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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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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9HNVpMSipO4?si=kc2FhtRbhu9UK0kD

토성은 목성에 이어 태양계에서 2번째로 큰 행성이지만 태양계 안에서 가장 밀도가 낮은 약 687kg/m³이다. 이는 물의 밀도 보다 낮은 수치이며, 때문에 '만약 토성을 물에 넣을 수 있다면 물에 뜬다.'고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나열된 천문학 책을 언젠가 덮어버린 적이 있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좋아할지는 몰라도 행성이 어떤 밀도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고 이해도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물에도 뜰 수 있다는 토성의 이야기가 왜 너를 보며 생각이 났는지. 네가 가지고 있는 다정함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짓눌릴 만큼 무거워서라고. 

환상을 갖지 말아라. 스노스필즈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동화를 읽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곳에서 착각과 꿈은 헛된 희망을 심어 삿된 것을 바라게 해주니까. 하지만 트리는 제 눈앞에 있는 얼굴을 읽을 수 없는 그럼에도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의 착각에는 어떤 말도 얹고 싶지 않았다. 그것으로 이 곳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 착각이 본인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그 끝이 스노즈필즈의 마을이 아닐까 걱정이 되더라도.

" 그러면 새턴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두려울 게 없는 친구일걸. 왜냐면 내가 널 미워할 일은 없을 테니까. "

친우의 우주 속 부유하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고목의 문장은 토성까지 도달할 수 있으련지. 수 많은 고리와 위성이 존재한다지만 서로의 거리는 몇 광년씩이나 되어서 서로의 이야기가 닿지 않는 공백 속의 외침이 아니었나. 자유로운 고목은 이미 죽어버렸음에도 토성 위에 뿌리내렸다. 물과 흙이 없이 자라나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하나의 무언가가 되며.

때때로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토성의 고리』W.G 제팔트

이 세상은 우리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일지도 모른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는 중력이 있는 곳이라지만, 너의 우주가 따뜻하다는 것만으로 우주를 동경하기에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 새턴, 학교를 졸업하면 아무도 모르는 우주로 같이 여행을 가자. "

다정과 따뜻함만이 존재하는 우주는 환상이더라도 이제는 좋았다. 너와 함께 동경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유는 충분했다. 네가 두려워할 것은 없는 나는 스노스필즈를 지울 수 있는 우리만의 우주.

 " 거기에는 별만 존재할 거야. 우리가 늘 궁금해하던 별의 이야기만 가득할 거야. 그럼 그 곳에서 제일 빛나도록 하자. 누구나 우릴 동경하도록. "

얼음과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성을 껴안았었나. 온기라곤 한 점 없는 것으로 이루어졌다지만 이다지도 따뜻해서 언젠가 눈이 펑펑 내리던 한 겨울날 홀로 널브러진 쓰레기를 모아 겨우 피우던 모닥불을 떠올린다. 생명의 연장선이었던 단 하나의 온기. 

약속을 정의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보인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이 약속이라면 확신으로 가득 찬 것으로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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