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삼/화계조] 지난날의 당신에게 (2020)

제 진삼연성이 늘그렇듯 정사와 맘대로 섞어먹은 무언가 재업

수춘 by 건안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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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삼(8기반)에 정사 섞어먹음, 날조많음(주재, 주적의 나이나 몰년 등)

※227년경 배경입니다

※논컾 연성

지금 현재 손오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을 차례대로 줄세운다고 할 때 가장 앞에 있을 사람이 육손일 거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군사에 관한 일 뿐만 아니라 촉과의 동맹에 관한 일, 그 외 다른 많은 일들이 그의 손을 거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어린 그의 아들도 한참 양육자의 손길이 필요할 때였다. 그를 마주하는 거의 모두가 그의 단호하지만 파리한 낯빛에 익숙해진 참이었다. 아무리 마음이 맞는 친우라 해도 개인적으로 만나기 위해 낼 시간따위는 결단코 없었다. 그런 그가 바로 얼마전 양아버지의 삼년상을 끝낸 친우의 관소가 있는 강릉까지 찾아간 것은 군사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어서였다. 비록 일 때문에 찾아가는 것이라지만 친우의 얼굴을 보는 것은 바쁜 나날들 중 그야말로 잠깐의 휴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을 보내도 될 일을 굳이 직접 찾아온 것이고.



“주연 공, 계십니까? 육백언입니다.”


그러나 거처의 문을 두드린 육손을 맞은 것은 주인이 없는 관소와 주 장군께서는 바로 어제부터 거처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계신다는 말뿐이었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보다는 혹시 주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도 훨씬 성실하고 근면한 자였으므로. 결국 그는 주연이 혼자 지내고 있는 거처까지 찾아오고야 만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 때문인가? 문을 두드리던 그대로 고개를 들자 이미 어두워져 가는 하늘이 보였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늦은 시간도 아니었다. …분명히, 뭔가 이상했다. 혹 병이라도 앓고 계신 것일까? 덜컥 내려앉는 가슴을 붙잡고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주연 공, 지금 안에 계시지요?”

“…….”

“만약 곤란한 일을 겪고 계신다면 이 육백언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친우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네?”

“……?”

“저, 친우라면, 분명…”


한참 후에야 들려온 답은 분명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목소리였다. 그에 어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안에서 잠겼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뒤에는 병이 든 것 같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눈높이가 조금 더 낮은 주연이 서 있었다. 육손이 전혀 알지 못하는 표정을 한.


“…주연 공?”




어딘가 불안한 기색으로 육손의 소매를 잡아당겨 안에 들이고는 재빨리 다시 문을 걸어잠그는 ‘주연 공’은 평소와 확실히 달라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주연을 꼭 닮은 소년으로 보였다.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의 가족들이 이곳에 있을 리 없었으며 눈앞의 소년과는 나잇대가 전혀 달랐다. 또한 주연은 숨겨둔 자식 같은 걸 둘 인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혹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설마…

…물어보고 싶은 건 산더미 같았지만 그는 이미 곤란한 일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했고 이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그를 집안에 들였다. 그러니 여기서 그를 다그치는 것은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었다. 다행히도 기다리는 것은 그의 많은 장기 중 하나였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결국 집안에 들인 그를 자리에까지 안내한 ‘소년’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육손 공이시고, 거기다 제 친우라고요?”


역시나 모습뿐만 아니라 태도도 말투도 육손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그러나 질문이 질문인 만큼 눈앞의 소년이 정말로 ‘주연’이라면 할 대답도 정해져 있었다. …예. 몇 년 전부터 쭉 그의 손을 거쳐 촉으로 가는 편지 같은 것과는 달리 그 어떤 꾸며낸 말도 없는 간결한 대답. 그러나 그 대답에 대한 잠깐의 침묵 끝에 나온 답은 육손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렇구나… 저기, 죄송합니다.”

“…예?”

