄 읊고 있는 건지, 인표의 말은 자기 중심적인데다, 두서가 없었고, 조금 더듬기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효과적인 위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듣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으니까. 매켄지가 축축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렸다. 그 표정에 멋쩍어진 인표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입을 다물고는 매켄지의 손 위에 겹쳐 올렸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다시 어색하게 웃었다.
매켄지는 그 웃음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 홍인표가 다시 당황한 목소리를 냈지만 매켄지는 인표의 품에 파묻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네일리스는 살아있는 사람을 흉내 내는 젤리다. 흉내 낼 사람이 살아있지 않다면, 네일리스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말랑한 팔을 잡지 않은 게 아니다. 그 멍청한 웃음을 놔버린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웃음이 너무 간절했다. 속이 미친 듯이 울렁거렸다. 비린 올갱이해장국이나 번쩍거리는 홍인표의 보호막 때문이 아니란 걸 매켄지는 알았다. 이제서야 다 알았다. 매켄지가 홍인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선생님. 역시 저랑 같이 보건실이라도 가서 누워있는 게..."
"홍쌤."
"네?"
"안은영이랑 섹스해요?"
"...네? 저기, 예? 뭐요?"
"하지 마."
"...저기요."
"나랑 해요."
나 선생님 성감대 열세 개가 어디 있는지 전부 다 알아. 씨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매켄지의 언행에 기어이 홍인표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미쳤어요? 당장이라도 제 품에 얼굴을 묻은 원어민 선생의 어깨를 밀쳐버리고 싶었지만, 홍인표는 그러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매켄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 걸 눈치챘기 때문일 것이다. 허리를 끌어안은 팔의 힘이 너무 세기도 했다. 돌겠네 진짜. 제 머리를 헝클인 인표가 소리 없이 입을 뻐끔이다 지친 목소리로 중얼였다. 선생님 진짜 이상해요. 매켄지가 대답했다. 알아요. 트럭이 지나간 도로 위 아스팔트가 햇빛으로 반짝거렸다.
하늘색 같기도 했고, 노란색 같기도 하다가, 분홍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
- 홍쌤은 naille... 그러니까. 홍쌤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면 어떨 거 같아요? 클론 같이.
- 갑자기 뭔 네일... 손톱? 어, 그거 얘기하시는 거예요? 손톱 먹은 쥐?
- 손톱 먹은 쥐?
- 들쥐가 손톱 주워 먹고 손톱 주인이랑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전래동화요.
-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 몰라요?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건데, 듣고 나서 좀 무서워하던 기억이 나요.
동화 속 손톱 주인은 버릇 없는 도령이었는데, 손톱도 항상 아무렇게나 물어뜯어서 방바닥에 버렸대요. 근데 그 손톱을 들쥐가 날름 먹어서 도령의 모습으로 변한 거죠. 근데 그 도령 성격이 워낙 고약했던 터라 변한 들쥐가 성격이 더 좋은 거예요. 맨날 누워서 자기만 하던 도령보다 집안 사정도 더 자세히 알고. 그래서 들쥐가 진짜 아들이라고 착각한 부모가 도령을 쫓아내버려요.
- 성격이 더 좋다고 진짜인 줄 알아? 제대로 된 부모는 아닌가 보네. 그럼 도령은 어떻게 됐는데?
- 길바닥에서 엉엉 울기만 하다가 어떤 스님의 도움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가요. 고양이를 만난 들쥐는 깜짝 놀라서 다시 쥐로 변하고, 도령은 반성해서 성격도 착해지고 손톱도 아무 데나 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
- Okay, 애들용 동화 맞네요. 근데 이게 왜 무서워요? 들쥐가 홍쌤인 척 할까 봐? 해결법도 알고 있잖아. 고양이를 주워간다.
- 할아버지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를 가지고 계셨거든요. 전 들쥐가 제 흉내를 내도 고양이를 집에 못 데려가니까, 영원히 집에 못 들어가면 어떡하냐고 무서워했어요. 들쥐는 더 보기 좋은 나일 테니까.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그 들쥐를 좋아한다면 이유는 애초에 그 들쥐가 저를 흉내 냈기 때문이라고. 할아버지도 엄마 아빠도 제가 저라서 사랑하는 거라고. 잠시 착각해서 들쥐에게 사랑을 준다 해도 그건 애초에 전부 제 거라고.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조금 못되고 말 안 듣는 부분까지 다 포함해서 그런 너를 사랑하는 거라고. 너를 버리고 들쥐를 더 사랑할 순 없을 거라고.
그래도 손톱은 잘 자르고 버리라고 해서 손톱 물어뜯던 버릇은 고쳐졌어요.
- 손톱 좀 보여 줄래요?
- 네?
- 홍쌤. 손.
- ...제가 무슨 강아지인 줄 아세요?
- good boy.
진짜로 이제 안 물어뜯나 보네. 어릴 때나 잠깐 그런 거라니까요. 내민 손목을 붙잡고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던 매켄지가 고개를 내밀고는 인표의 손끝을 덥석 깨물었다. 아! 엄살 가득한 애인의 비명을 무시하며 매켄지가 손목을 더 단단히 붙들었다. 간지럼을 태우는 것처럼 혀끝을 굴리다 이를 세우자 단단하고 미끄러운 손톱이 앞니에 부딪혀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 선생님 진짜 이상해요.
- 알아.
손가락을 입에 문 채로 매켄지가 웃었다. 홍인표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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