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노년기의 부재
서로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아름다움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선생님. 그 녀석들도 각오는 되어있었어요.
맥컬로우도 많이 늙었다. 그의 아내 펄도 흰머리가 성성한 노인이 되었고, 그 둘 사이에서 기른 자식도 어른이 되어 자신의 짝을 찾아 맥컬로우에게 손자를 안겨줬다나. 새벽제비는 맥컬로우의 손자를 보지 못했다. 펄과 그의 아이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유감은 없었다. 자신은 승천자 종족이고, 이들은 인간 종족이다……. 손자에게 새벽제비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까.
그러니,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셨음 합니다.
맥컬로우가 상자에서 편지 한 무더기를 꺼냈다. 에밀리와 스미요시가 보낸 것이었다. 확실했다. 새벽제비가 그 편지들을 들고 아이들에게 배달해줬으니까. 비록 표지에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삐뚤빼뚤하고 야물지 못하게 봉한 편지봉투는 에밀리, 정갈한 흰 봉투에 말린 풀잎을 붙여놓은 편지봉투는 스미요시 것이었다. 먹먹해졌다. 새벽제비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맥컬로우는 편지를 이리저리 뒤졌다.
“맥컬로우 언니,”
맥컬로우가 읽다가 잠시 멈칫했다.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 부분은 뛰어넘을게요. 그래서, “맥컬로우 언니, 우리도 많이 늙었어. 선생님을 따라 언니네 마을로, 우리의 쌍둥이 둥생 로세르와 예롬의 집으로 못 간지가 몇 년은 됐지……. 가장 걱정인건 몰락자나 약탈자들의 습격이야. 우리는 단 둘이고, 풍족하지도 않지만, 절박한 것들은 그걸 신경쓰지 않아.”
새벽제비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에밀리와 스미요시는 절벽 근처 언덕에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살았다. 새벽제비가 편지를 배달하는 동안 그를 기다렸다. 그래서 새벽제비는 즐거웠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항상 가벼웠다. 텍스트를 보내 그가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면 아이들은 텃밭에서 채소를 꺾어다 싱겁게 볶아놓았다. 간은 새벽제비가가 마을을 돌면서 감사의 인사로 받은, 혹은 구매한 절인 고기로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절인 고기를 싱거운 채소 볶음과 함께 먹었다. 간혹 술이 한 잔 오가기도 했다. 그 아이들은 두 명 밖에 안 됐고, 약탈할 것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몰락자나 인간 약탈자들이 종종 공격했다. 대부분 그가 없을 때 일어난 일들이었다. 아이들은 절벽 틈새에 방공호를 만들어 화를 피했다. 그것도 아이들이 젊을 때 일이었다…….
좀 더 편한 곳에 방공호를 만들어줘야했어. 나도 안일했지.
선생님.
맥컬로우는 약간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도, 그 애들도 다 할 만큼 했어요. 두 동생은 자기들이 방공호로 피하지 못하면,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목이 메이는지 뒤돌아 서서 입을 가리고 잠시 서있었다. 맥컬로우는 모자란 선생님 밑에서 아이들을 지지해주는 버팀목이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맥컬로우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적어졌고, 어른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널 더 어린 아이로 키웠어야했는데, 미안하다.
결혼식장에서 새벽제비가 사과했다. 맥컬로우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쁜 날에 그런 말 해야하겠어요?
에밀리와 스미요시 다음은 맥컬로우였다. 병에 걸렸다 했다. 새벽제비는 한걸음에 달려가 맥컬로우에게 약을 구해다주마고 말했다. 맥컬로우와 그의 가족들은 기뻐하였으나,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새벽제비가 가는 곳은 그 곳이 그 곳이었기 때문이다. 새벽제비도 알고 있었다. 그 병은 아주 먼 곳에서 치료를 해주고 있다는 것을. 새벽제비는 일 년 간 자리를 비웠다. 그가 돌아왔을 때, 새벽제비는 사 개월 늦었다.
제 아내는……. 그러니까, 맥컬로우는 사 개월 전에 생을 마감했어요.
펄이 차갑게 말했다.
차라리 일 년간 어딘가로 힘들게 떠나지 말고 아내 옆을 지켜주지 그랬나요.
내가 약을 구해주겠다 하지 않았소.
맞아요. 그냥 화내고 싶었어요. 당신을 그리워했거든요, 그 이는…….
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중에는 아파서 짜증을 내며 그를 찾았다 했다. 어린 아이일 때 그랬듯이. 새벽제비는 맥컬로우를 끝까지 어른으로 죽도록 두었다. 그 망할 약이 뭐라고. 새벽제비는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약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트로이메라이가 중얼거렸다.
미치면 더 나을까요?
고스트는 말이 잇지 못했다. 미칠 수 있으면 미쳤으면 좋겠다. 미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려왔다. 산에 살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졌으며,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부랑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미친 사람을 찾아가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하기엔 겁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새벽제비는 타박거리며 로세르와 예롬의 마을로 갔다. 쌍둥이 자매는 대장장이 일을 하느라 새벽제비를 보고서도 인사도 못 했다. 그들을 돕는 수제자만 무려 세 명이었다.
우리 마을도 준비를 해야해요.
간신히 짬을 낸 로세르가 직접 만들어낸 무기를 들어올렸다. 창이었다. 만약 마을 사람들을 무장시킬 생각이라면 올바른 선택이라고 칭찬하고 싶었지만, 새벽제비는 그러지 않았다.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로세르를 쳐다볼 뿐이었다.
언제까지 몰락자들의 침입을 가만히 두고 봐야하죠? 선생님께서 우리를 가르쳐주신다면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로세르는 그리고 덧붙였다.
총도. 총도 어딘가에서 구해주세요. 몰락자들을 옛날 옛적에나 쓰던 무기로 무찌를 수는 없잖아요?
아서라, 이것들을 녹여 농기구를 만들렴.
선생님은 승천자시니까 모르시겠죠.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선생님과 같은 사람의 도움을 기다리고 기다릴 수는 없어요!
로세르는 그렇게 몰락자들과의 난전 속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새벽제비가 총을 가져다 주었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예롬은 그의 마을을 돕지 않은 새벽제비에 앙심을 품고 연을 끊어버렸다. 예롬은 백 살이 되던 해에 자듯 숨을 거두었다. 새벽제비도 예롬 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예롬처럼 늙지는 않았다. 그는 부모가 기르는 것이 버거워 새벽제비의 야영지에 버리고 간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멜, 나는 어리지도 않은데 늙지도 않아요. 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잘 하고 있어요. 완전한 이해가 올바른 훈육으로 이어지는건 아닙니다.
트로이메라이는 새벽제비의 손 쪽으로 갔다. 새벽제비가 손을 벌리자, 트로이메라이는 그 위에 내려앉았다. 새벽제비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옆에 있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항상 웅크리고 잤다. 마치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을 보호하려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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