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쥬야코신쥬] 신쥬랑 야코가 술 마시고 키스하는 이야기
역량… 능력 부족으로 쓰다 말았음
두 사람이 만난 건 신쥬가 오프인 어느 평일 저녁이었다. 마침 야코도 무대에 서는 기간이 아니었기에 날이 잘 들어맞았다 할 수 있었다. 비가 연일 내리나 싶더니 지금은 완전히 그쳤다. 두꺼운 겉옷을 걸치지 않아도 따뜻한 날씨가 어엿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밤에 창문을 열어도 온기가 느껴지는 원룸에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갔다. 조심스럽게 꺼낸 옛날이야기나 근황 등 스타레스에서 막연히 하기 어려운 사적인 이야기들이 테이블 위로 오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어서인지, 아니면 술이 분위기를 만드는 건지, 술이 남지 않은 캔이 자연스레 하나둘 쌓여갔다. 이젠 조금 덥게 느껴지는 몽롱하게 몸을 감싼 온기가 꼭 봄 날씨 때문만은 아니게 되었다. 실로 되찾은 일상이란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코가 던진 발화는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공처럼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신쥬.”
“응, 왜 그래?”
“신쥬는 키스해본 적 있어?”
결국 잘못 던져진 공 같은 발화는 예상치 못하게 신쥬를 한방 갈겼다. 스트라이크, 일지도. 야구부였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 되는 날도 오는 걸까, 하고 야코는 생각했다. 날아올 당시의 힘이 얼얼하게 남아 신쥬는 잠시간 못들을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정적했다. 야코의 장난스럽고 도발적인 질문은 답을 듣지 못한 채 바람 빠진 공처럼 맥없이 나뒹굴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며 조용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야, 야코 갑자기 무슨 말이야?! 왜, 갑자기 그런걸….”
야코의 돌발 질문에 신쥬는 눈에 띄게 허둥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놀라서 총총 뛰는 참새 같았다. 놀라는 반응, 너무 정직하지 않아? 야코는 그런 신쥬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리곤 은근하게 웃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당황하는 건데? 이 정도는 평범하게 물어볼 수 있는 거잖아.”
야코가 태연스레 운을 띄워도 신쥬는 여전히 우물거릴 뿐이었다.
“그럼 야코, 는…. 해봤어?”
해봤어? 라고 묻는 말은 거의 속삭이는 것처럼 작았다. 이곳에 있는 건 둘 뿐인데도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서 야코는 그만 웃음이 샐뻔했다. 무심코 웃었다면 신쥬에게 뭐가 웃기냐며 질타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쥬는 이제는 성인인데도 한창 성에 관심만 있지 정작 경험은 없는 중학생쯤처럼 굴었다.
“궁금해?”
“아, 아니. 딱히 그런 건….”
“신쥬는 뭔가, 해본 적 없는 것 같네.”
“방금 그거, 놀린 거지?”
“아, 미안. 티 났나?”
“아! 오늘 야코 진짜 이상해! 왜 자꾸 놀리는 건데!”
신쥬가 참았던 숨을 터트리며 야코에게 달려들 기세로 말을 쏟아부었다. 신쥬는 안타깝게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야코는 마음이 조금 썼다.
“그래서, 궁금해?”
그렇게 말하며 야코는 신쥬를 슬쩍 건드렸다. 거기엔 신쥬가 흔들리길 바라는 야코의 은근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신쥬는 무슨 생각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그건, 하고 여전히 말꼬리를 흐렸다.
이 마음을 일방통행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야코는 신쥬와 거리를 좁히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랑 해볼래?”
에, 하고 얼빠진 소리가 신쥬에게서 흘러나왔다. 벌어진 입에서 미약하게 과일 술의 단내가 난다. 작은 태양 같은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굴렀다.
“야코, 취했어?”
“아니.”
“그럼, 야코는 진심이야…?”
야코의 두 눈동자가 올곧게, 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도록 신쥬를 향했다.
