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월효성 명정지애
언해본
천지신령 앞에 고한다.
얘네 사귄다.
왜?
라기보단
어떻게?
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게 납득하기 더 좋을 것 같다.
거칠게 압축하자면, 서로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서로 뿐이었다.
이걸 이해하려면 두 신이 어떤 존재였는지부터 짚어봐야한다.
우선 광한전 항아 묘정선녀 망연
廣寒殿 姮娥 妙情仙女 茫然
내 캐다. 사랑과 달의 신이라고 거창하게 짰는데 사실 속내는 따로 있었다.
이번 커뮤에선 합법적으로 커페스해야지!!!!!
라는 욕망 하나로 만든 주책바가지 망사랑의 신이다.
월신 전담 화백의 쾌재
여기서 망사랑의 신이라 함은, 남의 인연 사랑 다 이어줘도 자기 사랑만은 싸그리 망했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 연정지신의 온 마음 다한 사랑과 업보를 버텨낸 구연인이 없었다. 다 어떻게든 끝이 안 좋았다.
그래서 더는 사랑 하지 말아야지 작심했었거늘 (때문에 이름 역시 망연이다. 스스로 지었다.)
세상일이란 게 항상 그렇듯 맘대로 되질 않는 법이다.
한편 무도의 신성 명경성군
武道的神聖 銘鏡星君
정도. 바른 길을 보우하고 실도를 막는 무신 되시겠다.
동시에 성군이니 별 신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달과 별. 같은 하늘에 뜬 신이라고!)
또 동시에 명경, 거울면이다. 대면한 상대를 명징히 비춰 상대가 명경이 아닌 자신을 명정히 보도록 하는 특성이 있다.
즉, 명경인 타인에게 온전한 자기자신일 수가 없는 신성을 가졌다.
그러니까 둘 다 외로운 신이었던 거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이야 어떻든…
그래서 어떻게 만났냐 하면.
저 둘의 관계명부터 짚어봐야겠다.
잔월효성殘月曉星, 새벽달과 새벽별이란 뜻이다.
명경이 광한전에 찾아와 인사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 관계였다.
묘정은 두번째 실연 겪고 집콕하던 중이었는데, 명경이 찾아와 교분 나누고 위로해 주어 기운 차렸다.
이후 묘정의 수많은 연애 지랄을 견디게 되는 명경
그렇게만 살았다면 뭐 평화로운 밤하늘 번쩍거리는 달과 별님으로 남았겠지…
지천명 받들어 뒤집히는 세상 건사해보려고 백방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과정에서 저 둘의 속성이… 다소간 달라진다.
명경이 쪽부터 짚자면, 거울이 깨졌다.
혼세 아래 전장에서 사람들이 뭘 빌겠는가 정도를 빌겠는가 승리를 빌겠는가.
그럼에도 명경이는 승리할 힘이나 전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의상실을 무기삼아 승리를 안겨주는 신으로 남았다.
여전히 별이다.
묘정은 사랑신격이 쇠락하는 대신 월신격이 부흥하여 불리는 이름이 바뀌었다.
혼세 아래 살아가는 사람이 달에 대고 비는 것이 사랑이겠는가 안위겠는가.
어쨌거나 그런 세상에서도 두 신 여전히 잔월효성이었는데…
아… 재미없죠? 지금부터 급전개다
혼세를 치세로 바꾸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아는가?
리셋이다…
그렇다. 계절이 돌듯 세계도 절기를 순환하여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Q. 그럼 저 신들은 어떻게 대나요
A. 리셋이죠. 소멸합니다.. 다시생겨날겁니다..
가 통상적인 대답이겠으나 세상 구하겠다고 바삐 다닌 보람이 없지 않았다.
이치를 얻고 새로운 신격을 얻어 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렇게해서 저 둘이 무슨 신격을 얻었냐면
공존과 운명이다.
이게 중요하다.
이 새로운 신격이 저 둘을 함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올바른 길도, 사랑도 결국 사람이 걷고 행하게 마련인 것들이므로 저 둘은 늘 타인과 함께하는것이 당연한 신들인데
신격이 드높아 늘 곁붙이들을 죽여버리지 않았나.
그런 이들이 공존과 운명의 이치를 얻었다….
명경인 낙차를 줄여 함께하는 이치로서 묘정과 함께한대도 사랑신의 사랑에 으스러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묘정은 운명 그 자체로서 명경일 맞대면할 수 있게 되었…
아 이얘길 안했네?
엔딩나면서 묘정은 비승했다. ㅋㅋ 육신자아를 버리고 운명그잡채가 되었다고 ㅋㅋ
(이것때문에 명경이가 퍽 속상해했었다… 비겁하다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 제존께서는 그럼 어떻게 되셨는가
그것은 이 두 연작 참조하면 되겠다
회로하신 달 신 맞이하여
공명하신단다
Q. 그래서 어떻게 명정지애가 된 것인가요
A. 명경이의 명… 이름새길 명자다. 분명히 만드는 것.
묘정의 묘는 반대로 말할 수 없이 모호한 것. (묘정이란 게 애초에 정의 묘리란 뜻이었다.)
그래서 이 두 신이 함께한다면 말할 수 있는 이름-사랑!-을 갖게 된 감정이 된다 해서
정의 이름, 명정지애란다.
쏟 뚱
이게 내 최선의 요약이었고 뭔 보고서같은데.
이해해라 나는 원래 글을 ‘재미있게’ 쓰는 재주는 없다.
이하는 딱히 알 필요 없는 그러나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다
1. 묘정의 이름에 관한 것. 명경이가 그 이름 상량에 묻지도 않고 올려준 확신
2. 묘정이 명경에게 선물했던 피백에서 은하수 용신이 난 것 (소위 토감이다)
3. 묘정이 보았음에도 입 꾹 닫은 명경이와 자신 사이 흐름에 관한 것…
아 힘들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성신 쪽에 문의해보길 바란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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