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2 연성

[자캐] 유년기의 부재

정확히 언제 부활했는지 모르겠다.

* 제목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패러디

* 내용은 해당 소설과는 무관합니다.

* PVNQ님의 자캐 “디어” 등장

내가 눈을 떴을 때, 지켜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시체였고 고스트의 말에 따르면 아마 조류 연구원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절벽 틈새에서 기어나왔다. 먼 훗날 그 곳은 내 거처가 되었지만, 그 때는 발을 잘못 디뎌 해안가의 바위에 머리를 부딛히고 부활해야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처럼 나는 절벽을 쳐다보았다. 길을 떠났다. 피난민 무리를 만났다. 설명은 고스트가 했다. 그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고스트가 말하는 곳 까지 걸어갈 요량으로 피난민 무리에 섞여들었다. 나는 맨발이었고 그걸 안타깝게 본 피난민들이 안 쓰는 신발을 주었는데, 하나같이 너무 크거나 너무 불편했다. 나는 천으로 발을 감쌀 수 밖에 없었다.

사라지기 전에 내 아이들의 무덤을 방문해 기리려고 했지.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은데.

디어는 새벽제비 대신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한다면 힘 닿는 곳 까지 내가 데려가줄 수 있네. 아님 내가 방문해주거나.

글쎄, 그럴 필요는 없어보여.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디어는 알았다. 새벽제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힘들어서 자려고 하는 줄 알고 디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의 소매를 새벽제비가 잡아챘다. 나에게는 총도 뭣도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빛을 불러 무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지?

나의 물음에 고스트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때 답을 들었다면 뭔가 바꼈을까. 피난민을 사냥하려 하는 몰락자 무리가 들이닥쳤다. 민간인들은 도망을 갔고, 나는 그들에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빛은 다시 모을 때 까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내 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몰락자들은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았다. 그들은 나를 피해 양 측면에서 공격했고, 나는 피난민 무리에 있던 아이들 다섯 명을 데리고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훗날 그 자리를 다시 갔을 때 그 곳에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등과 배에 메달아놓은 한살배기 아이 둘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어째서지?

나는 내가 부활한 동굴로 다시 가고 있었다.

나는 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부활한거야?

아이들이 잘 때 고스트에게 따졌다. 나는 왜 어른으로 태어나서 아이됨을 겪지 못하는가. 나는 이 자고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어린데, 왜 나는 어른으로 행동해야하는가. 고스트는 불완전하게 답했다.

여행자는 공격을 받았고, 선택을 서둘러 내려야했어.

고스트가 지도를 홀로그램화 하여 보여주었다. 복잡한 지형을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동굴을 거점으로 원형을 그리며 움직이자. 아이들이 다 자랄 때 까지만. 그리고 그 이후로는 네가 해야할 일을 하는거야, 세상을 구하는 일을…….

왜 내가 세상을 구해야하지? 피난민 무리도 못 구했는데, 난 할 수 없어.

새벽제비는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자네는 어린 시절이 없다는 것을 저주해본 적 있나?

…… 그게 왜 필요하지?

대부분은 필요없을걸세. 우린 아이로 되살아나는 것 보다 어른으로 되살아나야했으니까. 여행자를 위해서.

그렇지. 총을 잡고 세상을 바로 이끌려면 어른이 더 편하네. 우리는 무엇보다 오래 살지 않았나, 어린 시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이런 것도 모르고 바보야.

열 살 아이가 구겨진 종이를 나에게 던졌다. 아이는 나에게 종이배 접는 법을 가르치다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나는 다시 한번 종이를 접어보았다. 하지만 종이를 뒤집는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는 악을 쓰듯 새벽제비를 놀렸다. 바보라고. 결국 고스트가 나와 그 아이를 호되게 혼냈다.

애들이 못되게 굴면 훈계해야해요.

하지만 내가 못난 것이 맞았잖아.

그게 어른의 역할이니까요. 저 아이는 부모를 잃고 많이 불안한 상태에요. 당신이 훈계하여 다시 안정적으로 만들어줘야해요.

