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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님 드림 소설 작업물 일부 발췌 / 24.02.29

선명히 새겨진 의미 모를 마루고토 멜론 글자를 탕탕 친 후 차체에 오른다. 그래서? I가 곧바로 질문을 던진다. 안전벨트 버클을 잠그면서 질문을 잇는다. 둘이 무슨 사인데? 언제나 같은 티격태격 실없는 입씨름이 다시 붙는다. 그런 귀여운 사람을 혼자서만 알고 있고 말이야. 그리고 문장의 방향이 변했다 (물론 더 이상 질문은 아닌 것 같았지만). 왜 나한테는 소개 안 해줬어!

쾅! S가 주먹으로 문을 대충 내려친다. 어우, 무서워라.

 

진짜 시끄러워, 나도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니란 말이야.

흐응. 치정극?

 

황당한 표정이 S의 얼굴 위를 가득 차지한다. 겠냐? 아까의 어린 아이 시체나 다시 생각하려 애를 쓴다. 부러 눈을 감고 창문으로 고개를 대 눈을 감는다. 이제는 옆의 사람이 불평하건 뭘 하건 말을 맞춰 줄 기력도 없다. 됐어, 운전이나 해. 기댄 고개가 돌아가서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생각을 돌리는 데에는 결국 실패했다. 물론 잘 알지는 못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S는 C를 지독하게 아주 잘 알고 있다.

 기억이 아주 선명하지는 않다. 익숙한 상황이었겠지. 인사해라, 앞으로 우리랑 함께하게 될 C다. 여느 신입을 맞이하는 것 같이. 그리고 그때 들었던 C의 첫 마디는. 안녕하세여, 잘 부탁드림다! 풉! 씩씩한 소리에 목구멍 안으로 넘기던 커피를 그대로 뿜고야 말았다. 저거, 저거 어떡하지. 잔잔하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저 껄렁함은, 좋은 말로 하면 저 당당함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우수한 원칙주의자 S는 이해할 수 없었다. 패기라고 해야 할지, 혹은 개성이라고 해야 할지. 한숨을 쉬었다. 요즘 어린애들은 말이야. 사회생활을 어떻게 배워 온 건지. 엄격한 동네 아저씨 같은 소리도 빼먹지 않았다.

C는 곧바로 말을 붙여 왔다.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도 사교성이 좋은 사람인 것은 확실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크고 작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무 어려움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곧잘 적응하는 모습이 사람에 익숙하다는 태가 났다. 말투나 행동이 양키마냥 제멋대로인 것 치고는 제법 예의도 있고 사람을 대하는 법도 아는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그런 소리가 있다. 첫인상이 좋은 사람이면 조금만 안 좋은 소리를 해도 바로 나쁜 사람이고 꼰대가 된다고. 반대로 첫인상이 안 좋은 사람은 조금만 착한 말을 하면 곧바로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는 것도. 사토이 치에는 후자의 사람이었다. 불량한 행동은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에 덮혀 최종 감상은 결국 호감으로 변했다. 그때의 이미지는 대략 이랬다. 희한해도 귀여운 애.

예상외로 정의로운 C는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었다. 형사이기 때문일까, 그런 직업적인 이유가 같이 붙어 있던 걸까. 어느새 옆에 붙어 할 수 있는 건 하나씩 더 알려주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챙긴 적이 있던가? 생각은 혼란스러워도 억지로 징정시켰다. 후배라서 그래, 나는 좋은 선배니까. 새로 온 후배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착한 선배라서 그랬다.

가까이 지내는 시간이 하루 이틀 삼 일 또 쌓여갈수록 사이가 가까워지는 건 당연할 일이다. 일 났다. 큰일이 났다. 문제를 인식하기에는 이미 늦은 때였다. 종국엔 처음 느꼈던 그 불량함도 매력으로 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어디… 갭 모에같은 거. C는 결국 일상에 스며들어서 함께 있는 시간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점점 사이의 거리가 가깝게 붙을수록 따로 밥을 사달라는 소리도 술을 먹자고 하는 소리도 자연스럽게 전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단체로 나갈 일이 있어도 둘씩 앉거나, 나아가 둘씩 밖에서 만나는 일도 잦아지게 됐다. 더 이상 좋은 선배로는 가릴 수 없는 거리였다. 주위에서는 이미 아주 가까운 자리의 사람도 아닌데 무슨 신경을 그렇게까지 쓰냐고 코멘트를 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그걸 모르는 것조차 아니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우겨 밀고 나간다. 내가 좋으니까 어쩔 수 없다. 마음이 가니까, 가볍게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렇게 합리화가 가능한 이유를 만들었다.