“‘저’에게 뭔가 볼일이 있어 오신 거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에 응할 수 없으니까요.”

“…….”


그 순간 육손은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이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생판 남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진짜로 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의 말은 분명 그가 주연, 그의 친우라는 주장을 분명히 내포하고 있는데도.

…솔직히 말해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은 이 소년 또한 아무것도 몰라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느껴졌으니 요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까지 자신을 들인 이상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는 말할 수 있잖은가. 분명 문 밖에서도 그렇게 말했었는데. 게다가 친우란 꼭 용건이 있어야만 찾는 관계도 아닐 텐데. 최근에야 바빠서 서로 왕래하지 못했고, 이번의 방문도 공적인 일을 겸한 것이지만….


“…주연 공.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중요한 건 주연 공이 겪고 계신 곤란입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하지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가장 난처한 건 주연 공 본인이 아닐런지요?”


물론 주연은 강릉을 지키는 장수인 만큼 그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손오 전체가 위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를 학우로 둔, 이미 꽤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던 그의 주군도 또다시 흔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육손은 지금 이 순간은 오로지 눈앞의 이 ‘친우’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손오를 위해 그렇게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그 진심이 전해진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주연으로 짐작되는 소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거의 하루동안 굶었다는 소년의 배를 채우는 일부터 했다. 요리를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기도 했고 이 집에 있는 식재료를 건드려도 되는지 알 수 없어서 손을 대지 못했다고 했다. 육손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조금 기가 막혀 잠시 할말을 잃었다. 그러고서는 소년이 손대지 못한 적당한 것을 몇 개 꺼내어 손질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바빠서 아랫사람이 만들어주는 음식만 먹었으나 원래는 요리를 못하는 편도 아니었다. 익숙하게 칼질을 하는 그의 옆에서 주연이 정말 마음대로 손을 대도 괜찮은 건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육손은 ‘제가 당신 상사입니다.’ 라는 단호한 한마디로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 소년은 그 말에 단번에 납득한 것 같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육손이 평소 먹던 수준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배를 채울만한 것이 만들어졌다. 꽤 소박한 음식이었지만 애초에 주연은 검소하게 사는 편이었다. 그래서 거처에 있던 식재료도 전부 그런 것이었다. 집안에 남은 흔적을 보니 따로 시종을 두고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육손이 원래 알기로도 그랬고.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물론 육손은 이미 주연의 입맛 정도는 알고 있지만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던데다가 눈앞의 소년은 육손이 알던 그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눈앞의 소년도 수수한 입맛인 듯했다. 그가 잘 먹는 것을 확인한 후 먼길을 왔던 육손도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둘 모두의 배가 어느정도 찼을 즈음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던 육손이 말을 걸었다.


“주연 공, 혹시… 기억하시는 가장 최근의 날짜가 언제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건안 삼년… 구월…”

“…….”


적어도 육손과 만난 후 스스로도 본인에게 일어난 일을 대강이나마 확신한 듯 한 소년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건안 삼년이라면 수십년 전 한의 황제가 이름뿐이나마 천자로서 군림하던 시대였으며 아직 손권 또한 그들의 주군이 아니었을 시기였다. 그뿐이랴, 육손에게 있어 손씨 가문은 철천지원수와도 같다고 생각될 때였다. 하지만 눈앞의 손씨와 학우였을 소년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어째서, 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눈앞의 소년이 사실 주연이 아니라거나 본인이 맞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스스로를 서생 출신이라고 말해오긴 했어도 막 손권의 아래에 출사하여 교위로 지내며 도적들을 토벌했을 때부터 수많은 전투를 거쳐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따지자면 신원이 불명확한, 혹은 자신에게 적의를 품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자를 눈앞에 두고 이리 느슨하다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육손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이 소년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은 역시 시간을 뛰어넘어 온 것으로 추측되며 지금은 황무 육년입니다, 따위의 말을 해보았자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그가 알지도 못할 연호이고. 그렇다고 한나라는 이미 멸망했다는 사실 따위를 말해주는 것도 어쩐지 천기를 누설하는 기분이었다. 무엇을 설명하려 해도 죄다 이것저것 걸리는 점이 많았다.


