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오해의 이유

청벨AU 고1 류청우x고3 류건우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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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손을 안 댈 것 같아서... 그냥 업로드합니당 애매하게 끊김 주의


"너 맨날 류건우 찾는 걔지. 어, 그러니까... 류청우. 오늘 류건우 학교 안 왔어. 연희대 면접 보러 간댔는데."

예상치 못한 이야기라는 듯 멍하니 서서 눈을 껌벅이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하고 중얼거린 류청우는 대답해준 선배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도망치듯 떠났다. 류청우가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교실의 저편 구석에서 류건우가 기어나왔다. 면접보러 갔다는 건 순 거짓말이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류건우의 옷차림은 평소답지 못하게 흐트러진 채였다.

"갔어, 나와도 돼. 근데 쟤 오늘따라 기분 안 좋아보이는데?"

"어, 고맙다.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왜? 쟤 맨날 너만 졸졸 따라다니잖아."

"진짜 별 것 아니라고."

"아이고, 그래. 알았다, 안 물어볼게."

류건우는 등을 툭 치고 지나가는 친구를 괜히 흘겨보았다. 이 미묘한 기류의 원인이 이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둘이 친구라는 걸 류청우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남의 여자친구 선물을 같이 골라주는 그 장면만이, 하필이면 친구놈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저 혼자 고르고 있는 그 장면만이 류청우의 눈에 띌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결국 그 일에 대한 딜로 류청우의 눈을 잠깐 돌려달라는 딜을 훌륭하게 수행해준 것도 그 친구 녀석이긴 했지만, 애초에 안 들켰으면 되는 문제 아닌가.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생각을 류건우는 굳이 틀어막지 않았다. 막아봤자 또 금세 딴생각에 잠기는 것도 싫었고, 어차피 그래봐야 류청우 생각밖에 더 하겠냐고.

사실 돌아보면 정말 별것 아니었다. 류청우와 류건우는 그냥 친한 선후배 관계일 뿐이고, 류건우와 이 친구는 계열이 나뉜 작년부터 같은 반이었던데다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친구 관계였을 뿐이니까. 무슨 말이냐면 시간도 여유도 모자란 불쌍한 고3 친구에게 같은 고3인 류건우가 동병상련의 정을 발휘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야자를 뺄 순 없어서 석식 시간을 빼서 다녀왔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류건우가 류청우와 함께 석식을 먹는 요일이었을 뿐이었다. 하필이면 또 그날은 친구 녀석의 500일이 꼭 일주일 남은 날이었던 것 뿐이었고. 진짜, 정말로, 류건우의 올 1등급 모의고사 성적에 걸고 맹세코 그것뿐이었는데. 그럼에도 류건우가 류청우를 피하는 이유는 그때 류청우가 지은 표정 때문이었다. 가라앉은 얼굴로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긴 류건우를 보던 친구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류건우의 등짝을 팡팡 쳤다.

"근데 그런 건 피하기만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나도 그것 때문에 몇 번을 깨질 뻔했는지 몰라. 이 형님이 말하는 대로 함 해봐. 너도 류청우랑 이렇게 지내긴 좀 그렇잖아."

"뭔 소리야."

"너 원래 시험 전날에도 기가 막히게 잘 자고 오는 놈인 걸 내가 모르냐. 근데 그때 이후로, 어? 딱 봐도 쟤 때문에 밤 꼴딱 새운 얼굴인데. 너 지금 다크서클이 여기까지 내려왔어."

친구가 손가락을 눈 아래부터 턱끝까지 쓸어낸 탓에 제법 우습게 일그러진 얼굴을 본 류건우는 고개를 저었지만, 친구는 여전히 진지했다.

"내 말대로 했는데도 류청우가 계속 저러면 내가 너 하루동안 형님으로 모신다."

"됐어."

"뭐야, 류건우 쫄리냐?"

"알았어, 한다."

도발 한 번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결정에 친구는 낄낄 웃었다. 류건우는 잠시 친구를 노려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하여간 도발엔 약해가지고. 근데 뭐, 별건 아니고."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류건우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류건우가 중간중간 질색하는 얼굴로 돌아보긴 했지만, 친구는 굴하지 않았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느냐는 류건우의 자신없는 목소리에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인 친구가 류건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효과 없으면 내가 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그리 몽땅 알차게 잘 써주겠다고 결심한 류건우가 펜을 들었다. 어느덧 쉬는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었다.

- 오늘 저녁?

- 네

다음날, 최대한 평소처럼 보낸 문자에 류청우는 순순히 평소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류건우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약속한 시간이 곧이었다.

"긴장되냐?"

"아니."

"햐, 내가 류건우 긴장하는 걸 다 보고. 모의고사 때도 긴장 안 하던 놈인데."

"야."

친구와 가볍게 실랑이를 벌이던 류건우는 저 멀리서 류청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류청우 역시 류건우를 발견했는지 손을 흔들고는 뛰어오기 시작했다.

"건투를 빈다, 류건우."

"오냐."

친구가 자리를 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류청우가 도착했다. 꽤 먼 거리를 빠르게 돌파했는데도 숨이 차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 류청우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은 류건우는 류청우를 데리고 교문을 나섰다. 그 손길에 조금 놀랐는지 평소보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류청우가 물었다.

"형, 어디 가요?"

"밥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살게."

"네?"

"뭐 먹고싶은 거 있냐."

"어, 오늘 석식 메뉴 나쁘지 않던데요, 형."

잡힌 옷소매를 물끄러미 보던 류건우가 피식 웃었다.

"급식이 그래봐야 급식이지. 뭔데?"

"감자탕 나오고, 후식은 비X뜨였어요."

"..."

뒷통수라도 거하게 맞은 듯 눈을 깜박이던 류건우는 못 들은 척 고개를 스윽 돌리고는 잡힌 옷소매를 끌며 류청우와 함께 교문을 나섰다. 급식으로 나오는 감자탕은 별로 맛없다는 별 의미 없는 핑계까지 대 가면서. 류청우는 익숙지 않은 류건우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면서도, 금세 기분 좋다는 듯 눈을 휘며 밝게 웃었다. 류청우에겐 지금 류건우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류건우의 새하얀 목덜미가 붉어진 건 주홍빛 노을 아래서도 선명하게 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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