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집행
켈라니는 너무 많이 말한 나머지 이제는 입 안의 혀처럼 익숙한 말을 속으로 발음했다
살려 줘
살려 주라
나 죽기 싫어......
그건 무슨 뜻이지? 널 살리는 건 사라나야 그 마약이야 지금 누구더러 애걸하는 거야? 너를 버릇처럼 죽여 주는 사람에게? 켈라니 자기야 너도 알잖아 애원하는 정도로는 목숨을 못 건져 저 남자는 네 죽음이 질릴 때까지 너를 죽여 버릴 거야 네 죽음까지 죽이려고 들 거야
아니
이미 죽였는지도 몰라!
살려 줘
이건 공증인 세르게이 기르카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해지는 켈라니 콴의 유언이다 켈라니 콴은 싱에게 죽음을 남겨 두고 갔다 켈라니 콴이 죽으면 유언에 따라 싱이 그녀를 살려야 한다 그러므로 싱은 콴을 죽이고 유언대로 한다
세르게이 기르카가 묻기를 켈라니, 왜 살아 있어? 그러면 켈라니 콴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살고 싶으니까…… 한다 자기야 너는 알잖아 내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전부 봤으니까 기억하잖아 세르게이 기르카에게 켈라니 콴은 일 년의 절반 동안만 살아 있는 사람이고 기르카는 그 이유를 모른다
켈라니 콴이 살아 있다는 문장은 이제 절반만 참인 명제가 된다 살아 있는 것도 죽어 있는 것도 딱 절반씩만 진실이기 때문에 어느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켈라니 콴은 그 감각이 좋았다 살아 숨쉬는 게 어색해지는 느낌 살아 있는 일은 이제 당연하지 않다 매일 매 순간 그녀는 부활한다 새로 주어진 삶을 각별하게 살아내야 한다 그러니까 기르카에게 살려 달라고 비는 것이다 살려 줘 아니 빨리 죽여 줘 그러니까 싱에게 더는 죽이지 말라고 애걸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죽음과 공포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자고 일어난 다음에는 꼭 세상이 깜빡 죽었다 살아난 것처럼 보여서 그래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켈라니 콴은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켈라니 콴은 죽을 만큼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켈라니 콴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켈라니 콴은 살려 달라는 유언만 남기고 죽은 것이다 살려 줘 살려 주라 나 죽기 싫어
- 카테고리
- #오리지널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