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욱

[럽딥]기욱루리 - 한가위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자식 낳는다던데

명절을 맞이하여 송편빚는 기욱루리 가져와봤습니다. 제가 송편을 안 빚은지 어언 5년이 넘어가기에 틀린 것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연휴 끝났는데 연휴 연성을 올리는 나. ㅋㅋ

이 연성은 소원권으로 만들어졌으니 소원권 없이는 연성안한다는 말은 여전합니다.

결론 : 연성을 원하면 소원권 이벤트를 기다리십쇼. 닥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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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연휴이기에 길거리에는 연휴를 즐기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명절 음식과 제사 차례상을 위해서 장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긴 연휴를 연인과 즐기기 위해서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괜시리 저 평화로운 분위기가 부러워져서 휴대폰을 꺼내서 기욱에게 문자를 보냈다.

[기욱 씨. 내일부터 연휴인데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요?]

[명절이니까 명절음식이라도 먹으면서 쉬는 것도 계획이라면, 있어.]

[명절 음식이면 어떤거요?]

[말보다는 행동이지.]

[나한테 문자했다는건 너도 내일부터 할 일이 따로 없다는거겠지?]

[아, 마침 주문한 택배도 왔네.]

[내일 오전에 우리 집으로 와.]

[재밌는걸 준비해뒀거든.]

[재밌는거요?]

[기욱 씨?]

[뭘 준비해두셨는데요?]

기욱은 저렇게 문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가 준비한 재밌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이, 쉬는 시간이 끝나버렸다. 이제 다시 협회로 돌아가 남은 일을 마무리 해야했다. 사람은 쉬지만 유랑체는 쉬지 않기 때문에 더욱 바짝 긴장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했다. 덕분에 할 일이 늘어서 요며칠 매일같이 야근이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달이 높게 걸린 시간이 되었고, 그제서야 일을 마무리 지은 나는 다른 팀원들에게 인사를 남긴 후, 건물을 나섰다. 다행인 점은 서로 돌아가면서 쉬기로 한 덕분에 저번주에 일한 나는 이번주 연휴는 내가 다 쉴 수 있기에 내일 시간맞춰서 기욱 씨네 집으로 가면 된다. 이후로도 기욱 씨에게 뭔지 알려달라는 문자도 보내봤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그는 내 문자에 답장해주지 않았다.

“됐어. 내일 가면 알 수 있을테니까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고 가면 돼.”

휴대폰을 집어넣고 거리로 나섰다. 일단 집으로가서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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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기욱의 집으로 향하는 길. 평소라면 오래 걸렸을 길이 오늘따라 짧게 느껴졌고, 금방 그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특이하게 오늘은 거실에 기욱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 것인가 찾아보니 부엌쪽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으로 향하니 밀가루를 얼굴에 잔뜩 뭍힌 기욱이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기욱 씨? 거기서 뭐해요?”

“아, 왔어? 그럼 얼른 손 닦고 이리 와.”

의아했지만, 기욱의 말을 따라서 손을 닦고 식탁으로 가니 무엇을 만들고 있었고, 뭐가 재밌는 일이라고 했던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명절을 맞아서 송편을 빚고 있었다. 기욱의 맞은편에 앉아서 반죽을 손에 쥐고 그가 준비한 속재료를 하나씩 안에 넣었다.

“한가위라서 송편을 빚으려고 한거에요?”

“사먹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만들면서 너랑 추억을 쌓고 싶었거든. 이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지만. 너랑 같이 인형뽑기 할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

“후후, 기욱 씨. 이번이 송편 처음 빚어보는거죠?”

기욱의 옆에는 모양이 조금씩 구겨진 송편이 있었다. 둥글게 잘 빚기는 했지만 빈말로도 예쁘다고는 못 할 모양새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웃고 있으니, 기욱이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못하는게 재밌어?”

“기욱 씨가 못하는 걸 보는게 재밌는게 아니라 옛날 말이 하나 떠올라서 그래요.”

“뭔데?”

“예쁜 송편을 빚으면 예쁜 자식을 낳는다는 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이 송편 잘 빚으면 매번 그렇게 이야기 하셨었어요. 물론 미신이라서 신빙성은 없지만, 기욱 씨가 빚은 송편을 보니까 그 얘기가 생각났어요.”

“예쁜 송편을 빚으면 예쁜 자식을 낳는다라…. 확실히 신빙성은 없는 이야기네.”

“맞아요. 아마 어른들이 아이들이 송편빚기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게 하려고 만든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서 여기저기 알려진 것이겠죠.”

