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발아(發芽)
톨+남밀
여기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들고 있는 사람과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모양과 색상을 뽐내는 막대사탕에서 그는 입술을 뗐다. 발끈해서 제게로 걸어오는 상대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던 톨비쉬의 손에서, 밀레시안은 막대사탕을 낚아채 그대로 뒤로 던져버렸다. 파삭,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톨비쉬에게 고정된 시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몇 초 후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지만 톨비쉬는 일부러 그 감각을 멀리 밀어냈다.
“내려와.”
눈높이를 맞추고 싶은 것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은 반만 맞았던 모양이다. 바닥에 발을 딛고 허리를 숙이기 무섭게, 두 팔이 뻗어와 목에 감겨들었다. 맞춰진 것은 눈높이가 아니라 서로의 입술이다.
토라진 듯한 기색과는 달리 입맞춤에선 나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술끼리만 맞닿는, 깜찍한 버드 키스였다. 이제 어떻게 할까. 톨비쉬는 벌써 두 번째로 그런 생각을 했다.
한 손으로 옆얼굴을 감싸고 새 부리처럼 살짝 나온 상대의 윗입술을 제 입술 사이로 부드럽게 빨아들이면, 양쪽 어깨가 놀란 듯이 튀었다가 이내 목에 둘린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뺨에 닿는 숨결이 간지러웠다. 어른의 행동을 따라 하는 아이처럼, 제 입술의 움직임을 그대로 흉내 내 윗입술의 점막에 닿아오는 밀레시안의 모습에 톨비쉬는 목 안쪽을 울리며 쿡쿡 웃었다. 이번에는 아랫입술을. 톨비쉬는 비어 있던 한쪽 팔로 소년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이것도 따라 할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이번엔 혀를 써서 입술을 핥아 본다. 초점이 맞지 않는 거리에서 상대의 눈꺼풀이 떨리는 것이 보여서, 톨비쉬는 그제야 자신이 여태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짝 댄 손을 움직여 턱을 좀 더 들게 하고 혀를 밀레시안의 입안으로 밀어 넣은 뒤에는,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그의 반응을 기다릴 여유가 사라졌다.
치열을 지나 상악을 더듬던 혀는 주인의 의지를 따라 안쪽으로, 안쪽으로 침범해 간다. 그 움직임을 따라오려는 것인지 막으려는 것인지 잘 모를 상대의 조그만 혀는 이내 힘을 잃었다. 벌려진 입가로 멋대로 타액이 흐르고, 머릿속에 좁고 어두운, 그렇지만 뜨거운 동굴 같은 것이 그려졌다. 더, 깊이, 깊은 곳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생리적인 눈물에 젖은 눈이 순간적으로 빛을 잃었다.
“……밀레시안.”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붙잡으려 팔에 힘을 주고 입술을 떼자, 곧이어 힘겨운 기침 소리가 들렸다. 톨비쉬는 그의 등을 쓸어주며 기침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이내 충분한 산소를 확보했는지, 소년은 눈물과 타액으로 젖은 얼굴을 손등으로 아무렇게나 닦고는 톨비쉬의 발치에 주저앉았다.
“미안합니다. 너무 집중해서.”
침범하는 기쁨에, 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는다. 대신 자신도 바닥에 앉아서 밀레시안에게 무릎을 내주었다. 허리를 살짝 끌어당기자, 그는 저항하지 않고 무릎 위에 올라와 앉아서 톨비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어느 쪽도 입을 열지 않았으므로, 성소에서 들리는 것은 수원지의 물소리뿐이었다. 언젠가 밀레시안이 말한 신성력이 공명하며 내는 음률은 톨비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당신이 있으면 성소에서 사과 향이 나. 그것도 그가 한 말이었다. 톨비쉬와는 신성력을 감지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았다.
“……아랫배가”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밀레시안이었다.
“요즘은 당신을 생각하면 가끔 아랫배가 뜨거워져.”
방금도. 무의식인지 아랫배에 대고 있는 소년의 손 위로 톨비쉬는 제 손을 겹쳤다.
마치 이곳의 신들처럼, 수면욕과 식욕과 배설욕이 기호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희박한, 이 별에서 온 여행자에게.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이 생식능력이 주어지지 않아 번식이 불가능한 용병의 육체에.
싹트고 있는 욕구.
아마도 그것은 톨비쉬가 그에게 가지는 호기심이나, 그를 침범하며 느끼는 어두운 기쁨과 비슷한 곳을 뿌리로 두고 움트는 것이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도……그렇습니다.”
귓가에 속삭이듯이 그렇게 말하자, 소년은 항의하는 것처럼 피부를 드러낸 톨비쉬의 어깨를 살짝 깨물고는 쿡쿡 웃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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