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아카]네 탓
그저 타키온이 질투하는 게 보고 싶었던 이야기
* 해당 글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캐릭터 '아그네스 타키온'와 2차 창작 드림주 캐릭터인 '모로보시 아카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드림에 대해 잘 모르거나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 혹은 '아그네스 타키온' 트레이너 드림 연성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해당 글을 읽는 걸 재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공백 미포함 5,316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오니 하늘만큼 공기 역시 차가워졌다. 묵직한 온기를 등에 싣고 아카네가 바이크 엑셀을 힘껏 당겼다. 안 그래도 어두운 거리를 헬멧을 쓴 채로 보는 건 쉽지 않지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길이라 몸이 습관대로 나아간다. 곧이어 똑같이 생긴 건물 두 채가 나타나고, 그 중 '릿토 생활관'이란 입구 앞에서 아카네가 브레이크를 잡았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진동과 매캐한 연기가 아주 잠시 그들의 주위를 맴돌았다.
"타키온, 도착했어."
"음, 고생했네."
"아, 가기 전에 하나만."
"뭔가 용건이 남았나?"
"응. 아, 그런데 타키온한테는 아니야."
타키온한테는? 헬멧을 벗으며 타키온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아는 아카네는 여기서 헬멧도 벗지 않은 채 인사한 뒤 바로 가곤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헬멧까지 벗고 안장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도 모자라 사이드백에서 웬 봉지를 꺼내기까지 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타키온은 집요하게 관찰했다. 제대로 주차하지 않았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볼 일은 아니다. 봉지는 마트 로고가 새겨져 있으니 아마 높은 확률로 생활용품. 그러한 정보는 너무나도 쉽게 보이면서도 이런 사소한 것에 왜 이렇게까지 머리가 굴러가는지까진 알 수 없었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저 당장 눈앞에 있는 담당 트레이너의 시선을 따라갔다.
늦은 시간이라 기숙사에서 불이 꺼진 곳도 꽤 되지만 1층만큼은 아직 환한 빛이 가득했다. 거기에 어떤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후지 키세키. 릿토 생활관의 생활 반장. 통금 시간이 가까운 지금, 그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트레이너가 그에게 간다는 게 문제였다. 후지는 한 손을 여유롭게 흔들며 그들을 맞이했다.
"타키온이랑 타키온의 트레이너 씨. 왔구나."
"안녕, 후지. 필요하다는 거 이거 맞아?"
"응. 고마워, 타키온의 트레이너 씨! 그리고 미안해. 번거롭게 했네."
"아니야. 천만에. 평소엔 이쪽이 번거롭게 하고 있잖아. 정말 별거 아니지만 그 답례라고 생각해 줘."
"이게 무슨 상황이지?"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아직도 주차된 바이크 옆에 서 있던 타키온은 짐짓 팔짱을 낀 채 둘을 보고 있었다. 입구 쪽이 밝아서인지 눈살이 찌푸려져 있었다.
"스포츠 드링크 분말 떨어졌단 얘기를 채팅방을 헷갈려서 잘못 보냈거든. 그런데 사다 주신다고 하길래."
"평소 신세 지는 것도 많고, 어차피 우리 것도 사야 했으니까 괜찮아."
"평소 둘이 따로 연락 같은 걸 하는 건가?"
"네가 지내는 기숙사 생활 반장인 데다가 네 생활을 서포트해 주잖아. 그래서 가끔 연락해."
"하하. 지금 데려다주고 있으니까 통금 조금 넘어도 봐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매번 미안…"
"흐음…"
타키온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아카네의 눈동자가 잠시 방황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들 때 나오는 신호라는 건 아는데 그 무언가가 뭔지 도통 짚이지 않았다. 도움을 구하듯 후지를 봐도 그는 가벼이 웃으며 어깨만 으쓱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볼일은 끝났으니까. 목 인사만 건네고 아카네가 타키온 쪽으로 돌아가자 그 입꼬리가 스리슬쩍 올라갔다. 그 사이 두 개의 그림자가 그들 옆에 늘어섰다.