나는 멍하게 고스트를 쳐다보았다. 그의 주변에는 구겨진 종이가 아홉 장 굴러다녔다.

뭐라도 말을 해봐. 네, 같은거.

나도 부활한지 몇 개월 안 됐는데요.

열 살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맥컬로우라고 했다. 나는 그 때 이름이 없었기에, 명찰에 달려있던 이름을 그냥 읽었다. 퉁 슈. 내가 종이배를 제대로 접을 수 있었을 때, 맥컬로우는 한 여자를 데려왔다.

선생님, 저 이 여자랑 결혼하게요.

동굴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움직일 때 우리는 행성처럼 행동했다. 우리의 궤적에 여자……. 아니, 그 때는 여자아이가 놓여있었다. 맥컬로우가 그 아이와 친했던 것을 기억한다. 몇 달에 한번씩 그들은 손을 잡고 마을을 나가 냇가에서, 산에서, 물웅덩이에서 신비한 것을 보고 돌아왔다. 나에게 숨기는 것이 많아졌다. 고스트는 그것이 독립을 하는 과정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펄의 마을에서 자리를 잡을거에요. 결혼식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생들도.

맥컬로우는 머뭇거리다 덧붙였다.

선생님은 항상 움직이시니까 종종 마을에 와 우리를 봐줄 수 있죠?

살아남은 다섯 명의 아이들은 핏줄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가족이 되었다. 동생들은 장녀 맥컬로우의 경사에 모두 기뻐했다. 나는 그냥 그들에게 선생님이었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겠지?

적어도 낳아준 사람은 있었겠지요. 당신이 죽은 시기 상 부모는 있었을거에요.

부모.

나는 그 때 태어난지 십 년이 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들을 방문하면서 일손을 도와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것으로 낡은 소총 한 정을 살 수 있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을 지켜내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나에게 갓난아기를 맡기고 사라진 이들도 있네.

새벽제비가 디어의 소매를 놓았다. 디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기는 자라서 아이가 되고, 그리고 어른이 되던데. 서른 번을 그렇게 키워도 나는 아직도 유년시절을 이해하지 못하겠네.

미지의 것이라 더 편한 적은 없었나?

새벽제비는 키득거렸다. 많지, 아주 많았지. 디어는 새벽제비의 손을 이불 속으로 넣어주었다. 새벽제비가 잔기침을 했다. 정말 멀지 않았다. 그러나 새벽제비는 수호자 때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이 상태로 백 년 정도 더 산다면, 완연한 늙은이가 될까? 디어는 고개를 작게 저어 허튼 생각을 떨쳐냈다. 아홉살 아이가 나에게 떼를 썼다. 그 아이는 어제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었는데, 그걸 빼내주고 깨끗한 천을 감아주고, 심지어 빨리 나으라고 고스트가 시키는대로 그 위에 입까지 맞춰줬건만, 손가락이 아파서 걷지 못하겠다고 칭얼거렸다. 업어준다고 해도 그건 싫다며 칭얼거렸다. 맥컬로우는 동생이 칭얼거리는 소리에 심통이 나서 또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위의 두 누나가 심통을 부리고 있으니 다섯 명 중 유일한 남자아이도 눈치를 보면서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나랑 동년배인 아기들이 먹을 것을 구해야했다. 아기들은 인간이 먹으려고 하는 것을 먹으려 들지 않았다.

당연하지! 애들을 봐, 이빨도 없고, 아직 몸도 다 발달하지 않았다고요.

하지만 나는 아닌데.

고스트를 나를 위해 녹음된 한숨 소리를 재생해주었다. 그 소리를 들면 무언가 주눅이 들었다. 고스트는 차근차근 인간의 발달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런 발달과정에서 벗어난 종족이라는 것도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있어서 나는 어른인 채로 태어나 어른인 채로 영원히 살아간단 소리인가요?

고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듯 위아래로 움직여보였다.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했다. 오늘을 휴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잔뜩 화가 났으니 그냥 휴일로는 안된다. 나는 내 의견을 고스트에게 전달을 했고, 고스트는 명절이라는 것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늘은 그럼 명절로 하자. 에밀리가 낫기를 기원하는 명절이야.

