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나도 알케믹 스팅어의 시점으로 에린을 보고싶어
길드원의 캐를 무단으로 적폐캐해 한데다가 전투씬 연습까지 해버리다
달그락. 연금술 결정이 가방 안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불과 바람 결정이 부딪히며 타닥거리는 전기 튀는 소리가 났다. 탈틴에서 특수한 방법으로 제작된 가방은 그을음 하나 없이 생성된 전기를 흡수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결정이 달그락대는 소리 탓에 몇몇 사람들은 사냥을 하는 데에 너무 큰 리스크를 쥐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때로, 어떤 밀레시안들은 함께 동행하는 걸 거부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잭 와일더는 전투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활시위가 적을 향할 시간을 벌어줄 존재가 필요했던 것 뿐이다. 그러니 크게 손해 볼 건 없었다.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화살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본다. 손가락 끝이 화살에 닿을 적마다 공허하고 섬뜩한 기운이 뼈 안을 들쑤셔왔다. 손마디와 뼈가 욱신거렸다. 잭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샤프슈터의 끝에 날카롭게 벼려낸 결정 조각을 매달았다. 오늘은 바람 결정을 유독 많이 사용할 것 같아 바람 결정을 넉넉히 달아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활의 시위를 팽팽히 당겼다 놓아보며 상태를 체크한다. 기분 좋게 시위가 퉁겨지는 소리를 내며 탄력있게 제자리를 찾는다.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시위를 힘껏 잡아당긴다. 등근육이 팽팽히 당겨질 정도로 힘껏 잡아당긴 활시위가 끼긱이는 소리를 낸다. 긴장을 풀듯이 가벼운 한숨을 쉬고 시위를 놓는다. 순간의 침묵. 화살이 나무를 관통한다. 뒤늦게 소리가 찾아든다. 핑, 가볍기 그지없는 소리다. 나무가 산산이 부숴지며 파편이 흩날리는 틈으로 우뢰와 같은 소리가 폭발한다.
먼 곳에서 까마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새와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인다. 부산스러운 발굽소리가 울려퍼진다…. 짐승들은 소리가 퍼진 곳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땅이 움푹 파일 정도로 땅을 걷어찼다.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소란을 피해 가장 앞서 뛰어가던 회색늑대와 흰늑대 무리가 진흙에 제 발톱을 파고 넣는다. 그르릉 거리는 경계심 섞인 울음 소리가 잔뜩 움츠러든 목에서 기어나온다. 꼬리를 다리 사이로 밀어넣은 주제에 녀석들은 눈 앞에 있는 엘프에게서 눈을 떼질 못했다.
본능적으로 모든 짐승은 살아남고 싶었더라면 아까의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어야 한다는 걸 알아챘다. 자신들을 여기까지 몰아넣은 범인이 이곳에 서있었다. 이 엘프에게 있어 사냥감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화살이 닿기만 한다면 사냥감을 몰아넣고 목을 꿰뚫는 것쯤은 숨을 쉬는 것보다도 쉬웠다.
무게를 실은 도끼날이 허공을 가른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공중을 가른 도끼가 오른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날을 빛낸다. 잭 와일더는 엘프 특유의 날랜 발걸음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두 발자국. 팔 하나 휘두를 정도의 거리. 잭에게 필요한 건 딱 이만큼의 거리였다. 바닥에 반원을 그리며 몸을 낮춘다. 화살 끝에 매달린 물의 결정이 번쩍인다.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놓는 순간 결정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고밀도로 압축된 물이 쏘아진다. 빠르게 불과 바람의 결정이 매달린 화살을 날려 물에 전류를 흘려넣는다.
허리, 혹은 그보다 높거나 낮은 위치로 일정한 크기의 구멍이 뚫린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졌어야 할 살덩이가 흔적도 없이 분해된다. 주춤하는 적들 사이로 바람의 결정 하나가 매달린 화살을 날린 잭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적들이 날아온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결정이 터지며 공기가 휘몰아친다. 탐욕스럽게 공기를 집어삼키기 시작한 결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광신도들이 서로를 밟고 넘어지고 구르기 바쁘다. 숨이 부족할 때 나는 추한 소리가 섞여든다.
강한 돌풍이 궤적의 중심을 향해 휘몰아쳤다가 잦아드는 그 잠깐 새에 호흡 곤란으로 정신을 잃은 신도가 둘, 균형을 잃은 것들이 여덟.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신도들의 머리에 화살이 날아든다. 강한 힘으로 연달아 세 발 쏘아진 화살이 그 다음으로 쏘아진 화살을 관통하고, 다음 화살이 그것을 관통한다.
첫 화살에 붙어있던 물과 바람의 결정이 터지며 아직 살아남은 것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다음으로 불과 바람의 결정이 맞부딪혀 전기를 만들어내고…. 흙의 결정을 쏘아넣어 과열시킨다. 굉장한 폭발음과 함께 불어닥치는 강풍에 몸이 뒤로 밀려난다.
비명도, 유혈이 낭자하지도 않는다…. 강하지만 부드럽고, 고요하지만 격렬한 흐름은 잭에게 기이할 정도의 안정감을 안겨줬다. 피부가 타는 냄새도 남지 않고, 옷이 피로 더럽혀져 혀를 찰 일도 없다. 잭은 제 어깨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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