“…괜찮습니다.”

“예?”

“지금 제 앞에 계신 육손 공은… 아마도 ‘미래’의 육손 공이 아닌가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미래로 온 것일 테고… 그러니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하지만 궁금하지 않습니까?”

“…정말 괜찮습니다.”

“‘지금’의 지식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해도요.”

“…….”


주연이 눈을 내리깔았다. 누가 봐도 확연히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 고뇌의 침묵 끝내 고개를 든 주연은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육손 공께서 저를 ‘주연’이라고 부르신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

“그러니까 나머지는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바로 얼마전 양아버지의 상을 치르고 나자마자 주군에게 원래의 성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 청하고 거부당했던 남자의 ‘어린 시절’이 미래의 자신도 여전히 주씨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문득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 불쑥 솟아올랐다. 


“…주연 공께서는 역시 영민하신 분이시로군요.”

“아뇨, 저는…”

“조금 전 괜찮다고는 하셨지만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주연 공. 저는 늘 ‘주연 공’의 활약에서 늘 많은 것들을 배우곤 합니다.”


지금 당신을 보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는 이제 눈앞의 소년이 ‘과거의 시대에서 온 친우’가 아닐 거라는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일이었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일도 어쩐지 납득하게 만드는 힘이 눈앞의 소년에게는 있었다. 육손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그를 만났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는 불가능한, 그리고 그 당시에도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일임을 알고는 있지만. 


“…피곤하시겠지요, 잠깐 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옆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육손 공은…”

“오늘은 주연 공을 만나기 위해 비워둔 날이니 괜찮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원래는 얼굴만 잠깐 보고 가려던 것이었고, 이미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하여 지금 당장 서릉의 관소로 돌아간다 해도 그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려면 하룻밤은 꼬박 새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육손은 낯빛하나 바꾸지 않고서 괜찮다 말했다. 이 소년은 총명했지만 동시에 열셋의 나이에 가주에 올라 버텨왔던 육손이 보기에도 의아할 정도로 육손의 움직임이나 언사 하나하나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물론, 그 의아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주씨 성을 가진 동생의 나이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육손이 곁에 남겠다고 한 이유중엔 그 또한 있었다. 소년이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육손은 소년의 손을 잡고 침소로 향했다. 간소한 가구 몇, 그리고 병법서 같은 것들이나 좀 놓여 있는 침소는 삭막할 정도로 휑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건 주연 공의 취향…입니다.”

“…….”


이런 걸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일부러 꾸미지 않은 것은 확실했으므로 육손은 일부러 힘주어 말했다. 주연은 그의 책임과 능력에 맞는 보상을 받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얻은 것을 사치에 쓰지 않을 뿐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건 좀 너무 심하긴 했다. 그러나 소년은 대답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이 쪽이 좀더 편합니다. 허나 그렇게 말하는 얼굴은 전혀 덤덤하지 못했고, 더해서 어두운 기색도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살폈는데… …생각해 보면 열일곱은 어른의 손을 잡고 자러 갈 나이는 아니긴 했다. 육손은 뒤늦게나마 손을 놓을까 하다 그냥 그대로 침상까지 데려가기로 했다. 침상은 당연하지만 체구가 크지 않은 한 명이 좁지 않게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두 사람이 눕기엔 영 무리였다.


“여기서 쉬시면 됩니다.”

“…육손 공은요?”

“저는 그냥 여기 기대 앉아 있으면 됩니다.”

“어떻게 상사를 앉혀두고 저 혼자 누울 수 있겠습니까.”