명절의 의미는 고스트가 설명을 해줬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아기들은 이제 옹알이를 하는 수준이었고, 말귀를 알아듣는 세 아이는 오늘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자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없는 식량을 털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아기들이 먹을 고깃가루를 물에 풀어 걸쭉하게 만든 죽 같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오랫만에 고기맛이 나는 음식을 먹어 신이 났다. 고스트는 아이들을 이끌고 에밀리를 위한 선물을 만들러 가자고 잠시 사라졌다. 덕분에 나도 쉴 수 있었다. 두 아기를 가슴 위에 올리고 선잠을 잤다. 에밀리는 어른이 되던 날에 나를 끌어안고 말했다.

맥컬로우 언니처럼 다른 마을에 가서 사는 것은 싫어요. 여기서 선생님을 기다릴래요.

에밀리와 그의 동생들은 판자집을 지었다.

이 곳은 마을이 아니야.

나는 만류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에밀리와 유일한 남자아이 스미요시는 동굴이 있는 절벽에 판자집 두 채를 짓고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살았다. 에밀리는 아직 미성년자인 스미요시를 돌봐주었다. 그 날은 에밀리의 손가락이 낫기를 기원하는 명절이었다. 이제 이 명절은 에밀리에게 예쁜 도토리와 들꽃, 커다란 나뭇가지를 선물하는 날이 아니었다. 떼를 쓰며 뻗대던 에밀리를 기억하며 놀리는 날이 되었다. 맥컬로우와 그의 아내도 에밀리의 명절을 기념하러 모였다. 다들 웃었지만 나는 이 곳을 어떻게 지켜내야할지 고민하며 우울하게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가끔 그것들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게 너무 화가 나고 셈이 날 때도 있었네.

자네의 아이들 말인가?

갓난아기를 키울 때 종종 아이들이 내 옷을 빨아먹을 때가 있네. 밥을 달라고 조르던 것이었겠지. 내가 여자였다면 더 편하게 빨았을지도 몰라.

새벽제비는 종종 횡설수설 말할 때가 있었다. 평소라면 자기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을 입 밖으로 꺼내놓기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정제된 언어만 사용했기 때문에 말이 지닌 날것 그대로의 향취에 질식해 비틀거릴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이라고 말하기엔 확신이 없었다. 왜냐면 그는 병들었으니까. 그의 정신은 과거와 현재에 동시에 존재했다.

언제부터 자넨 하이옌이었지?

다소 무례한 질문임을 알면서도 디어는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새벽제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가끔은 미끼를 던져 그의 정신을 낚아올려야하기도 했다.

나도…….

새벽제비가 중얼거렸다.

나도 정신이 여무는 시절이 있었으면 좋겠네. 그러면 모든걸 더 쉽게…….

디어는 직감했다. 새벽제비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눈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에밀리와 스미요시가 독립하고 새벽제비에게는 두 아이가 남았다. 두 아이는 세 아이들보다 훨씬 어렸다. 맥컬로우, 에밀리, 스미요시 셋이 모여 두 아이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로세르와 제롬. 로세르는 제롬보다 1개월 더 일찍 태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걸 하나하나 따지기 귀찮아서, 둘은 이란성 쌍둥이가 되었다. 로세르는 푸른 눈이 아름다운 아이였고, 제롬은 까만 머리가 매력적인 아이였다. 두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 한 남자가 와서 눈물을 터뜨렸다.

올리비!

그 남자는 로세르와 똑 닮은 아이를 아내와 키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올리비를 업고 먹을 것을 구하러 무너진 다리를 억지로 올랐다 그만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올리비도 그 때 죽었다.

하지만 둘은 다른 아이인데요.

내가 멍청하게 물었다. 남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의 눈이, 꼭 올리비의 눈과 닮았군요.

선생님, 그 남자한테 로세르를 줄 것은 아니죠?

