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7화
카인이 데려다 준 곳은, 변두리에 있는 아담한 메인터넌스 숍이었다.
카인
도착했다! 여기가 내 친구, 라스티카의 가게야. 클로에, 클로에 있어?
클로에, 라고 불려나온 것은, 선명한 붉은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를 한 귀여운 웃는 얼굴의 젊은이었다.
클로에
누구? 아, 카인이다!
카인
오랜만이구나, 클로에! 네 주인님은? 일어나 있어?
클로에
일어나있어. 라스티카는 밤에 일어나. 오전중에는 잠들고.
카인
밤낮이 뒤바뀐 거구나. 엔지니어답네.
클로에
그 쪽의 아이들은?
클로에라고 불린 젊은이가, 나와 오웬을 돌아본다. 한순간이지만, 그의 눈동자가 빛난 기분이 들었다.
클로에
아… 희귀하네. 관리자 등록이 안 되어있구나. 프로토타입?
오웬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CBSC를 먹기 위해 여기에 왔을 뿐이야.
클로에
CBSC 좋아해? 그거, 맛있지! 나도 7번이나 먹어버렸어.
오웬
하? 자랑?
클로에
나는 클로에. 라스티카의 어시스트로이드인 클로에야. 너희들은?
오웬
오웬.
아키라
아키라예요.
클로에
오웬, 아키라, 잘 부탁해!
빨리 관리자 등록되면 좋겠네. 오너가 있으면 즐겁거든.
오웬
왜?
클로에
아주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중히 대해져서, 잔뜩 돌볼 수 있으니까. 라스티카, 손님이 왔어~!
클로에가 이름을 부르자, 안쪽에서 날씬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품위있고 우아한 분위기지만, 우리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클로에만 보고 있다.
라스티카
카인이 왔구나, 클로에. 뒤의 두 사람은…
클로에
어시스트로이드야.
카인
ID가 인식이 불가능한 어시스트로이드가 있거든. 오웬, 저기, 붉은 눈을 가진 녀석.
오웬
가리키지 마.
카인
당신이라면 읽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부탁할 수 없을까, 라스티카.
클로에
카인, 내가 말해줄 테니까 괜찮아. 잠깐만 기다려.
클로에는 같은 말을 정중하게 라스티카에게 설명했다. 라스티카는 끄덕이면서 귀를 기울였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라스티카는 신중하게 카인을 바라보았다. 딱딱한, 웃음을 띄우면서.
라스티카
좋은 밤, 카인. 오랜만이네.
카인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라스티카
괜찮아. 언제라도 환영해. 네가 상냥한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어. 만나서 기뻐.
하지만, 몸 쪽은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 반사적으로 긴장해버리고 말아.
눈을 맞추고 얘기를 할 때까지, 매번 시간이 오래 걸려서 미안하지만… 으쌰.
라스티카는 천천히 카인에게 팔을 두르고, 허그를 했다. 어색하지만 진심이 담긴 동작이다.
카인은 싱글벙글 웃은 채로, 라스티카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카인
알고 있어. 클로에도 당신도 정말 좋아해.
오웬… 저 빨간 눈을 가진 녀석이야. 저 녀석의 ID를 모르겠어서 말이야. 당신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라스티카
ID를 모른다… 모르는데도, 움직이는 거야? 무신호로 움직이는 건가.
카인
맞아. 딱히 무기는 소유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범죄와 관련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클로에
맡겨줘!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지켜줄게!
클로에는 멋있는 것 같은, 귀여운 것 같은, 신기한 포즈를 했다.
무심코 웃음을 터트리자, 라스티카와 눈이 맞았다. 그는 안심한 듯이, 상냥하게 미소짓는다. 봄 햇살 같은 눈빛이다.
라스티카
너도 어시스트로이드였구나. 인간이라고 생각해서, 긴장해버렸어… 미안해.
아키라
아, 아뇨…
라스티카
클로에는 최근에 스파이 영화에 빠져있거든. 본 적 있니? 베넷 와인의 사장이 모델인…
카인
바 주인이 전 에이전트고, 파이프가 7개 도구로 되어있는 녀석 말이지. 루틸이 재밌었다고 했어.
클로에
루틸이랑 미틸과 영화 코스튬 플레이 할 거야! 미스라도 빌려주겠대!
카인
그 커다란 어시스트로이드인가. 서민 가정에서 어시스트로이드가 있는 건 드무니까, 소중히 여겨지고 있잖아.
클로에
하트 재단의 복지 시설에서 활약하고 있어. 봐, 플로레스 형제, 그곳에서 봉사 활동하고 있으니까.
카인
그랬구나. 미틸이 어떤 상에 뽑혀서 리케 님과 사진을 찍었었지.
세 사람은 무척 사이가 좋은 것 같았다. 라스티카가 우리들을 돌아보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다.
그 이후로 눈을 피하는 일은 없었다. 우리들을 환영하는 것처럼, 상냥하게 미소지어준다.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엔지니어 라스티카예요. 가정용 로봇의 메인터넌스를 하고 있죠.
어시스트로이드를 다루기도 하지만, 펫 로봇이 많으려나.
아키라
펫 로봇… 고양이나 강아지 로봇이 있나요?
라스티카
네. 고양이형, 강아지형, 양형 같은 것도. 인간형에서 강아지형으로 변신하는 것도 있어요.
카인
라스티카는 솜씨가 좋으니까, 하이클래스로부터도 의뢰가 오거든. 오웬, 여기 와봐.
카인은 의자를 끌면서 오웬에게 손짓했다. 오웬은 순순히 그에게 다가간다.
오웬
뭐야?
카인
여기 앉아.
오웬
앉았어.
라스티카
그럼, IC칩을 뽑기 전에, 네 배터리를 뽑아서 일시정지 시킬게.
오웬
하아!? 싫어, 그런 거.
오웬은 엄청 사납고 무섭게 화를 냈다. 나는 그의 저항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들이 로봇이라면, 배터리는 심장같은 것이다. 그것을 뺀다는 건, 죽는 것과 같은 일이다.
라스티카는 놀라면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온화한 표정인 채로 상냥하게 오웬에게 말을 건다.
라스티카
배터리를 넣은 채로 IC칩을 뽑아버리면,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거든.
네 기능을 지키기 위해서야. 괜찮아, 금방 끝나. 15분도 안 걸려.
오웬
믿을 수 없어. 나는 이대로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어. 이 녀석은 고철로 만든다고도 했었고.
클로에
그랬어? 카인…
카인
내가 아니야! 내 동료가 말했어. 고철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런 곳까지 데려오지 않았어.
일어나려고 하는 오웬의 어깨를 누르면서, 카인은 타이르듯이 속삭였다.
카인
의식이 없는 건 15분 동안만이야. 순식간에 지나가지. ID를 조사하면 CBSC를 먹을 거잖아?
오웬
하지만, 그래도…
아키라
(아이스를 사주니까 주사를 맞으라고 설득당하는 아이같아…)
그때, 라보 안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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