육손을 두고 혼자 눕기가 불편했는지 소년은 아까 전 육손이 언급했던 것을 그대로 써먹으며 사양했다. 그렇다고 이 어린 소년을 쪼그려 앉혀 재울수도 없는지라 곧바로 저는 어른이니까 괜찮습니다, 하고 맞받아쳤다. 괜히 촉으로 가는 편지가 전부 그의 손을 거쳐 가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소년도 만만치는 않았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질서가 있는데, 그럴 순 없습니다.”

“지금 주연 공 나이대의 아이는 누워서 푹 자야 키가 큽니다.”

“…….”

“…….”


육손보다 낮기는 하나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는 높이의 눈동자 한 쌍이 육손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육손 또한 저보다 한 살 많은 주연의 키를 알기에 떳떳하게 마주보았다. 소년은 육손의 당당함에 뭔가 느낀 바가 있는 모양인지 금세 포기하고 조금 침통해진 표정으로 침상에 걸터앉았다. 정작 그 한 살 많은 주연은 제 키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어린 소년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잡았던 손은 어느새 떨어져 있었다.


“원하신다면 자장가를 불러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제 아들에게 불러주면 좋아하니 분명 주연 공의 마음에도 들 거라 생각합니다.”

“실례지만, 아드님의 나이가…”

“두 살입니다.”

“…….”


두 사람 사이에 또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소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육손 공께서는 저를 정말 어린아이로 보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시는군요.”

“동생이 딱 자장가가 필요할 나이여서… …저, 그냥 농담하신 거였다면 죄송합니다.”


…상황이 상황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모든 것에 눈치를 보는 것이 몸에 익게 만든 양동생도 결국 동생인 모양이었다. 육손은 구김살 없던 어린시절 주재의 모습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의붓형이 어릴적부터 상냥하게 대해줬기에 그 형과 동갑인 열몇 살은 많은 주군이 그렇게 늘 옆에 끼고 사냥을 다녔어도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이리라. 하기야 그저 좀 늦게 태어났을뿐인 양아버지의 친아들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태어나기 전 대를 잇기 위해 입양되었을 뿐인 주연에게도 물론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육손은 이 갑작스레 불완전한 장남의 책임을 떠맡은 시씨 집안 차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리지 않은 주연에게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혹은 생각했던 대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던 육손은 소년의 말대로 가능한 한 ‘지금’의 소식은 전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양아버지나 양동생과 관련된 소식만큼은. 


“…아닙니다. 불러드릴 테니 편히 누우십시오.”


생각지 못한 손길의 연속 때문일까, 별말 없이 얌전히 자리에 누운 소년의 머리맡에 앉은 육손은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별빛 눈의 까마귀, 잠든 이의 불행을 물고… 나직한 가락과 함께 친우의 손길이 어린 소년을 토닥였다.

저 멀리멀리 산너머 서쪽으로 날아간단다

아가야 강물소리가 들리는 밤에는 잠들려무나

까마귀가 깜짝 놀라 부리를 열지 않도록…




반짝, 소년이 아침 햇살에 눈을 떴을 때 미래에 친우가 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 사람은 이미, 혹은 여즉 깨어 있었다. 말끔한 얼굴과 단정하게 정리된 옷차림을 한 채 소년의 머리맡을 지키던 그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빙긋 웃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네, 저기…”

“저도 잠깐 눈을 붙였으니 걱정 마십시오.”


이번엔 사실이었다. 소년이 잠든 사이 사람을 시켜 서릉으로 소식을 전한 후, 저녁부터 어렴풋한 등불 아래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다 휴식 겸 잠깐의 쪽잠을 잤었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금 그의 얼굴은 쪽잠이나 겨우 잔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멀쩡했다. 육손은 보던 일거리를 접어 한쪽으로 치웠다. 그사이 잠들기 전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간신히 받아들인 소년이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저, 죄송합니다!”

“주연 공께서 제게 죄송할 일이…?”