 

각설, C는 비중이 제법 큰 사람이다. 객관적인 시간의 길이만을 놓고 본다면 몇 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속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사건들이 많이 들어차 있어 함께 한 일들이 많았다. 세간에는 또한 그러한 말도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싶다면 함께 해 본 추억이 될 이벤트가 많아야 한다고. 예를 들어, 바닷가에서 키스를 해 보면 다음번 바닷가에 가게 될 때는 줄곧 가지고 있던 기억 탓에 자연스레 상대를 떠올리게 되리라. 우리는 함께한 이벤트가 많았다. 가고 싶다며 기꺼이 따라간 요릿집도 있었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술집도 있었다. 물론 바쁘게 돌아가는 형사 나리의 일상 내에서 타인들과 같은 대단하게 커다란 이벤트를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데이트스럽지 않은 일과였을 확률이 되려 컸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기꺼이 청춘이라 부른다. 나는 그때를 흔쾌히 청춘이라 칭한다.

 

 

…S. 어이, S!

 

운전석의 시끄러운 소리에 S는 창문에 댔던 고개를 든다. 어? 너 있잖아, 아까 걔 만나고 나서부터 상태가 좀 이상한 거 아니냐. 드물게 걱정하는 소리가 들어온다. 애써 외면해서 눈을 꾹 감았다. 아니야, 아니야 됐어. 그런 거 하나도 아니고, …단순히 머리가 아픈 거다. 평소답지 않은 핑계에 눈치가 빠른 I는 고집스럽게 질문을 덧붙인다. 거짓말이지? 역시 일이 있던 사람이지? 다시 끝없이 이어진다… 왜? 어디서? 언제 만났는데? 무슨 사이? 어쩌다가? 그리고 하나 더….

그만!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너 이 자식, 이제는 눈치도 못 쓰게 됐어. 엥? 반문에 답변을 못 박는다. 어, 꽝이야. 에이! 열을 이기지 못한 I는 혼자서 과잉 반응, 폭발한다. 단순한 새끼. 창을 열어 그 위 팔을 얹는다. 머리가 아픈 사람의 액션을 취한다. 턱을 괴곤 얼굴로 부는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춥네. 날씨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읊었다.

 

 

그날만은 똑똑히 기억한다. 첫인상은 조금 흐릿할지라도 이쪽 사건은 문장 요소 음절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머리에 다시 떠오른다. 수사 1과의 파트너 살인자 S에게는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기억이 크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후회에서 비롯된 그러지 않았으면, 혹은 이랬으면. K에 대한 후회와 설움, 미안함, 그로부터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감정과 일들. 두 번째는 그 자식은, 분노의 호칭으로 시작하는 원망의 말들. 정신이 있는 건지, 뭐 하자는 건지. 복잡한 머리를 싸매고 겨우 앉아있는 사람에게 위로 한 마디는 못 해줄망정 헛소리를 곧잘 뱉고만 있는 사람에 대한… 분노와 원망, 적대. 역시 싫어. 전반의 남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들. 형사 S가 사람을 믿지 않는 이유 두 번째.

 

 

죽은 눈을 하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이내 의자를 끌어 거리를 좁혔다가 이번엔 책상에 고개를 묻는다. 어제 겨우 전송된 시말서를 화면에 띄워 놓고 죽일 듯이 노려본다. 당장이라도 손으로 화면을 부술 듯이 노려본다. 너 이 새끼야.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건 안다. 문제가 아주 시작된 원흉은 그쪽임을 안다. K였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후회는 지워지지 않는다. 필히 내 문제도 있을 것이다. 아마 내 탓이 맞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는 일반인조차 아니다. 형사가.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직업을 가지고서 옆에 있는 사람 하나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다. 자학의 여러 생각이 뒤섞여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나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고정되지 못한 채 시시각각 변하는 심정과 정신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한 발짝 떨어진 사람이라면 그 누가 봐도 얌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마냥 군다. 응,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다. 나는, 나는 어떻게. 나는 무엇을. 절망이 감정을 죽인다.

