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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 유언 (+묘비명)
우리가 함께 꾸던 꿈을
이어서 사랑해 주길 바라며
마음 깊이에 빛나는 별
A
안녕, 나야. A. 지금 잘 찍히고 있는 거 맞나? 편지 자주 쓰긴 하지만 영상으로는 처음이라 좀 어색하네. 그래서 내가 갑자기 왜 이러고 있냐면, 음. 이거 유서야. 당연히 심각한 거 아니고, 특별히 무슨 일도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얼마 전에 방송 나가서 유언장 쓰는 거 해 봤거든. 네 앞으로도 하나 남기고 싶었어. 모아 뒀다가 나중에 같이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마지막은 한날 한시에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그래서, 만약에 내가 먼저 떠나게 된다면, B. 너무 오래는 슬퍼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 나를 생각해주는 네 마음은 물론 기쁘겠지만…… 내가 무슨 이야기 하고 싶은 건지 알지? 우리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잖아. 그걸 위해서 지금까지 노력해 왔잖아. 네가 나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몫의 소원까지 네가 다 가져가 주면 안 될까. 네가 나를 대신해 준다면 나 죽어서도 걱정 없을 것 같아. 무대도 열심히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산책도 자주 나가고…… 우리 서로 떨어져 있을 때도 많았잖아. 그러니 그때도 그냥 나 혼자 멀리 여행을 가 버린 거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나는 거기서 너를 다시 만날 준비를 하면서…… 편지도 쓰고, 잘 지내고 있을게. 네가 너무 슬퍼지지 않게 잘 버티고 있을게, B. 그렇게 계속 너를 기다리면서.
B, 아직 듣고 있는 거 맞지? 할 얘기 많이 남았는데. 있잖아, 반대로 네가 먼저, ……가게 된다면. 그땐 나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게. 그러니까 이 영상 보고 나면 답장 한 번만 남겨 줄래? 너한테는 이것저것 어려운 부탁 많이 해 놨지만, 나 정말 네가 말하는 뭐라도 할 수 있어. 네 생각도 나와 비슷하다면 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갈 거고…… 그게 아니라도 좋아. 평생 아무도 만나지 말고 틀어박혀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할게. 아니, 혼자 가기 외롭다고 해도 기꺼이 너랑 같이 갈게.
……나 혼자서 너무 심각해졌나? 더 말하면 울 것 같다. 일단 하고 싶었던 말은 다 했는데,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유언이라고 하면 재산 이야길 빼놓지 않던데. 가족이나 친구, 팬들도 그렇고 소중한 것 참 많지만. 내가 가진 가장 값진 건 B, 너야. 그러니 나 결국 끝은 너랑 단둘이 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런 네게 꼭 남겨야만 하는 말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뿐일 텐데. 나는 그냥 네가 그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해. 널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내가 늘 곁에 있다는 거. B, 나와 영원히, 함께 있어 줘. ……내 온 마음을 네게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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