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패러독스 로이드 17화

카인

오웬…!

오웬은 기세 좋게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대로, 질질 무너져 내렸다.

그의 뺨을 거칠게 움켜쥐고, 소년은 힘껏 벽 쪽으로 억눌렀다. 투명한 구속구로 오웬의 팔을 벽에 고정시킨다.

오웬

…읏!

스노우

피가로, 지금 ‘신의 번개’에게 연락하게나.

피가로

이미 연락했어요. 슬슬 도착할 때네요.

오웬

…큭, 나한테 붙은 게 아니었어? 스노우.

스노우

생각을 바꿨다네. 자네는 화이트를 만든 후에도, 미래 영겁, 화이트를 인질로 삼을 테니 말이야.

자네에게 계속 협박당하는 건 짜증난다네. 나도 자유롭지 못한 건 싫으니까.

피가로

이래야 스노우 님이죠. 그대로, 누르고 계셔주세요. 아아, 브래들리. 손 좀 빌려줘.

브래들리

…그 녀석을 어떻게 할 셈이냐. ‘신의 번개’라니?

피가로

큰 소리로는 말할 수 없지만, 뒷사회의 VIP로 우리들의 스폰서야. 그에게 의뢰해서, 오웬을 처분해달라고 할 거야.

아무리 손을 물렸다고 해도, 나는 이 아이에게 정이 있어. 스크랩은 할 수 없어.

하지만, 그 녀석이라면 최신형 병기를 구사해서 어둠에 매장시켜 줄 거야. 무기 상인이니까.

브래들리

경관 앞에서, 잘도 주절주절, 뒷사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구만.

오웬

죽이지 말아줘, 파파…

지나칠 정도로 비장한 시선으로, 오웬은 가르시아 박사에게 간원했다.

가르시아 박사는 슬픈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

피가로

무척 가슴이 아파.

오웬

…읏, 화이트와 함께 꿈에서 나올 거야!

스노우

화이트 쨩의 짝은 나인데 말이누…

카인

기다려 줘! 처분할 것까진 없잖아!?

피가로

…으, 시민이 다가왔다… 저기, 기분 나쁘게 했으면 정말 미안하지만, 눈을 돌린 채 대화해도 괜찮아…?

카인

너도 어시스트로이드 의존인가. 그런데도, 어째서, 간단히 처분한다고 말하는 거야!?

피가로

착각하지 말아줘. 결코, 간단하지 않아. 이번 일로 평생을 괴로워 하겠지.

자신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럼에도, 나는 인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해.

담담하게 말하는 가르시아 박사는, 마치 로봇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상처받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오웬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상냥하다.

인류를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가르시아 박사가, 가장 인간과 멀고…

죽이지 말아달라는 오웬은, 인류에게 있어서 위험 인자일 텐데도 몹시, 인간다웠다.

우리들의 경계는 어디일까?

피가로

인간을 무서워 해서, 어시스트로이드를 원했어. 그런데도 어시스트로이드에게 마음을… 자유를 부여하고, 신뢰를 맺고 싶어졌어.

배신당하는 것을, 상정외의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던 사람들이, 그들에게 휘둘리고 싶다고 바라기 시작한 거야.

가르시아 박사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스노우의 머리카락을 곱게 매만졌다.

피가로

그것은 행복한 기적이었어. …하지만, 자유에는 위험이 따라.

두 체 있었던 내 어시스트로이드는, 서로를 죽이고, 하나가 되어버렸어.

가르시아 박사는 눈을 내리깔았다. 스노우는 무구한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 보며 소원한다.

스노우

피가로여. 나와 대칭이 되는, 나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 주지 않겠는가.

한 번 더, 화이트와 만나게 해주지 않겠는가.

피가로

…화이트를 부수고 나서, 이 사람은 매일 같은 질문을 해.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지만…

같은 일을 반복할지도 몰라. 오웬도 그래. 탈주 사건을 일으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오웬

…이제 안 해. 하는 말 잘 들을 테니까…

피가로

아니, 비극은 반복되는 거야. 이걸로 끝을 내자. 스노우 님, 마나 플레이트를…

스노우

…음.