“하, 하지만 저 혼자 누워서…”

“그건 어제 이미 이야기가 끝난 것 아닙니까? 저는 주연 공께서 편안히 주무셨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소년의 염려와는 달리 육손은 정말로 괜찮았다. 공무에 치이고 집에서는 한 살, 이젠 두 살이 된 아기를 재우다 보면 이보다 더 험한 꼴은 몇 번이든 겪게 되곤 했다. 오히려 눈을 잠깐이라도 붙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아침을 해결해야 했다.

아마도 그저께부터 이 집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을 소년을 데리고 근처 요리점에라도 가는 선택지를 생각했으나 그러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아 진작 포기하고 미리 간단히 먹을 것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직접 사오고 싶었지만 곁을 지키겠다 약속했으니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누군가를 시켜 사오게 하기에도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손을 댔을지 알기 어려운 것을 함부로 먹기에는 너무도 위험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혹여나 위나 촉에서 사특한 요술이든 뭐든, 뭔가 수작을 부려 강릉을 지키는 수문장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


“…저, 육손 공.”

“네, 주연 공. 말씀하십시오.”

“어제 육손 공께서 제 상사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따지자면 그렇긴 합니다만.”

“동시에 친우이고요?”

“그러면 안 됩니까?”


복잡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 소년을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하던 육손이 잠시 고민을 그만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지금의 그가 주군을 어찌 대하는지 생각해 보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문제는 없겠군요. 식사나 하시겠습니까?”

“……네.”


어디의 수작이든 뭐든 지금은 이 작은 소년을 돌보는 것이 먼저였다. 육손은 서릉으로 보낸 전령이 빨리 쌓인 일더미를 들고 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당장의 식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집안에서만 지내는 것도 좀 그러니 잠시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사람은 모두 물리면 되니 상관없습니다. 장강의 바람은 시원하여 머리를 식히기 좋다 말씀하시곤 하셨으니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웅대한 장강은 넓고 길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장강만 끼고 있으면 같은 것을 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두 친우는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편지를 주고받아 이 좁고도 넓은 땅덩어리에서 자연스레 들려오는 소식 이외에도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서로의 안부만큼은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들 중 몇 통에 쓰여 있던 것이었다. 공무가 끝나고 그런 편지를 읽으면 육손 또한 아주 잠깐이라도 강가로 나가 서릉의 강바람을 쐬다 오는 것이다. 각자 선 땅은 달라도 모시는 주군과 바라보고 있는 강물은 같다. 그 깨닫기 힘들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에 위안을 받았던 기억을 지금은 이 작은 소년을 위해 쓰고 있었다.


“…여기가… 장강 근처인가요?”

“예. 정확히 어디인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그것은 지금의 위치, ‘주 장군이 주둔중인 장소’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일을 알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소년도 그에 대해 눈치챈 듯 별말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손은 소년에게 주연의 겉옷을 덮어 주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마주한 소년은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강가에 서 있었다. 조금쯤은 다리가 아플 법 한데도, 그의 자세는 흔들림 한 점 없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육손은 새삼 아, 이 사람은 정말 주연 공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평소와 달리 갑주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러나 언제나와 같이 단단하게 서 있던 그는 복잡했던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정리한 듯 뒤돌아 섰다.


“…저, 육손 공.”

“예, 말씀하십시오.”

“…지금의 제 상황을 손권 님은 알고 계십니까?”

“…아뇨,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주군께서는요?”

“…….”


육손은 다시금 이 눈앞의 소년의 나이를 상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을 함구해야 할 때임을 통감했다. 그가 말하는 주군과 자신의 주군이 서로 다른 사람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실은 그저 지금까지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인가.


“…모르실 겁니다.”


그야 죽은 사람은 현세의 일을 들을 수 없을 테니.

다행히도 소년은 더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바람을 쐬었다고는 해도 지금 속이 복잡하기로는 소년이 더할 것이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다못해 시간마저도 그의 것이 아닐 것이므로.