“응.”
신쥬는 뭔가 생각에 빠졌는지, 고민하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이내 술기운 때문인지 한층 붉은 얼굴로 시선을 슬그머니 돌리며 답했다.
“야코라면, 괜찮을지도.”
야코의 심장이 일순 덜컥였다. 방금 한 말, 무슨 의미일까. 당장 묻고 싶을 만큼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 답을 종용했다가는 그새 신쥬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웠다. 그래서 야코는 고민할 겨를 없이 정직하게 신쥬에게로 다가갔다.
긴장한 빛이 역력한 뺨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싸자, 몸이 잘게 떨리는 걸 야코는 느낄 수 있었다. 야코가 신쥬의 입술에 닿기 전, 돌연 멈춘 건 그런 신쥬를 배려하는 마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회하지 마.
야코는 그 말을 숨과 함께 속으로 삼키고 신쥬에게 입 맞췄다. 그 말은 곧 야코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입술은 신체에서 가장 여린 부위라는 말이 걸맞게 신쥬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맞대고 있는 부위는 환절기인데도 거칠게 느껴지는 곳 없이 적당히 수분을 머금고 있었다. 스타레스에 오기 전부터 그랬지만, 평소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 점이 무색하도록 신쥬의 턱은 빳빳하게 경직해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중이었다. 경험 없다는 거, 진짜였구나. 야코는 신쥬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어서 입술 근처에 가볍게 입 맞추길 반복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힘이 빠지질 않자 야코는 슬쩍 떨어지고서 신쥬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그렇게 굳어있기만 하면 나, 아무것도 못 하는데.”
말할 때마다 숨결이 생생히 느껴지는 거리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 렇게 말해도.”
“입 벌려줄래? 들어갈 거야.”
신쥬는 다른 생각이 낄 틈 없이 긴장과 수줍음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야코의 말과 체온이 머릿속에서 핑핑 돌아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신쥬의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만약 야코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신쥬는 평생 그 상태로 뻣뻣하게 굳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쥬는 그제야 야코의 말뜻을 겨우 이해하곤 야코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음….”
야코는 신쥬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신쥬의 여리고 따뜻한 점막이 야코를 맞이했다. 혀를 약하게 빨아들이자, 신쥬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평소 신쥬가 바르던 립밤 향과 탄산 과일 술의 청량하고 달콤한 향… 첫사랑과 키스하면 날법한 향기가 신쥬에게서 났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폐부를 가득 채워 긁어댔다. 자신의 것인지 신쥬의 것인지 모를 것이 깊은 곳에서부터 뭉근히 열을 지폈다. 숨을 교환할수록 가슴이 열기로 갑갑해져서 견디기 힘들었다. 신쥬도 가볍게 바르작거리는 게 느껴졌다. 야코는 갈 곳 없는 신쥬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촉촉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야코는 신쥬에게서 떨어졌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니 흐트러진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는 신쥬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인 사람을 이리저리 멋대로 주무른 보람이 있는 반응이었다. 자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엉망이 된 게 사랑스러웠다. 야코는 그만 신쥬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저지르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런 야코의 속을 대변하듯 신쥬의 눈도 열기가 넘실거린다.
“야… 코….”
신쥬가 고열로 어지러운 사람같이 입을 열었다. 야코도 숨을 고르며 신쥬의 뒷말을 가만히 기다렸다.
“한, 번만 더.”
뭐? 야코의 물음이 밖으로 나올 새 없이 신쥬에게 막혔다. 신쥬가 다급하게 달려들어 어깨를 붙든 손이 돌이라도 얹은 것처럼 단단했다. 신쥬, 잠깐만. 야코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대신 신쥬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신쥬는 야코의 의시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신쥬는 나는 법을 막 배운 새끼 새처럼 움직임은 야코를 모방하고 있었다. 입술을 맞물리고 파고드는 일련의 것들. 탐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 야코와의 키스에 매달렸다. 그러니까 신쥬는, 야코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완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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