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체를 탈피하고 장마당으로 나가라
예술 검열과 신앙은 아주 닮아있어
“난 혁명가가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거야.”
(아이브 레이)
#전위예술행보자 #죽음의경계 #제노모픽구조전환
명휘연
아스테리아 Asteria
33Y / F / 165 / 52
존속되던 페르소나의 전복. 필연적 리미노이드의 출현으로 미루어보자면 이것은 어떤 통과 의례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입에 담기에도 생소한 반구조성 형태가 삶을 구성한다. 면체로 구분하기엔 유동적이고 공간이 아닌 무의식으로 치부하기엔 신념에 그치지 않는. 이건 일종의 탈피였다. 정형화된 입방체는 자격을 입증해야만 하는 정형화된 공간이다. 고로 전복시키기엔 최악의 공간이다.
그리하여,
옴폭 패인 왼손의 약지
좌측 종아리에 철심을 박은 흉터 자국 하나
생장을 멈춘 회목의 가지
아방가르드를 빼앗긴 예술가의 말로는 곧 평범한 창작의 삶이라
곳곳에 숨겨둔 복선과 비꼼 그리고 사캐즘
『초-입방체 파괴하기』 , 2023
2011(6) 대학 입학 후 09년도 연극제에서 공연을 올린 작품 『어느 순교자의 XX』 을 상업극으로 올리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으나 최종 계약 단계에서 엎어졌다. 부대표 박탈의 사유와 비슷한 외압이 원인 것으로 (명휘연이 생각하기에) 추측된다.
2012(6) 모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 『불신지옥의 49일 재판』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재된 신앙에 대한 불안감과 신적 존재에 대한 실증적 회의를 다룬 블랙 코미디 작품으로, 대한민국 내부에 만연해있는 ‘불신에 대한 죄악’을 유머있게 꼬집어냈다는 평을 받아냈다.
2014(6) 극단 『부유』 입단. 입봉작은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으로, 발로쟈 役을 맡았다.
2016(6) 명휘연의 첫 연출작이자 본인의 신춘문예 당선작 『불신지옥의 49일 재판』 초연이 대학로 모 소극장에서 올라갔다.
2017(6) 두번째 창작 희곡 『초-입방체 파괴하기』를 완성했다.
2018(6) 중소극장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전념하던 명휘연이 20층 높이의 자택 아파트 옥상에서 실족하는 사건이 발생해 약 한 달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작 다리가 부러진 정도의 부상 뿐이었다. 자살 시도인지에 대한 질문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2019(6)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했다. 상대는 같은 극단 소속의 동료 배우로, 이전까지 열애설이 전무했던 명휘연의 행보를 생각했을 때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2021(6) 결혼 후 약 일 년 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2021년도 1월에 복귀를 알렸다. 연극 『갈매기』의 아르까지나 役을 맡았다.
2022(6) 남편과의 별거설이 암암리에 돌기 시작했다. 2022년도 여름, 지인의 신고로 자택에서 목 매달기를 시도하다 구조되었다. 원만하지 않은 결혼 생활이 원인이라 추측되었으나 명휘연은 극구 부정했다.
2023(6) 공식적으로 이혼했음을 발표했다. 연말에 자신의 두번째 희곡 『초-입방체 파괴하기』의 초연을 올렸다.
2024(6) 5월에도, 7월에도 죽지 않았다. 그 사이, 6월에 『어쩌면 유고로 남았을 지도 모르는 문장들』 이라는 제목의, 독백으로 구성된 일인극─실질적으론 말로 뱉는 유서─ 모음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명휘연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가상의 입을 빌려 하고픈 말을 주절거린다. 죽음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조리 실패했으니까.
가제 : 썩은 시체가 고향의 문을 두드렸다
2011(5) 대학 입학 후 벼락같은 신춘문예 달성은 곧바로 명휘연을 서울 소재의 중극장 당선작 초연으로 이끌었다. 당시 당선되었던 작품은 『소소한 죽음을 뇌까린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니셰린의 밴시’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하여 창의적인 죽음에 대한 변명과 유머를 담아냈다는 평이었다.