…그러면 ‘현재’의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육손은 그에 대한 생각을 애써 털어내며 소년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기분은 좀 풀리셨습니까?”

“…네. …저, 육손 공께서는 대체 왜 저에게 이렇게 친절하신 건가요?”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와 주연 공은 친우라고요.”

“하지만…”

“아직 심란하신 모양이군요. 이해합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마침 지금 아무도 없으니 뭐든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하는 거지요. 그러고 나면 확실히 모든 게 훨씬 나아져 있을 겁니다.”


상대의 말과 스스로의 생각을 동시에 끊어내며 꺼낸 제안에 소년은 잠시 침묵하다 결국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육손의 제안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그의 아들이 하나는 소년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죽었고, 둘째 아들도 한참은 어려 이 나잇대의 소년을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뭐든 좋으니 하고싶은 것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소년이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럴 리가 있나.


“…눈치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연 공. 사소한 것이라도, 아니면 대단한 것이라도 뭐든 좋으니 편히 말씀해 주십시오.”

“하지만…”

“주연공께는 이 육백언이 부하의 소원 하나 이루어주지 못할 잡배로 보입니까?”

“아, 아뇨, 아닙니다!” 

“그럼 말씀해 보십시오. 당장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도, …이야기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어쩌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라면 이미 제가 방법을 알아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각보다 강한 어휘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급히 손을 내젓던 소년이 이어진 말에 육손의 눈치를 보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괜찮습니까?”

“…….”


육손은 대답없이 눈썹만 까딱해 보였다. 이 어린 소년에게 주군께서 내린 칼자루를 어루만져가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저는… …손권 님과 함께, 주군을… 그, 동료를 지키는 검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 말고는요?”


당신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대신 육손은 의무감으로 얼룩진 그 무언가 대신 다른 것은 없느냐 물었다.


“…나중에 가주가 될 재(才)를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어요.”

“…….”


아주 오래전의 자신이 품었던 꿈과 같은 소원의 앞에서, 육손은 가까스로 한숨을 삼켰다. 이 땅에는 이미 주치의 친자도, 육강의 적장자도 없다. 그나마 주씨 집안의 작위는 친자에게 이어졌으나 그 사실이 과거의 이 소년에게 과연 위안이 될 것인가? 아니, 아마도…


“…그리고, 육손 공처럼 되고 싶고요.”

“저 말입니까?”

“육손 공은, 그, 어린 나이에 가주가 되셨는데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집안을 이끌어 오셨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육손 공처럼 듬직하고 현명하고 아량도 넓은 사람이…”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연 공. 혹시 주연 공께서는 저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그야 방금 말씀드린대로 듬직하…”

“아니, 됐습니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 이 소년과 자신의 첫만남을 다시 되새겨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잘 아는, 솔직함의 화신이라 할만한 친우보다도 몇 배는 더 정직한 이 소년의 말에 단번에 풀려버린 수수께끼들이 너무나도 많아 머리가 아팠다. 확실한 건 이 소년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큰 환상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도. 육손은 그렇게 생각하며 소년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제가 주연 공이 좋아하실 만한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을 같이 하는 걸로요.”

“…그래도 괜찮습니까?”

“저도 좋아하여 시간이 날 때면 주연 공과 함께 하곤 했던 취미니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오랜만에 할 수 있어 조금 두근거리는군요.”


그렇게 말하며 아마 기름단지가 있을 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에 군수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중죄이지만 그 기름은 주연의 사유물일테니 괜찮았다. 꾸미는 것과 노는 것에 정도 이상의-실은 아예- 사치를 부리지 않는 주연이 유일하게 쏟아붓는 곳이 바로 여기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 미리 코를 막아두시면 좋을 겁니다. 냄새가 독해서… 아.”


