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 밴드 결성
마비노기: 가내 밀레가 살아가는 이야기
*스포일러: G25 이후 시점
*가내 밀레시안(주밀레)의 이름이 언급됩니다.
*NPC(멀린)과 대화가 존재하는 썰풀이식 글입니다.
*6월 2일차 챌린지 ‘밴드’ 주제를 다룹니다.
거리로 나온 주민이 주위를 둘러본다면 열에 아홉은 악기를 들고 연주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들, 밀레시안.
누군가는 악보를 내던진 채 손가락이 흐르는대로 류트의 현을 뚱땅거릴 뿐이고. 어떤 밀레시안은 아예 파티를 짜서 대규모 연주회를 열기도 하는 등 마을에 흐르는 음률의 지분은 대부분 그이들이 차지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편, 에린의 영웅이라는 어느 밀레시안에게도 연주회를 열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간 차에 이 기회다 싶은 인터뷰가 따라붙었다. 소위, 이전에도 연주회를 가져본 적이 있는지, 악단을 결성한다면 당신은 어떤 악기를 연주할 것이냐‘는 호기심을 중심으로 발달된 질문지였다.
“몇 번 연주단에 참가해 본 적은 있는데….”
혹자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영웅을 바라보겠지만 그는 의뢰측이 가진 의도를 파악하였다. 연주 중에 실수를 연발하길 기대한다는 투였던가. 캇셀프는 모든 것이 귀찮고 부질없게 느껴졌으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인원을 구하는 수고까지 덜 겸, 밀레시안에게 ‘귀찮은 일’을 덜커덕 맡겨버린 적도 어디 한 두 번이어야지, 그는 이만 함께 연주할 사람을 구해야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코기를 타고 하늘로 멀리 떠나버리는 뒷모습만 허망히 쳐다보는 이들이 남았다.
“어. 그러니까. 돌아돌아 찾아온 게 나라고?”
한때 왕정 드루이드, 지금은 위기로부터 에린을 지키기 위해 전역을 떠도는 만능 해결사 드루이드. 멀린은 특유의 바보처럼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제 자신을 가리켰다. ‘왜 하필 나야?’라고 묻는 듯한 얼굴에 캇셀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이 제일 만만한 상대니까.’라는 본심을 내놓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지난 번 이멘 마하 무대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연주회를 가졌잖아요.”
굳이 ‘친구라면서요, 도와준다면서요.’ 따위의 후렴구를 덧붙이지는 않았다. 멀린은 자기가 부르면 불렀지, 연락을 통 하지 않는 ‘친애하는 밀레시안’이 웬일로 먼저 자신을 찾아와서 대뜸 제안(혹은 강요)을 건네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바쁘면 다른 사람 찾아보든지, 아님 저 혼자 해도 괜찮아요.”
“아—아니, 오늘내일은 그나마 일정이 비어서 괜찮은데, 그, 뭐냐. 다 좋아, 좋은데! 에헴. 그 있잖냐.”
“로스트 바베큐, 그리고 5성 와인.”
“…콜.”
캇셀프는 곧 그의 신들린 피아노 연주를 떠올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변장 필요해요? 저는 일단 모습을 바꾸고 갈 생각인데.”
“장소 묻는 걸 까먹었네. 어디서 연주회를 할 거야?”
“타라 남쪽에 적당한 공터가 있어요.”
“타라란 말이지….”
멀린은 왕국의 수도에서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고민하는 낯빛을 하더니 이내 끄덕거렸다. “그럼 그것도 부탁할게?”
“전 바이올린을 켤테니 멀린은 자신있는 악기를 잡아요. 악기는 제가 제공해 드릴 수 있답니다.”
“너랑 어울리다 보면 잠자던 용도 벌떡 일어나더라니까.”
드루이드는 혀를 내두르며 캇셀프가 내민 손을 잡고 계약 성립이라는 의미의 악수를 나누었다. 바야흐로 즉석에서 상황 모면용 연주 파티가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타라 남쪽의 공터에서 그날 밤 법황청이 주선한 자선 공연이 열렸는데, 자리를 빛내주십사 초청한 영웅 밀레시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멋드러진 로브를 입은 이인조 악단이 신들린 연주를 뽐낸 덕분에 실망감 어렸던 분위기는 금세 들떴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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