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2018~)

[론니아] 무제

1시간 전력 / 2022. 10. 02

 눈을 뜬다. 왠지 이상하다. 분명 칼에 맞았던 것 같은데……. 병원인가? 손을 뻗어 보면 딱딱한 것이 닿는다. 여기는 병원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병원은커녕,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관이다. 추측형이 아니다. 식은땀이 흘렀다. 뚜껑으로 추정되는 것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 누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리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죽지 않았었던 걸지도 모른다. 진찰한 의사가 엄청난 돌팔이였나보다. 반쯤 체념하고 관 속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지 않았다. 다만 졸렸다. 이대로 잠들면 죽는 걸까. 그 잡념은 빠르게 사라졌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도 의식은 뚜렷했으므로.

 그러다가, 빛이 들어왔다. 뚜껑이 열렸다. 최초의 죽음 이후로 처음 보는 빛이었기에 눈이 부셨다. 얼굴이 반사적으로 찌푸려진다. 해가 질 무렵 모래의 색을 한 머리카락. 태양처럼 붉은 눈동자. 창백한 얼굴. 스승님이다. 남자는 제법 놀란 것 같았다. 당연했다. 관 속에서 제자가 멀뚱히 눈을 끔뻑이고 있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설령 제자가 아니라도. 하지만 그는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손을 내민다.

 “언제까지 거기 누워 있을 거니?”

 “첫 마디가 그거, 예요?”

 “그럼.”

 손을 잡고 일어선다. 그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주었다. 나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스승님은 언제나 그랬다. 어린아이를 다루는 듯한 손길은 종종 불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내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새 그 얼굴에서 놀란 기색은 사라져 있었다. 구태여 그것을 집어낸다.

 “저, 죽었었나요?”

 “그랬지. 수많은 제자를 먼저 보냈지만…… 되살아나는 아이를 보는 건 처음이구나.”

 스승님은 즐거워 보였다. 어쩐지 흥분한 것 같기도 했다. 드문 일이었다. 몇 살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사막에서 오래 일한 남자는, 볼 꼴 못 볼 꼴 다 봤다고 했다. 그러나 죽은 제자가 살아난 꼴은 아마 이게 처음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그러했다.

 “근데 여긴 왜 오셨어요?”

 “스승님은 뭐든지 다 안단다. 적어도 네가 살아났다는 것 정도는 말야.”

 그는 두르고 있던 검은 옷을 벗어 내게 건넨다. 그랬다. 나는 아직 수의 차림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가 뜨거웠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 남자는 말 없이 신발도 벗어 주었다. 나는 예의상 묻는다.

 “안 뜨거우세요?”

 “뜨겁지.”

 “그럼 스승님께서 신으세요.”

 “이미 네가 신고 있잖니.”

 그 뒤로 우리는 말 없이 사막을 걸었다. 한낮의 모래밭은 그 경계를 가늠할 수 없다. 끝없이 펼쳐진 만큼 아름답고, 뜨겁다. 입이 바싹 마른다. 모든 것이 익숙하다. 스승님께서 거둬 주시기 전에도 이미 사막은 내 삶의 기반이었다. 낯선 것이 있다면 유난히 들뜬 스승님뿐이었다. 남자는 제 감정을 잘 감추는 사람이었다. 마르고 삭막한 사막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다 그랬다. 그러나 오늘은, 그 얼굴과 어조에서 무언가 기쁜 기색이 물씬 났다. 나는 그것이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틀림없는, 미지를 향한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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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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