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연성

그 밀레시안이 사는 방식

썰풀이식으로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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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의 평범한 밀레시안 A인 캇셀프는 물물교역으로 먹고사는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에린의 시간으로 5개월에 걸쳐서 물품을 생산하고 2개월에 걸쳐서 교역 활동에 착수한다. 광활한 이리아 대륙을 쉼없이 달리는 동안 머릿속은 텅텅 비기 일쑤, 마주치는 사람이 좀처럼 없으니 그러잖아도 공허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 더욱 텅텅 비어버리는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약탈단의 방해를 받지 않고 메이즈 평원을 관통해서 교역 마차를 모는 중이었다. 물품의 마을 별 시세를 확인하던 캇셀프의 귀에 가느다란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돌리니 어떤 사람이 교역짐을 지고 가다 약탈단에게 포위를 당한 광경이 보였다. 바로 활과 화살을 장비해서 크래시샷을 쏘았다. 초장거리를 날아간 화살이 약탈단 사이에서 터지며 굉음을 냈다. 약탈단이 정리된 것을 확인한 캇셀프는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마저 가려고 하지만, 타이밍이 늦었는지 아니면 불안해 하는 행인이 마음에 걸렸는지 아무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도와주신 은혜 잊지 않을게요”라는 요지로 정신없이 떠드는 이 행인은 투아하 데 다난이었다. 흔히 있는 일이라 적당히 달래서 넘어가려던 캇셀프는 조건반사적으로 되묻는다. “잊지 않을 자신은 있나요?” 밀레시안은 다난들에게서 존재감이 곧잘 잊히기 일쑤라 그렇게 물어본 건데, 듣는 쪽에서는 분위기가 싸해지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행인이 어물거리자 캇셀프는 그냥 의미없이 물어본 거라며 본능적인 호의를 제공한다. “켈라 항구까지 호위해 드릴게요.” 아무래도 교역을 만만하게 본 탓에 장비가 허술했던 행인으로서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마차에 올라 탄 캇셀프는 속도를 늦춰 이동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이다. ‘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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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와 울라를 오가는 배의 항해사는 역시나 밀레시안을 잊었다.

“이상하지, 언제든 반겨줄 줄 알았나 봐. 그러지 않을 것을 뻔히 알아도.”

주기적으로 말을 걸지 않으면 금방 잊힌다.

어느 고지식하고 학구열 높은 드루이드가 밀레시안에 대한 책을 쓰면서 ‘그들의 시간은 우리 투아하 데 다난과는 다르게 흐른다’고 언급했다. 그게 참인지 거짓인지 구태여 확인하려 들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사람 심리가 다 그렇지.”

당사자 면전에서 나누는 두 밀레시안의 대화였다. 항해사가 무슨 생각을 할 지는 이들의 관심 밖이다. 심술을 어련히 부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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