 

S 씨?

 

익숙한 소리에 고래를 든다. 익숙한 단어, 익숙한 목소리. 한순간 현실로 끌어지는 느낌이 이질적이다. 평소와 같이 C를 맞는 것을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묻는다. 왜? 머리통이 둔탁하게 책상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책상 위에 얼굴을 붙여 고개를 내민 C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마주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얼굴을 들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숨긴다.

있잖아여. 평소와 같은 태평한 소리. 응. 와중에도 성실하게 대답은 하는 자신이 웃긴다. C는 책상 위 볼펜을 만지작대면서 실없는 소리를 했다. 끊임없이. 계속 찾고 있었는데 안 보여서 어디 갔나 했어요. 처음에 바로 K 씨의 집으로 달려갔다가, 이미 선배는 없다는 거야, 어디 갔다는 거예여. 그걸 듣고. 뭐지? 완전 빠르다. 어디 있는지 몰라서 무작정 달렸잖아. 선배가 좋아하는, 그런 장소들. 술 먹고 있나? 그것도 걱정했고. 어쩌고 저쩌고. 지치지도 않는지. 평소와 같은 수다쟁이의 문장들도 필요 없이 짜증만을 돋궜다. 모든 게 다 신경에 엇나가 거슬린다. 단어의 선택도 짜증나고 배열도 짜증이 났다. 영 관계없는 소리만 줄창 늘어놓는 건 어디서 배운 싸가지 없는 버릇인가 싶었다. 니가 뭘 했는지는 하나도 안 궁금한데. 안 그래도 아픈 머리를 부여잡은 사람 앞에서 종알종알 떠드는 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 이제는 익숙해 괜찮다 넘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말투조차 거슬린다. 한때는 좋아했던 모든 C의 특성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마를 짚는다, 한숨을 이어 한숨, 안다.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 이 상태로는 사토이 치에를 마주해도 짜증밖에 더 날 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손짓한다. 그냥 가라. 경고를 반절 부탁을 반절 담아서 손등을 위로 손을 휘적인다. 도움 안 되는 C는 끄떡없이 자리를 지킨다. 떠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젠 아주 골이 아프다. 팔 안에서 작게 한숨을 내쉰다.

 

 

S 씨.

왜.

……뭐.

저는 S 씨가 살인범이어도 괜찮아요.

 

뭐? 황당함에 고개를 처든다. 바로 마주한 얼굴은 안쓰러움이나 위로가 아니라, 이게 뭐야. 시름시름 죽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쁨이나 환희가 가득했다.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됐다.

알고 있던 C는 행실이 껄렁하지만 속은 좋은 사람이었다. 약간 양키같지만 할 일은 항상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 우수한 형사였으며 마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C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 봐도 할 수가 없다. 저런 웃음은 과연 파트너를 잃은 사람의 앞에서 해도 되는 표정인가? 다른 무엇보다. 내가 진짜로 K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르겠어, 혼란스러워. C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여기는지도, 하나도 알 수가 없게 됐다. 분명 좋은 선배처럼 대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친절한 선배처럼 잘 챙겨줬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었다. 실망. 회의, 다시. 분노와 원망, 적대. 전반의 부정적인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쌓아 온 관계나 좋은 인상은 전부 무너져 내렸다. 내가 왜 사람을 믿었더라, 내가 왜 C를 믿었더라. 원점, C는 더 이상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악인이 됐다. 썩어가는 속에도 여전히 C는 웃고 있다. 다시 정의한다. 짜증 나. 한껏 얼굴을 구기고 마주본다. 그냥 가라. 같잖은 소리도 하지 말고.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모진 소리에도 C는 여전히 붙어 온다. 그치마안.

 

  그치만여. 나는 지금 S 쨩이 어떤 사람이든 다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다고 하는 건데.

 

  침묵. 머리라도 한 대 내려치고 싶은 것을 기꺼이 참는다. 모든 게 무너져 망가진 마음에서 더 이상 C에게 바라는 건 오로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묻고 싶다. 너에게 나는 뭐였어? C는 물론 그것을 애정이라 정의했다. 눈을 내려 감았다. 웃기지 마. 만에 하나 네가 지금 당장 나한테 아주 조금의 애정이라도 남아 있다면, 만일 그렇다면.

 

 

힘든 사람 괴롭히지나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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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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