이미 창고 바깥에까지 흘러나오는 기름 냄새에 이미 익숙한 육손이 뒤를 돌아보고 있었을 때, 소년은 묘하게 반짝거리는 눈이 되어 있었다. 이미 냄새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오히려 팔까지 걷어붙이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기름단지들에 감탄하고선 어디로 얼마나 옮기면 되냐는 말까지 해왔다.


“이거 전부 육손 공 건가요?”

“아뇨, 주연 것의 것입니다만… 기름의 상태를 보니 관리가 잘 된 것 같군요. 최근에도 자주 연습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숲과 멀리 떨어져 있는 그 공터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일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이 소년은 처음일테니 적당히 하자고 생각하며 육손은 벌써부터 의욕이 대단한 소년을 먼저 공터 쪽으로 보낸 후 사람을 불러 기름단지를 열 개만 옮겨달라 명했다.




아직 낮인데도 타오르는 불꽃은 거대하고 선명했다. 소년은 한낮에 뜬 별이라도 보는듯이 넋을 잃고 나무와 기름뿐만아니라 창천(蒼天)마저 살라버릴 듯 기어오르는 홍염을 올려다보았다. 그에게 이 광경은 어떻게 비치고 있을 것인가. 한참만에 소년이 꺼내놓은 말은 이랬다.


“…뜨겁네요.”

“너무 가까이 가셨습니다. 바람이 저쪽으로 불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태우는 불이란 것은 변함없으니 물러서십시오.”


경고하기는 했지만 육손 또한 불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하고는 있었다. 혹시라도 수상한 자가 다가오지는 않는지. 불이 엄한 데 옮겨 붙지는 않는지.

아주 오랜만에 다른 사람을 돌보는 입장에서 돌봄을 받는 쪽이 되었을 어린 소년은 육손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길만 한참 쳐다보다 눈을 부볐다. 아무리 황홀한 광경이라도 눈이 아프지 않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뒤에서 언제든 닿을 수 있는 위치에서 지켜보던 육손이 한 걸음 다가섰다.


“괜찮으십니까? 혹 눈이 상할지도 모르니 함부로 손을 대지 마시고, 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저, 육손 공.”

“네, 말씀하십시오.”

“육손 공께서 왜 제게 이걸 보여주신 건지 알겠습니다.”

“예?” 

“…저는, 아마도 미래의 저도, 이 불을 결코…”


육손의 말을 일단은 듣기는 한 듯 눈가에서 손을 떼고 올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은 마치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아, 이 또한 육손이 전혀 알지 못했던….


“육손 공.”

“…예.”

“자세한 사정은 여쭙지 않겠습니다. 애초에 듣지 않겠다고 한 건 저니까요. 하지만, 어찌됐건… 저의 친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기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주연은. 이미 한 걸음 다가온 육손이 닿지 못할 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은 광염의 한가운데였다. 그것은 소년이 지금은 결코 알지 못할 미래와도 같았다.


“…주연 공!”


그리고 그대로, 마치 처음부터 아지랑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친우가 되자고 다가온 것은 다름아닌 그였는데.






“…육손, 육손!”

“……주연 공?”


마치 오랫동안 불이라도 보고 있었던 것처럼 눈이 뻐근했다. 소매로 눈가를 비비자 곧바로 손목을 낚아채는 손이 있다.


“눈 다쳐, 물로 씻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랜만에 네가 왔다길래 보니 공터에 타고 남은 재랑 쓰러져 있는 네가 있지, 와중에 나는 며칠동안 소식도 없었다지… 꼭 다같이 뭐에도 홀린 것 같단 말이야. 위 녀석들의 수작인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으며 말하는 이 시대의 그에게, 육손은 정말로 홀린듯이 중얼거렸다.


“…주연 공.”

“그래, 육손. 넌 뭔가 아는 게 있어?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 녀석이 아무 일도 없이 여기까지 올 리도 없고,”

“저의 친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뭔가 일이… …뭐?”


잠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주연의 얼굴은, 육손이 아주 잘 아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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