"어라, 모로보시 트레이너?"
"어? 키류인 트레이너, 안녕하세요. 미쿠도 안녕."
"안녕하세요…"
그림자 끝엔 키류인 트레이너와 해피 미쿠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는 이들의 등장에 타키온에게 향했던 푸른 눈동자가 다시금 멀어져 간다. 그 다음엔 아예 몸까지 돌아간다. 꼬리처럼 흔들리는 붉은 포니테일을 타키온 잠자코 지켜봤다.
"모로보시 트레이너도 담당 우마무스메 배웅해 주려고 오셨나 보네요."
"네. 키류인 트레이너는 평소보다 늦게 들어가시나 보네요."
"네. 오늘은 미쿠가 추가 트레이닝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마무리하고 나니 이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오늘… 힘냈어요…"
"후후, 열심히 했구나. 키류인 트레이너도 고생하셨어요. 저도 이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태워다 드릴게요."
"크흠."
헛기침 소리가 대화를 끊어냈다. 세 명의 눈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타키온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느리게 기울였다. 싱긋 곱게 접혀가는 눈이 도통 예사롭지 않았다.
"조심히 들어가게, 아카네 군."
"응? 어, 응."
"미쿠도 오늘 고생 많았어요. 내일 봐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키류인 트레이너, 먼저 타세요."
"와아,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할게요."
키류인이 먼저 바이크 안장에 올라가고, 아카네는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째서인지 뒤통수가 자꾸만 따끔거려 냉큼 헬멧을 썼다. 아까까지 타키온이 쓰던 헬멧은 자연스럽게 키류인에게로 넘어갔다. 엔진 소리와 함께 배기구에서 매캐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바이크가 어둠 속으로 나아간다. 큰 도로에 진입하기 전인데도 아카네는 사이드미러로 자꾸만 시선이 갔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익숙한 실루엣을 훔쳐보다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이야, 이야~ 자네는 여전히 방법 의식이 부족하군 그래."
"타키온?"
커튼이 크게 출렁인다 싶더니 그 뒤에서 갈색 머리가 먼저 툭 튀어나왔다. 숨바꼭질하던 어린아이처럼 타키온은 얼굴만 빼꼼 내밀곤 집안을 살폈다. 씻고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아카네가 사용 중이던 헤어드라이를 내리고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타키온에게는 그저 눈길 한 번 주고 근처에 둔 스마트폰이나 들어 올렸다.
"이젠 놀라지도 않는군."
"한두 번이어야 놀라지… 일단 잠시만."
"뭐 하는 건가?"
"디지털한테 연락. 갑자기 룸메이트가 사라지면 당황하잖아. 타키온… 여기 있어… 좋아, 전송."
"흐음…"
무덤덤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타키온은 베란다 창에 기대어 섰다. 창을 타고 들어오는 밤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일렁였다. 아카네는 스마트폰을 침대에 대충 던진 후, 부엌 쪽으로 발을 옮겼다. 타키온의 눈동자가 붉은 머리카락을 따라갔다. 그 시선을 느낀 건지 아카네가 냉장고를 열려다 말고 타키온을 한 번 뒤돌아봤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일단 들어와. 그래서 이 시간에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오늘 아침 자네의 컵에 살~짝 약을 넣었거든. 헤어지기 직전까지 변화가 없는 건 확인하긴 했지만, 혹시 몰라 최종 확인차 들렸다만. 이런, 이런. 이 시간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가. 유감이로군!"
"언제 그런 짓을 했어? 적어도 미리 알려줘!"
"알려줘야 하나?"
"당연하지! 내가 안 먹… 안 먹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게. 안 알려줄 때도 있는 법이라고. 미리 말했다가 단순 폴라시보 효과에 지나지 않았다면 실망스러우니까."
