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소녀

ㄱㅂ님 그림에 감명받아서 쓴 조각글

프로세카 by 헵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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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낯짝으로 제 앞에 나타나는 겁니까!”

우르릉, 감옥 벽이 울렸다. 참모의 외침에 창백한 낯을 한 소녀가 주춤 물러나며 벽에 놓인 손을 보았다. 돌벽을 어찌나 세게 내리쳤든지, 주먹 쥔 손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소녀는 그 손이 걱정되어 다시 반 발짝 다가왔다 참모의 매서운 눈길에 차마 손을 뻗지 못했다.

“동정인가요? 당신 덕에 꼴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 알량한 마음으로 적선 한 번 베풀어보겠다는 거냐는 말입니다!”

“참모 씨, 나는-,”

“뭐가 됐든 너희 같은 버러지 따위의 도움은 필요없으니 꺼지라고!”

명백한 적의가 담긴 말에 소녀가 숨을 들이켰다. 거친 고함이 돌벽을 때리며 울렸다. 물 떨어지는 소리만 적적히 들리는 감옥에 시간이 얼어붙은 듯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빈 공간을 울리는 소리는 점차 가라앉았지만 소녀의 귓가에 남은 충격은 여전했다.

잘못되었나? 역시 바뀌지 않는 걸까? 소녀는 울상을 지으며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꺼내려 입을 열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함께하고 싶었어. 장교 씨와 마을 사람들이 변한 것처럼, 참모 씨와도 함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참모 씨가 잘못한 점을 사과해주고, 조금씩 변한다면, 우리도 함께….

그러나 형형히 빛나는 참모의 노란 눈과 마주한 순간, 소녀는 모든 말이 목구멍에 막혀 숨조차 쉬지 못하고 꺽꺽댔다.

그는 온몸으로 소녀를 거부하고 있었다. 너 따위는 필요없다며, 증오와 원망과 같이 온갖 악의로 범벅이 되어 소녀를 내리쳤다.

실패다. 소녀는 초점이 사라진 시선으로 방황했다. 정말 실패야? 모두 함께하고 싶다는 내 꿈은 이루어지지 못해? 하지만, 하지만 나는….

소녀는 겨우 웃는 얼굴을 지어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우, 우선, 참모 씨, 그래, 손을 치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프진 않아? 나도 어릴 적에는 말이지- 나무를 타다가 그렇게 긁히면….”

“…그게 싫다는 겁니다.”

응? 소녀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듯 눈썹을 늘어트리며 되물었다. 그 모양새에 입술을 짓씹은 참모는 글자 하나하나를 씹어 뱉듯, 천천히 곪은 분노를 토해냈다.

“당신이 매번 내세우는 그런, 동정어린 눈빛이 싫다고.”

왜, 그런 식으로 굴면 나도 네가 키우는 짐승처럼 길들여질 줄 알았어?

조롱어린 날것의 분노에 소녀의 낯이 더없이 새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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