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답답해서 씁니다
이런 이야기 한국 사람이 해 봤자 백만 싸불이 예상되지만서도...
미즈키 시게루의 비판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일본 군국주의가 표방한 그 뒷면에 군국주의라는 체제가 얼마나 ‘신민’들을 억압하고 바보 취급하고 철저하게 무시했는지를 사정없이 폭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나조도 그런 계보를 이어가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일본인이 하는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이런 전통 아래에 세워져 있습니다. 일본인에게 일본 군국주의라는 체제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자유를 빼앗기고 천황이라는 이념에 세뇌당해서 전쟁에 나간 결과 얼마나 큰 흉터를 입었는지, 그래서 그 알량한 ‘신민’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억압당했고 짐승이 되었는지 등등. 이런 비판이 한국인에게는 결국 “식민지인 우리는 더 불행했어!”라는 반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 역시 이랬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파시즘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지, ‘집단’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사람을 짐승으로 내모는지 모른다면 사실 파시즘에 대한 비판,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 독재에 대한 비판은 의미가 없지요.
호사카 마사야스의 『쇼와 육군』에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유주의자로서 일본 군국주의 체제를 비판하지만 결국 카미카제로 죽고 마는 젊은이의 이야기요. 그때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얼마나 군국주의가 개인을 억압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에 드러나는 정신과도 상통하는 바이고, 어떻게 보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폭로이자 비판이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그러니까……. 일본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파시즘을 받아들였다,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런 논리라면 저는 그냥 머 그러려니 했을 거예요. 어느 측면에서 맞는 말이라고도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비판을 담은 연구서도 갖고 있고요. 그런데 그런 논리는 딱히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본군=가해자=일본 군국주의라는 논리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군 개인을 따진다면, 당연히 그들은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죠. 하지만 중국귀환자연락회(약칭 중귀련)처럼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그것을 고백하고 치열하게 평화와 반전을 이야기하는, 그래서 일본 사회에서는 외면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군=가해자=일본 군국주의라는 속 편한 도식으로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러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에도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제국주의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농담 한 번 씨게 잘못했다가 그분들께 꾸짖을갈! 당한 사람으로서 장담할 수 있어요. 나가사키에 조선인과 중국인이 포함된 위령비를 세우고, 연세가 드셔서 무릎이 아프신데도 평화를 위해서 계속 한국인과 교류하고 제국주의의 현실을 후대에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이 계속 고발하는 것도 일본 군국주의가 얼마나 사람을 억압하고 무시하는 체제였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식민지에 대한 반성,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 모두 그 궤를 같이 하고요.
그 사람들의 노력을 우습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이야기 쓰지 말까 했는데…… 예상되는 건 백만 싸불이고 저 사람 친일파다 뭐 그런 소리라. 그래도 공개적으로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써 봤습니다. 다음에는 미즈치치 써서 들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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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예의바른 도마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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