꽤나 많은 반죽이 있었지만, 기욱과 둘이 만드니 반죽은 금방 다 없어졌고, 쟁반에는 작고 귀여운 송편들이 늘어져있었다. 반죽의 색상을 다양하게 사온 것인지 초록색, 분홍색, 하얀색 등 여러가지 색이 있었다. 찜기에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송편을 찌기 시작했다. 식탁을 정리하다 기욱을 보았더니, 그의 얼굴과 옷은 밀가루로 얼룩덜룩했다. 무심코 그 모습을 보며 웃어버리니 웃음소리에 나를 바라본 기욱이 불만가득한 얼굴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자꾸 그렇게 웃을거야?”

“아하하. 미안해요. 기욱 씨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요. 옷이랑 얼굴, 머리까지 밀가루가 없는 곳이 없네요. 너무 많이 흘린거 아니에요?”

“손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어. 그러는 너도 밀가루 투성인데?”

“전 기욱 씨에 비하면 별로 없는걸요."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너스레를 떠니 기욱은 장난기가 드는지 손에 밀가루를 묻히고 내게 순식간에 다가와서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혔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반응도 하지 못했고, 곧 나도 반격을 위해서 손에 밀가루를 묻히고 기욱에게 달려들었다. 기욱은 이리저리 피했고, 나도 질새라 열심히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졌던 밀가루에 발이 미끄러져서 넘어져버렸다.

“꺅!!”

“위험해!”

우당탕 소리가 나며 우리 둘 다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니 기욱은 한걸음에 달려와서 나를 끌어안아 나 대신에 충격을 받았다. 기욱은 아픔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걱정되어 서둘러 일어났고, 기욱은 그런 나에게 손을 뻗었다. 당연히 나는 손을 잡고 일으켜달라는 뜻이라 생각하고 그 손을 잡으려 했지만, 기욱은 오히려 내 손이 아닌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고, 그대로 내 볼을 쓸었다.

“안 다쳤지?”

“네. 죄송해요, 더 조심했어야하는데.”

“너랑 같이 밀가루로 장난친건 나도 똑같은걸. 그나저나 여기에 뭐 묻었는데?”

“네? 뭐가 묻었다고….”

기욱은 언제 밀가루를 손에 다시 묻혔는지 밀가루가 가득한 손을 볼에 대었다가 때어내고서는 웃으면서 밀가루가 묻었다며 웃었다. 나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더 장난을 치기에는 바닥과 식탁이 엉망이라서 지금은 일시 휴전을 맺고 잠시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정리하고 옷도 갈아입고 하니 어느새 송편이 맛있게 익어서 불을 끄고 접시에 옮겨담아서 거실 소파에 앉았다. 포크로 송편 하나를 찍어서 먹어보니 떡도 쫀득하고 속도 달달하니 맛있었다. 냠냠 먹고 있으니 기욱이 머리에 남은 물기를 털어내며 거실로 걸어왔다.

“기욱 씨, 송편 다 익었는데 하나 먹을래요?”

“응. 하나 줘.”

“여기요.”

포크로 송편을 하나 찍어서 그에게 내밀었다. 기욱은 몸을 숙여서 포크에 찍혀있는 송편을 받아먹었고, 송편을 씹으면서 내 옆으로 와서 소파에 앉았다.

“어때요?”

“맛있는데? 아, 다음엔 저걸로 줘. 모양이 예쁜게 루리가 만든거 같은데.”

“자요, 아~.”

아 소리를 내니 기욱이 입을 벌렸고, 나는 송편을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우물우물 먹던 그가 손으로 송편 하나를 집어들더니 내 입가에 가져다대었다. 내가 입을 벌려 그걸 받아먹으니 웃는 기욱. 달고 맛있는 송편을 먹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괜히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기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기욱은 내가 기대니 몸을 숙이며 내가 편하게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편안하게 기대어 있으니 아까 하지 못한 복수가 생각났다.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송편을 반으로 갈라, 그 안에 든 깨소를 손가락에 묻혀서 그의 볼에 손가락을 콕 찍었다.

“뭐하는거야?”

“복수요. 아까 기욱 씨만 저한테 밀가루 묻혔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하는거에요.”

내가 웃으며 말하니 기욱도 웃었다. 그의 볼에 묻은 깨소를 닦아내고 남은 송편을 나눠먹고 찌지 않은 남은 송편들은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나중에 또 먹고 싶어지면 녹여서 찌면 되니까.

양치하고 기욱과 같은 침대에 누운 나는 피곤함에 감기는 눈을 막지 않았다. 기욱이 잘 자라며 몸을 토닥여주는 것도 한 몫 했다. 연휴는 이제 시작이다. 내일도 기욱과 같이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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