스노우가 앞으로 나아가며, 오웬의 가슴께 앞에 손을 올린다.

순간, 카인은 총을 갖췄다. 스노우를 향해 겨누었다.

스노우

애송이, 인간인데도 버그가 일어났나?

카인

…안 돼, 못본 체 할 수 없어. 오웬에게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면, 이건 살인이야.

오웬에게서 손을 떼. 나는 경관이다. 폭력 범죄를 미연에 막을 의무가 있어.

피가로

위법 제작된 어시스트로이드를 단속할 의무도 있잖아. 나는 죄를 저질렀어. 이 아이를 만들어서…

카인

죄라고 하지 마! 이 녀석이 듣고 있다고!

자신이 상처받은 것처럼, 카인은 목소리를 높였다.

오웬은 신기한 듯 그를 바라본다.

오웬

……

카인

죄라고 말할 정도라면, 마음 따위, 주지 않는 편이 좋았어!

마음을 가지고, 자유를 알았어. 그것은 인간이다. 나는 이 녀석을 보호할 거야. 인간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내 일이니까!

오웬

내가 인간…? 이 녀석,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한편, 브래들리는 총을 뽑은 카인을 슬쩍 보더니 한숨을 뱉었다.

브래들리

고지식한, 말괄량이 녀석…

그리고, 재빠르게 총을 뽑아 피가로에게 총구를 겨눴다.

브래들리

가세한다.

피가로

서장… 경찰이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건, 정말 정말 안 되는 일 아니야?

브래들리

스노우의 오너는 네 놈이잖냐. 나도 혼란스러워. 어느 쪽에 정의가 있는지.

아마도, 모두, 혼란스럽겠지. 다양한 입장이, 정의가, 법이, 교착한다.

자유를 바라는 어시스트로이드. 어시스트로이드를 인간이라 말하는 경관.

그리고, 어시스트로이드에게 마음을 부여한 과학자.

라스티카

……

클로에

오웬, 부럽다…! 카인, 나는? 나도 라스티카와 같은 인간이 될 수 있어?

불시에, 클로에가 눈을 반짝였다. 라스티카는 놀라더니 그를 바라본다.

라스티카

클로에… 인간이 되고 싶었니?

클로에

그야, 라스티카와 함께잖아! 함께 나이를 먹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않으면…

라스티카가 죽은 다음, 나는 영원히 혼자가 되어버려.

라스티카

…클로에…

라스티카는 숨을 삼켰다. 지금, 처음으로, 자신이 죽은 다음 클로에에 대해서 생각한 것처럼.

그는 몹시, 면목이 없는 것처럼 클로에를 바라본다. 그리고, 떨쳐내는 것처럼 모두를 둘러본다.

라스티카

…나도 오웬을, 처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피가로

라스티카…

라스티카

오웬은 미지의 위험이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를 초래하는, 트리거가 될 존재일지도 몰라.

죄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인간의 죄는 용서받는데 그들의 죄가 용서받지 못하는 건 이상해.

잘못한 어시스트로이드에게 겁먹고, 잘못한 인간들에게 분노하며, 상처받아, 그들은 자유를 싫어하고, 신용하는 것을 잊어버렸어.

예상외의 일이 없는 날들은 쾌적했지만, 하지만, 설레는 일은 없었어. 너도 그렇잖아?

피가로

……

라스티카

지금은 달라… 클로에의 예상외의 실패에, 이상한 아이디어에,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을 수 있어.

이번에, 나는 코스프레를 할 거야. 클로에와 함께. 이런 미래, 상상했어? 인류의 종말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하지만, 나는 행복해. 아주 약간의 용기와, 주의와, 배려로, 우리들은 분명,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

피가로

…동화처럼?

라스티카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말하자. 말할 수 있도록, 도망치지 말고 노력하자.

가르시아 박사의 눈동자가 약하게 흔들렸다. 그때, 계속 가만히 있던 히스클리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히스클리프

…제안하겠습니다. 시간을 들여, 법률을 정비하죠. 사람과 어시스트로이드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전문가를 초대해서, 시회의를 열고, 이 도시에 새로운 룰을 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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