스미요시가 내 옷자락을 붙잡고 걸으며 물었다. 그 아이는 작게 말한다고 말했지만, 그 주변에 있던 맥컬로우와 에밀리에게도 들리고 말았다. 맥컬로우가 장녀다운 책임감으로 나에게 따졌다.

내 동생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난 로세르를 판다고 한 적 없단다, 얘야.

나는 제법 아이들을 돌보는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힘들었다. 아이는 다섯이고, 나는 싸우는 것 외에는 기술이 없었다. 아이들을 두고 가끔은 불가능한 적에게 대항하여 총을 쏴야했다. 아이들을 먹여살리느라 무기나 방어구를 좋은 것으로 맞추지도 못했다. 나는 아직도, 동굴 속에서 깨어났을 때의 옷을 입고 있었다. 절대, 절대 절대, 싸우는데 적합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한 사람의 입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다다음 달, 나는 남자가 있는 마을을 제일 먼저 방문했다.

아이의 이름이 로세르라고 했죠.

남자는 쓸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 입 밖으로 차마 그 말이 떨어지지 못했다. 당신의 아이와 닮았다면, 당신이 저 대신 길러주십시오. 저는 이 아이들을 건사하기 너무 벅찹니다. 나는 남자와 어색한 티타임을 갖고 엉뚱한 말만 했다. 그 남자는 내가 마을을 떠날 때 배웅을 해주었다. 나는 남자의 손을 덥썩 잡았다.

제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제 아이 로세르와 제롬의 후견인이 되어주십시오. 이 아이들이 외떨어지게 되면 도와주세요.

나는 승천자였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갑자기 치밀어올라 눈물을 흘렸다. 남자는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우리 둘은 가볍게 포옹했다. 내가 아이들을 맡긴 사람에게 돌아갔을 때, 맥컬로우는 그 집에 없었다. 나는 시간을 연장하고 맥컬로우를 찾아 산길을 헤멨다. 맥컬로우는 내가 짐을 숨겨놓은 곳에 있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내 소총을 들고 나를 겨눴다.

맞아, 맥컬로우.

나는 내 속마음을 고백했다.

너희들이 너무 버거웠다. 어쩌면 너희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맥컬로우는 어깨너머로 내가 소총을 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어색한 자세로 자꾸 처지는 총구를 당겨 올리려고 했다. 그 자세라면 눈을 다치고 말텐데. 나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싶었다. 맥컬로우의 손을 꺾고 소총 총구를 위로 쳐든 뒤 그를 완전히 제압하는 것.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난 로세르를 버리지 못했어. 무언가가 내 안에서 날 막았다. 그러니 내가 건사하고 있는 아이들, 너를 포함한 아이들을 위해 총을 내려놔다오.

나는 소총을 다시 숨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맥컬로우를 데리고 아이들을 맡긴 집으로 돌아갔다. 맥컬로우는 자기가 빠져나간 것을 사과하면서도, 자기와 동생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집주인에게 사냥개처럼 짖어댔다. 맥컬로우 덕분에 나는 아이들을 돌봐준 비용을 절반 가량 깎을 수 있었고, 다시는 그 집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았다. 로세르와 제롬의 후견인은 그들을 자신의 딸처럼 돌봐주었다. 훗날 로세르와 제롬은 후견인의 기술을 배워 대장간 일을 하게 되었고, 후견인의 대장간을 물려받게 되었다.

나도 갓난아이로 태어나 늙은이로 죽을 수 있다면,

새벽제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닫았다. 자의는 아니었다. 디어는 요양보호사가 알려준대로 진통제를 꺼내 새벽제비에게 먹였다. 불규칙한 숨결이 디어의 손에 닿았다. 고통을 앞둘 때 마다 억지로 재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괴로워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차갑고 냉정하지는 못했다. 디어는 애매한 죄책감이 자신을 갉아먹게 두었다.

마지막에 그건 무슨 말이었나.

디어가 잠든 새벽제비에게 물었다. 그 답이 두려워서 그는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여행자가 좀 더 온전한 선택을 하였다면, 우리는 인간 종족과 다른 감정을 갖고 태어났을까.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던 요양보호사가 돌아오고, 디어는 그의 집을 나섰다.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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