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동
총 13개의 포스트
01. 어벤츄린은 완·매의 창조물을 세 마리 키운다. 한동안 개척자가 헤르타 우주정거장에서 그들을 연구하다가 어벤츄린을 포함한 몇몇 이들에게 입양하지 않겠느냐 물었는데, 겸사겸사 레이시오에게 “정 마음의 허전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마음을 기울여 돌볼 것을 입양하는 것도 좋아. 반려 식물이나 동물 같은 거.”라는 조언을 받았던 것이 떠올라 냉큼 세 마리
“…젠장, 하필 비번인 날!” 이로만 잘근잘근 담배를 씹던 셀마가 크게 한숨을 내쉬듯 욕을 내뱉었다. 오늘 아침부터 재수가 참으로 끝내줬다. 괜히 또 욱했나 싶기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이 팽팽히 제 의견만을 고수하는 싸움은 셀마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기분 좋게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는데 또 그 이야기를 시작할 건 또 뭐람. 셀마
쏴아아. 갑자기 부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한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눈을 질끈 감자, 딱 기분 좋은 온도의 바람이 양 뺨을 훑고 지나갔다. 아마 방금 손가락을 스쳐 지나간 것은 바람에 날린 벚꽃 잎일 것이다. 마침 벚꽃이 한참 만개했을 계절이니까. 한참 동안이나 곁을 스쳐지나간 바람이 겨우 그나마 잠잠해져,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아 까부터 줄곧 함
- …네가 죽은 건 확실한 거지? - 그렇다니까. 선배도 봤잖아. 아무도 나 못 알아보는 거. 오른쪽 뺨에 댄 휴대폰이 뜨끈뜨끈했다. 실제로 통화를 하는 중도 아닌데 이렇게 어색하게 뺨에 휴대폰을 붙이고 있는 이유는 니노미야 사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죽음에서 되돌아온 이 후배가 보이는 건 나뿐인 모양이었다. 따라서 니노미야와 대화를 할 때에 남들의
*소재 주의… 의외면서도 아주 당연한 사실 하나, 린은 한 번도 누군가를 ‘체벌’ 해 본 적이 없다. 당연한 말이다. 천사가 어떻게 상대에게 폭력을 휘두르겠는가? 비록 목적이 ‘잘못된 행동의 교정’이라고 할지라도, 린은 결코 누군가에게 육체적인 위해를 가해본 적이 없다.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보자면, 린은 체벌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없다. 천국에서
살아가다보면 별 이유도 없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말들이 있다. 그것들은 어떻게 해도 뿌리칠 수 없으며 아무리 애원하고 사정해 봐도 마치 누군가의 유언이나 저주인 마냥 계속해서 머릿속을 휘젓곤 하는데……. 그러니까 그 말을 들었을 때에 나는 이제 막 내 인생의 전성기가 시작될 줄 알았던 멍청한 스무 살이었고, 절대 어른이 될 수 없음에도 스스로 성인이 되었다
장담하건대 니노미야 사나기와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빈말로도 친한 선후배 사이었다고 하기도 어려웠고, 굳이 따지자면 부활동을 하다가 마주쳐서 몇 번 아는 척 해봤다는 게 끝이었다. 그래서 그 애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에도 답지 않게 얼떨떨하게 되물었던 거다. - …니노미야가? - 그렇다는데. 뭐, 딱히 걔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각설. 세라비아 뉴트는 최근 최면 어플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 뜬금없는 물건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건 의외로 굉장히 무척이나 평범했는데, 계기는 어떤 유튜브 영상이었다. 세라비아는 평소에도 이것저것을 유튜브로 찾아보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가 특히나 좋아하는 영상은 천체학에 관한 영상이었다. 실제로
저번 주부터 바깥에 괴물들이 마구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진득한 흔적을 남기며 포복하고 있어요. 햇빛을 봐도 잘 증발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체액인 모양이에요. 닿으면 분명 불쾌해지겠지요. 잘 씻기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악취가 나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바이러스 마냥 한 번 전염하기 시작하면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오겠지요. 아무리 씻어도 영
올 해 여름이 유난히도 더웠다. 하얀 하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쏟아 부어지는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다 부실 정도였다. 개중에서도 특히나 하복 셔츠 사이로 드러나는, 곧게 뻗은 허연 목덜미가 두드러지는 사람이 있었다. 피부가 하얗다 못해 투명해보일 것 같은 사람. 지금 뿐만 아니라 전에도 교내 행사 중에서 재학생 대표로 선언이나 선서를 했던 것도 같은데,
어울리지 않게 탁자에 올려놓은 담배가 정갈했다. 사나기는 하야테가 어떻게 이 담배 한 갑을 사왔는지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담배의 품종이나 번호 같은 것도 전혀 모르면서, 아르바이트 생에게 “담배 한 갑 주세요.” 라고 무작정 이야기했을 것이다. 웬 진상이지, 하고 생각하는 아르바이트 생의 얼굴을 특유의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그래서 지
「사람들이 ‘각성자’가 되기 시작한 것은 어느 날의 비극 때문이었다.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던 어느 날, SF 영화나 액션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세계 각지에서 공중에서 거대한 공간‘이 찢기더니,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체들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지능은 없었으며, 무차별적으로 사람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