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 kiss

owenxwhale

백업용 by 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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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위로 비치는 햇살에 별안간 웨일은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무래도 꼼꼼히 여매지 않았던 커튼이 범인인 듯 했다. 미세하게 갈라진 그 틈 사이로 정확히 햇살이 웨일의 얼굴로 비쳐들어왔던 것이다. 몇 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평소의 기상시각보다 이른 것은 분명했다. 웨일은 작게 끙, 하는 앓는 소리를 내며 제 옆에 누워있는 연인 – 오웬 크로포드 – 의 품으로 파고들며 제 잠을 방해하는 방해꾼을 피하려 했다.

 

문득 떠오른 사실에 잠이 몽땅 달아나지 않았다면 웨일은 아마 그리 했을 것이다. 간간히 들이쉬고 뱉는 오웬의 호흡에 찰싹 달라붙은 웨일의 머리카락이 조금 흔들렸다. 그 사실에서 웨일은 제가 매우, 정말, 드물게 오웬보다 일찍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오웬보다 제가 일찍 일어난 날이라니, 확실히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그야 오웬은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심지어는 아주 늦게까지 밤일을 해도!) 마치 기계인형 마냥 해가 동터올 때가 되면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가히 초인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제 연인은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운동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가볍게 몸을 씻고는 빵을 굽거나 과일을 자른다던가 달걀을 부쳐내 맛있는 아침을 만들어낸 후에서야 침실로 돌아와 그 때까지도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웨일을 깨우곤 했다.

 

특히 웨일을 깨울 때에는, 웨일의 고집으로 결국은 웨일이 깰 때까지 뽀뽀를 퍼부어야 하는 시간으로 자주 바뀌곤 했고, 아주 드물게는 오웬을 다시 침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웨일의 옆에 오웬이 몇 분 정도를 함께 누워있어야 하기도 했으며, 그것보다 더 드물게는 오웬이 이불 째로 웨일을 돌돌 싸 아침이 차려진 주방 테이블에 데려다 놓기도 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꼭꼭 삼켜 목 뒤로 넘겨야 하는 일은 꽤나 고역이었다. 오웬의 요리 실력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훌륭한 셰프라고 할 지라도 아침부터 그 실력을 발휘하기엔 어려울 것이었다. 뭐, 그래도 막 일어난 제 머리를 정리해주며 우유를 따라주는 오웬을 빤히 바라보면서 빵을 씹고 있자면, 금방 식욕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하여튼.

 

웨일이 오웬이 기상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웨일을 깨운 범인이 늦은 아침에 가까워지는 햇살이었으니까. 그냥 오웬이 늦잠을 잔 것이겠지. 오웬이, 늦잠. 내심 입 안으로 그 말을 굴려보던 웨일이 작게 웃었다. 아무렴, 그의 남자친구도 사람일 테니까. 어쨌거나 이것은 기회였다. 오늘 하루만큼은 제가 모든 아침 준비를 끝내고 오웬을 깨우러 오리라. 잘은 상상 안가지만, 혹시 몰랐다. 저도 입맛이 없어 몇 분간은 뚱하게 식탁에 앉아 잼을 바르는 칼로 빵을 쿡쿡 찌르는 오웬을 볼 수 있을지도.

 

그런 영악한 계획으로 웨일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제가 파고든 오웬의 품을 오웬이 깨지 않도록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였다. 함께 덮고 자는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웨일은 심혈을 기울여 움직임 없이 저를 덮은 오웬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빠르게 제가 베고 베개를 오웬의 품에 안겨주었다. 최대한 노력했지만, 조금씩 웨일의 움직임이 느껴졌는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오웬이 웨일의 베개를 껴안고 다시금 편한 표정으로 작은 숨을 내쉬자, 웨일은 안도했다.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웨일은 밤새 차가워졌을 바닥에 놓여있는 슬리퍼를 구겨 신었다. 그리곤 자느라 조금 찌뿌둥한 것 같은 몸에 크게 기지개를 편 후, 한결 개운해진 몸으로 침실을 나섰다.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들은 전부 (나름) 수월했다. 오웬이 흔히 하는 것처럼 빵도 제대로 익혔고, 과일도 조금은 삐뚤빼뚤하지만은 먹기 좋게 잘랐다. 비록 깜빡 한눈을 파느라 달걀 하나를 희생시키기는 했지만, 달걀도 훌륭히 부쳐냈다. 부쳐낸 계란 위에 후추와 소금을 잘 뿌리고, 컵까지 꺼내 주스와 우유를 담아내니 제법 훌륭한 아침식사의 완성이었다.