"하아, 일단 부작용 같은 건 없으니 다행이긴 한데…"
대꾸하는 내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카네가 부엌에서 부산스럽게 무언가를 따르고 젓는 모습을 보며 타키온은 꿋꿋하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의 등과 머리카락에 가려 무엇을 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조용해졌나 싶을 때쯤엔 전자레인지가 경쾌하게 띵 울렸다. 아카네가 전자레인지에서 머그잔을 꺼내고 한참을 젓더니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자."
마치 네가 받으러 오라는 것처럼 아카네는 방 중앙에 서서 컵 하나를 내밀고 가만히 서 있었다. 컵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타키온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 이내 베란다에서 벗어나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손을 뻗자 자연스럽게 컵 손잡이가 손안으로 들어왔다. 온기와 함께 달큰한 향이 피어났다.
"갑자기 뭔가?"
"따뜻한 우유. 꿀도 탔어. 솔직히 실험 때문에 온 거 아니지?"
아카네는 자신의 몫을 홀짝이며 책상 의자에 앉았다. 눈으로는 식탁 쪽을 가리켰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얘기는 들어줄 테니까 돌아가면 바로 씻고 자."
"흐음. 자네는 정말 남 챙기는 게 몸에 배어있나 보군. 후지 군도 그렇고, 해피 미쿠의 트레이너도 그렇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싶더니 혹시 그거 때문이야?"
"글쎄. 그때 느낀 감정을 단순하게 따져보자면 부정적인 쪽에 가깝긴 하겠어. 모르모트, 즉 담당 트레이너가 사적으로 다른 것을 챙긴다는 걸 본다는 게 썩 유쾌하진 않더군."
"허어…"
아카네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검지손가락으로 머그잔을 톡톡 두드렸다.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나오는 그녀의 버릇이었다. 자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키온은 여전히 선 채로 아카네의 말을 기다렸다. 그사이 한 모금 먹은 우유는 꽤 달았다.
"있잖아, 내가 왜 창문 안 잠가두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에 타키온이 컵에서 입을 뗐다. 아카네는 딱히 대답을 바란 건 아닌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방법 의식이 없어서 그런 게 아냐. 네가 이렇게 종종 여기로 찾아오니까, 혹시 네가 찾아올 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열어 두다가 자기 직전에 창문 잠그는 거야. "
"나 때문이라고?"
"응."
"그래서? 그 말을 하는 저의가 뭐지?"
"하아. 그래, 이 정도로는 못 알아듣겠지…"
아카네는 머그잔을 감싸 쥔 손에 이마를 작게 콩콩 박았다. 새로 보는 행동 양상에 유심히 관찰하러 타키온이 가까이 다가가자 아카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우유의 열기가 옮아간 건 얼굴이 불그스름했다.
"아무래도 괜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할게. 딱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아까까지 머그잔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꼿꼿히 세우고 아카네는 선언했다. 그러고는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우다다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매일 식사를 챙겨주는 것도, 여차하면 기숙사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널 돌봐주는 애들이랑 연락하거나 챙겨주는 것도, 혹시 몰라 잠들기 전까지 방 창문을 안 잠그고 있는 것도 전부 너 때문잖아. 즉, 네가 중심에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애들 도와주는 건 부수적인 거야. 알겠지?"
말을 끝맺고선 아카네는 우유를 술처럼 들이켰다. 얼마나 다급하게 마셨는지 입술 위에 하얀 자국이 생길 정도였다. 타키온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짐짓 부루퉁한 목소리를 냈다.
"…해피 미쿠의 트레이너와 친하게 지내는 건?"
"동기는 좀 봐줘!"
아카네가 빽 소리를 지르자 타키온은 호쾌하게 웃었다. 아카네는 그 모습을 잠시 어이없이 보다가 이마를 짚었다.
"말하고 나니까 나도 내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네가 걱정되어서… 아니, 아니지. 이건 핑계지. 응. 아무래도 주변인들이랑 연락하는 건 좀 꺼림칙하지? 그 외에도 이것저것 좀 자제해야…"
"아니, 괜찮으니까 편하게 하게."
"너는 사양이라는 걸 좀 해!"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뭐?"
