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장미와 수국

로즈데이 기념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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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 류청우x꽃집 사장 류건우 au

딸랑, 소리가 들리면 류건우는 꽃을 돌보던 손을 멈추고 유리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러면 무언가를 돌보는 사람이 보이는, 정확히는 류건우가 저보다 약한 것을 돌볼 때 보이는 부드러운 눈이 류청우를 담는다. 그러면 류청우는 그 커다란 몸과 그 몸에 내재된 힘을 보이지 않게 숨기고는 앳된 웃음을 띄우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류청우가 류건우를 좋아해서.

류청우와 류건우가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류청우는 찢어진 셔츠에 대한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류건우를 찾았을 때 큰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문전박대까지 각오했을 정도로. 그러나 류건우는 그때 있었던 일을 잊기라도 한 듯 차분한 태도로 류청우를 맞이했고, 그 태도에 끌린 류청우는 이후로 종종 류건우의 가게에 들러 그날그날 류건우가 추천하는 꽃을 사들고 돌아가고는 했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싹트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류건우가 류청우의 목표가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류건우는 가시를 두른 것 같으면서도 끝끝내 제게 다가오는 온기를 놓치지 못하는 다정한 사람이었고, 류청우는 한없이 다정하면서도 목표를 놓쳐본 적 없는 사격자였으니까.

류청우는 카운터 근처에 놓인 장미를 보고는 문득 떠오른 옛 일을 가만히 음미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류청우에게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냐고 묻기 전까지.

"너 무슨 일 있냐? 표정이 폈네."

"아, 형."

"오냐. 오늘은 별일 없었냐. 밥은 먹었고?"

"아직 안 먹었어요. 형은요?"

"나도. 밥 먹고 가라."

"네."

얌전히 대답한 류청우가 특유의 미소를 피우자, 류건우는 픽 웃고는 류청우의 머리를 물기 어린 손으로 슥슥 쓰다듬었다. 그 손끝에 작은 밴드가 붙어있는 것을 류청우가 보기 전까지.

"형, 다쳤어요?"

"어? ... 아, 이거. 아까 다듬다가 좀 찔려서. 별거 아닌데 봤네."

류청우는 대답없이 류건우의 손을 조심조심 어루만졌다. 평소에 꽃을 사들고 갈 땐 투박하게까지 보이던 손이었는데, 류건우의 손을 만질 땐 꽃잎보다도 섬세한 것을 다루듯 약한 그 손길에 류건우가 또 웃었다. 얼마간 어리광을 받아주던 류건우가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아, 소리를 냈다.

"오늘은 장미 어떠냐."

"좋은 거라도 들어왔어요?"

"어, 그것도 있고. 잠깐."

류건우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슥 빼내고는 냉장실에 있던 붉은 장미 몇 송이를 꺼내들었다. 탐스럽게 피어나려는 어린 장미의 꽃잎 사이사이로 동그랗고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화려하고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는 꽃의 줄기와 가시를 적당히 쳐낸 류건우가 금세 작은 다발을 만들었다. 붉은 장미를 둘러싼 뭔지 모를 푸른 것의 향이 짙은 장미향과 어우러져 꼭 깊은 숲 속에 있는 장미 정원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저를 보는 류청우에게 류건우가 꽃다발을 건넸다.

"오늘이 로즈데이라던데. 사람들이 많이 사 가더라고."

붉어진 목덜미를 연신 쓸어내리는 류건우와 꽃다발을 번갈아 보던 류청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곧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꽃다발을 들어올린 류청우는 여전히 쑥스러워하는 류건우의 이마에 입술을 가볍게 댔다 떼고는 가게 안을 휙 둘러보았다.

"사장님, 저 꽃도 파시나요?"

"수국 말씀이십니까?"

"아하."

류청우는 가게 한편에 있는 보랏빛 수국을 가리켰고, 그걸 본 류건우는 침음을 삼켰다. 저 선택에 별 뜻 없다는 건 누구보다도 류건우가 잘 알았으니까. 그래서 류건우는 류청우의 손끝을 적당히 움직여 다른 꽃을 가리켰다. 어차피 수국을 고른 이상 색은 류건우가 원하는 대로 골라도 상관없을 테니.

"저 색은 어떠신가요."

"저것도 좋아요, 형."

"그럼 저것도?"

"네, 부탁해요."

류건우는 천천히 푸른 수국을 꺼내들었다. 시든 부분과 긴 줄기를 쳐내고 가볍게 포장한 그것을 류청우의 손에 쥐여주자, 류청우는 고개를 숙여 향기를 한번 맡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꽃을 다시 류건우에게 건넸다.

"이건 형 꽃이에요. 하루종일 장미만 만졌을 것 같아서."

"... 어, 그래. 고맙다."

받은 사람은 묘한데, 정작 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아서. 류건우는 잠자코 수국 다발을 안아들었다. 어쨌든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꽃을 선물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까. 물론 그건 류건우의 손을 탄 꽃이었지만.

"가자. 배고프겠다."

"네, 형."

한 손에는 장미를, 한 손에는 류건우의 손을 잡은 류청우가 온순하게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꽃을 받은 오늘은, 류청우의 기분 좋은 날이었다.


화병에 꽂아둔 장미의 붉은 꽃잎이 힘없이 톡, 톡 떨어지는 것을 보며 류청우는 그 꽃을 제게 준 사람을 떠올렸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꽃잎이 마치 자신의 붉은 손끝을 책망하는 것만 같아서, 류청우는 떨어지는 꽃처럼 고개를 떨궜다.


오늘이 마침 로즈데이라더라구요? 언젠가 쓸 것 같은 au인데 마침 괜찮을 것 같은 소재가 있길래 급히 써봅니당

오늘도 해피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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