 

웨일은 뚱한 얼굴로 식탁에 앉아 깨작깨작 식사할 오웬의 얼굴을 상상하며 혹여 오웬이 미리 깰까 소리를 죽여 슬리퍼를 신은 채로 살금살금 침실로 돌아갔다. 만일 오웬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이라도 음식을 깨작거릴시, 아침을 거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었다. ……지금은 아침이라기에는 아주 조금 시간이 늦은 감이 있었지만, 깬 시각으로 따지자면 문제는 없을 터였다.

 

최대한 조심히 연 문에서는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 침실 특유의 향과 분위기가 가득찬 방에서, 제 연인인 오웬은 순한 인상으로 여전히 꿈나라 여행 중이었다. 그것도 제가 일어나면서 안겨주었던 베개를 그대로 안은 채였다. 그 모습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웨일은 작게 큭큭대면서 웃었다. 얼른 깨워서 제가 차린 아침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오웬……. 해가 벌써 중천에 떴어. 이제 슬슬 일어나.”

 

제가 들어왔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웨일은 오웬이 가슴팍까지 덮고 있던 이불을 슬쩍 치워내며 오웬을 가볍게 흔들었다. 흐음, 으응…?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얼빠진 소리를 내던 오웬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일어난 직후라 그런지 조금은 탁한 초록색 눈동자에 초점이 쉽게 잡히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금쯤이라면 열심히 의식을 다잡으려 노력하고 있는 즈음이 아닐까? 그리 추측한 웨일이 허리를 굽혀 아침이면 더욱 곱슬거리는 오웬의 머리를 매만졌다.

 

“일어나. 늦잠꾸러기야!”

 

흐트러진 오웬의 모습은 같이 살면서도 아주 많이 봐왔지만, 막 깨어서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오웬의 모습은 신기했다. 보기 드물었다. 그렇기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두 볼을 잡고 가볍게 주욱, 늘릴 때쯤, 오웬이 갑자기 제 머리 맡에 앉아있던 웨일을 번쩍 들어올려 제 품에 끌어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웨일…….

 

그렇게 엉겁결에 함께 어정쩡하게 잠자리에 들어온 웨일이 당황해 일어나라며 재촉하던 중, 오웬이 웨일의 볼에 작은 입맞춤을 남겼다.

 

쪽,

 

하고 내려앉은 뽀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편하게 웨일의 베개 대신 웨일을 품에 안은 오웬이 마음껏 웨일의 얼굴 이곳저곳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던 것이다.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소리를 내며 길게 이어지던 입맞춤은 웨일의 볼을, 콧잔등을, 이마를, 관자놀이를 거쳐 마침내 감은 눈 언저리에 도달했다. 함께 눕게 되면서 너무나도 가까워진 둘의 사이에서는 여전히 졸음에 절여진 오웬의 눈도, 행복한 듯 웃고 있는 입꼬리도, 그리고 편안한 숨소리조차도 너무 선명하게 보였고 느껴졌다. 난, 그냥… 조금 장난을 칠 생각이었는데……. 웨일의 귓바퀴가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오웬의 잠투정이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혹은 꿈인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이러는 것일지도. 어느 쪽이 되었던 지금까지 제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 괘씸할 정도였다.

 

조금만… 더…… 이렇게 있자…….

 

그 와중에 찰싹 붙어있느라 제 귀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오웬의 목소리가 막 일어난 사람마냥 탁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낮은 그 목소리에, 웨일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오웬의 두 볼을 두 손으로 꼭 잡아 붙잡은 후, 제가 먼저 입술로 돌진했다. 자연스럽게 제 어깨를 감싸고 뒷통수를 바쳐주는 손이 익숙했다. 천천히 혀를 섞으며, 천천히 잠에서 꺠어나며 당혹에 젖어가는 오웬의 눈을 구경하는 맛도 있엇다.

 

누군가가 열심히 차린 아침상의 열기가, 이제 막 사람이 깨어 난 이불 속의 열기로 옮아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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