2014(5) 극단 『부유』입단. 대학 졸업 직후의 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재학할 당시 쌓았던 수상 실적이나 경력 차치하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행보에 대한 주변인들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낡아빠진 소극장에서 본격적으로 입봉작을 올렸다. 연극 『갈매기』에서 마샤 役 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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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 연극 배우 ‘명휘연’이 일순간 자취를 감추고 행방불명 됐다. 최측근도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17(5)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뜬금없이 명휘연의 목격담이 들려왔다. 진위여부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깨진 사진 한 장.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2018(5) 신춘문예 작품을 실었던 출판사 앞에 원고가 발송됐다. 제목은 『카뮈가 되지 말라』. 지은이 명휘연. 일종의 회고록이었다. 재판은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은 누락되어 행방이 묘연한 명휘연이 생존해있다는 유일한 증거인 그 책은 전국 각지에 비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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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 명휘연(으로 추정됨. 시체 훼손이 극심하여 신상 확보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다.)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 『카뮈가 되지 말라』의 전례 없는 흥행으로 귀국길에 올랐던 명휘연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2024년 05월 10일의 사고였다. 그녀의 시신은 유가족에게 무사히 인계되었고, 장례식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Side TRACK : 외면은 변형되어 결국 불행이 된다
2024(4) 명휘연(으로 추정됨. 시체 훼손이 극심하여 신상 확보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다.)이 출판사 앞에서 분신자살했다. 모든 직원이 출근한 시각인 오전 열 시. 타르와 신나를 뒤집어쓴 탓에 쉽게 불길을 제압할 수 없어 약 삼십 분간 연소했다. 사망추정 시각 2024년 7월 15일 오전 열 시부터 열 시 반 사이.
“죽음이 다가올 때를 깨달은 것 같아.”
“마치 이니셰린의 밴시처럼.”
“등이 굽진 않았지.”
“할머니도 아냐.”
“음흉한 건 비슷하네.”
“기억해. 그리고 이 모든 걸 승화시킬 방법을 떠올리면 돼.”
“제일 잘하는 방법으로.”
“…….”
Comment on the Drama : Words from Dramaturg (Who?)
2011(1) 대학 입학 후 중앙 연극 동아리 『소실』 에 입단하여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에 참가했다. 각본과 연기 분야에 참여해 만든 창작극 『고꾸라진 비극에 대하여』 는 여러 호평을 불러 일으키며 명휘연의 커리어의 시작을 밝혔다.
2015(1) 대학 졸업 직후 학교 선배의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극작가이자 배우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소극장과 중극장을 넘나들며 때로는 패기있고 언젠가는 오만하며 가끔은 끔찍한 행보를 보였다. 여러 평가가 명휘연을 구성했다.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낸 중론은 ‘심오한 인디의 매력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2017(1) 돌연 미국 유학을 택했다. 다양한 극장 문화와 전혀 다른 창작 환경을 마주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연극에만 국한되지 않은, 확장된 ‘행위 예술’에 골몰하며 자신의 분야를 넓혀갔다.
2018(1) 자신의 첫 상업극 『꼴사나운 ‘카니발’ism』 과 함께 귀국했다. 성공적인 초연을 올린 것과는 달리 이후 재연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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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연극 무대를 벗어나 매체 연기에 도전한다. 부천국제영화제 출품작으로, 30분 가량의 흑백 모놀로그 영화 『하소연』 . 감독은 휘연의 열일곱 연극제에서 올린 일인극의 독백을 인상깊게 봤다고 말했다.
2024(1) 이후 다시 연극 활동에 전념하다 7월 경 동쪽 해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둔기와 같은 치명적인 무기로 후두부를 가격당한 것. 사망 시기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시체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2011(2) 이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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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 7월 경 동쪽 해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날카로운 것으로 급소를 찔려 발생한 과다 출혈. 사망 시기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시체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2011(3) 이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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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 7월 경 동쪽 해안에서… (이하 동문. 한편, 동일 시각….)
“잠깐. 이대로 죽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네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아.”
“아, 맞네. 난 이미 죽었지.”
“너무 죽었지.”
“주마등을 스쳐 지나가는 이 대화독백를 기억해.”
“난 정말 카뮈(의 마르타)가 되어버렸구나.”
“전복시켜!”
“겨우 죽음을?”
“겨우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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