싱긋 웃고 있는 타키온과 당황한 낯의 아카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타키온은 그 얼굴 앞에 손가락을 하나하나 피며 말하기 시작했다.
"약을 먹는 것도, 검증이라며 몸을 혹사하는 것도, 그 외 네가 말했던 것들도 다. 자네가 다 받아주고 있지 않은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궁금할 정도로."
"…그러니까 잠시만. 너는 지금 내가 과하게 널 챙기는 게 결국은 나 때문이라고 하고 싶은 거야? 내가 다 받아주니까 네가 더 요구하는 거고, 그에 나도 더 과하게 되는 거라고?"
"그렇지."
"아니, 아니. 잠시만. 그중에 상당수는 네가 먼저 나한테 요구한 거고…"
"거절할 수도 있는데 안 하지 않았나?"
"그, 건… 우리의 목표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러려면 네가 중요한데 너는 널 돌보지 않으니까, 나는…"
"하하하! 이거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 같군!"
아카네가 당황하여 입만 벙긋거리는 사이 타키온은 웃으며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들고 있던 머그잔은 어느 사이인가 책상 위, 아카네가 쓰던 컵 옆에 놓아둔 상태였다. 절반 정도 남은 우유에서는 아직도 옅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아카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주제에 대해 더 파면 팔수록 말려드는 건 자신이다. 누구와 달리 알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감정 정도는. 아카네는 결국 또 눈을 질끈 감았다.
"타키온! 옷도 안 갈아입은 채로 침대에 눕지 마!"
"그러면 옷 갈아입으면 괜찮은 건가? 적당히 자네 옷 아무거나 꺼내서 주게."
"자연스럽게 여기서 자고 간다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 줄래?!"
"피곤해서 이대로 자고 싶다만."
"안 돼! 돌아가!"
"어른이 쩨쩨하게 굴지 말게나!"
"어른이니까 하는 말인 거야! 이건 못 받아줘! 돌아가라면 돌아가!"
아카네가 팔을 잡아당기자 타키온은 순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만연한 채로. 아카네가 질린단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니 타키온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어쩔 수 없지. 이만 돌아갈까."
"그래. 꿀 탄 우유 먹었으니까 양치 잊지 말고."
"알겠네, 알겠어. 자네 말이 참 많군."
"너한테는 듣고 싶지 않아!"
아카네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타키온은 사뿐사뿐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트레이너 기숙사에는 불 켜진 방이 꽤 많았다. 그 때문인지, 단순히 도시여서 그런지 밤하늘에는 별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상현달만큼은 또렷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타키온이 가만히 달빛을 받다 잠시 뒤를 돌아보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아카네가 태연스럽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심히 들어가, 타키온."
"그러지. 아, 맞다."
"응?"
히죽. 타키온의 입꼬리가 쭉 올라갔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아카네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내일은 함박 스테이크가 먹고 싶네."
"함박 스테이크? 으음, 아마 재료가 없을 텐데. 모레나 글피에 해줄…"
"그러면 부탁하네~"
"못 한다니까!? 저기?!"
아카네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타키온은 손을 흔들며 창문 너머로 사라졌다. 다급히 베란다로 나가자 누가 우마무스메 아니랄까 봐 타키온은 벌써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아카네는 베란다 난간에 빨래처럼 늘어졌다. 반박은 안 받을 테니 해오라는 거겠지. 벌써 내일 왜 자기가 부탁한 게 없냐면서 뭐라고 할 타키온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매주 식단표 짜고 재료 사서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도 모르고, 이 녀석. 아카네는 괜히 주먹으로 난간을 통통 두드리다가 몸을 일으켰다. 새벽에 일어나서 재료부터 사야 하니 조금이라도 일찍 자야만 했다. 타키온이 아주 잠시 누웠던 침대에 몸을 눕히곤 아카네는 눈을 감았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서툰 저 아이의 어리광을 들어 주자고 읊조리며.
다음날 도시락에는 어김없이 함박 스테이크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피망도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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