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패러독스 로이드 8화

???

클로에의 배터리를 빼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안심할 거라고 생각해.

나타난 것은 금발의 미소년이었다. 화려한 얼굴에 비해, 소극적으로 미소짓는다.

히스클리프

아… 처음 뵙겠습니다. 히스클리프예요.

다른 라보의 엔지니어지만, 가끔씩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라스티카의 업무는 참고가 되니까…

라스티카

나야말로 배울 점이 잔뜩 있어. 그는 장래유망한 엔지니어야.

클로에의 배터리를 뺀다, 라.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야. 클로에, 괜찮겠니?

클로에

좋아!

클로에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스스로 의자에 걸터앉고,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가슴을 드러냈다.

오웬

…뭐하는 거야?

클로에

배터리를 빼기 쉽도록 하는 거야. 배터리는 여기에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클로에는 왼쪽 가슴을 만졌다.

나는 무심코, 자신의 왼쪽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내 안에는 심장이 아니라 배터리가 들어있는 건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두근, 두근하고 맥박이 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웬도 똑같이, 의심스러운 듯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라스티카

오웬, 보렴. 클로에는 한 번 움직이지 않게 되겠지만, 무사히 눈을 뜨고 움직일 테니까.

클로에

괜찮아. 또 보자, 오웬.

오웬

오웬은 말문이 턱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평가하는 것처럼, 라스티카를 노려보면서 다리를 꼰다.

죽일 것 같은 시선을 던진 그는, 얼음 조각처럼 냉담하고 아름다웠다.

오웬

빨리 해.

라스티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클로에의 왼쪽 가슴을 살짝 만졌다.

그러자, 가슴께가 청백색으로 빛나고, 클로에의 미소가 경직된다.

크리스탈처럼 생긴 색채를 가진 직사각형 판이, 슥 하는 소리도 없이 꺼내져서, 라스티카의 손에 들어왔다.

라스티카

이게 배터리야. 마나 플레이트라고도 불리고 있어.

아키라

마나 플레이트…

(본 적 있는 느낌이야… 하지만, 판 형태가 아니라 보석같은 형태를 했던 것 같은…)

(…이 기억은 뭘까? 고장? 초기불량…?)

라스티카

이게 클로에의 IC칩. 네 IC칩을 뽑아내서, 직접 연결하면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어.

오웬

왜 알아야만 하는 거야? CBSC를 먹기 위해서?

카인

자신에 대한 걸 알고 싶잖아?

오웬

별로. 오너를 알아도, 나는 봉사해야만 하는 거잖아.

라스티카

친구가 되는 거야.

오웬

나는 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라스티카의 쪽을 언뜻 보았다. 하이클래스의 고독을 채우기 위해서 태어난 어시스트로이드.

조촐하고 아담한 라스티카의 라보는 하이클래스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는 클로에를 의지하고 있었다.

방금 전 방송에서 말했던, 어시스트로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시스트로이드 의존으로도 보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어시스트로이드의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하지만, 라스티카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평온하게 눈을 내리깔고, 사랑스러운 듯이 클로에의 마나 플레이트를 쓰다듬는다.

라스티카

…그렇지. 그러니까 더욱, 진실을 알고 싶어져.

카인

진실이라니?

라스티카

…마음의, 진실이려나?

카인

그건 당신이 잘 알고 있잖아? 당신이 프로그램을 기입해서, 학습시키고 있으니까.

라스티카

라스티카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클로에의 왼쪽 가슴에 마나 플레이트를 꽂는다.

가슴께가 새파랗게 빛나고, 잠시 후 클로에의 표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로에

이제 끝났어?

라스티카

그래.

클로에

오웬, 봤어? 나, 제대로 눈 떴지?

오웬

눈을 떴다고 해야하나, 계속 떠있었어.

클로에

아하하! 감는 거 깜빡했다!

오웬

…무섭지 않아?

클로에

무섭지 않아! 라스티카를 믿고 있으니까!

라스티카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면서 클로에는 눈부신 웃음을 띄웠다.

클로에를 내려다보면서, 라스티카도 행복한 듯이 볼이 발그스름해졌다.

라스티카

자, 의자에서 일어나. 다음은 오웬의 차례, 순서 교대야.

클로에

네~! 오웬, 여기에 앉아!

오웬

카인

아직 무서워?

오웬

시끄럽네. 안 무서워.

카인

무서워도 괜찮잖아. 지금까지 상상한 적은 없었지만, 심장을 뽑히는 거랑 같은 일이니까.

오웬의 뺨이 굳어졌다. 똑같이 무지한 어시스트로이드로써, 잠자코 있을 수 없어서 나는 입을 열었다.

아키라

오웬, 제가 보고 있어요. 제대로 눈을 뜰 수 있도록, 제가 여기서 감시하고 있을게요.

오웬

…아키라가?

아키라

네. 신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같은 어시스트로이드 친분으로…

만개한 큰 나무의 꽃잎과 같은 색을 가진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무기질로 만들어졌으면서, 인공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눈동자로 쏘아보면서, 그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오웬

좋아. 내가 죽으면 내 소원을 들어줘. 그걸 먹어줘.

아키라

오웬…

오웬

먹으면서, 날 생각해.

카인

제대로 재기동 시켜서, 먹여준다고 했잖아!

숙연해진 우리들의 공기를 뿌리치는 것처럼, 카인이 말했다.

라스티카

잘 자, 오웬. 다시 보자.

천천히, 오웬은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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