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Grand Oeder ZERO
2004년 후유키의 성배전쟁
*유에님과의… 수다끝에 만들어진 페그오제로(허락안받음주의)
* 2부 서장까지 스포 주의
* 1부 7장 애니, 1부 종장 애니,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애니 참고한 부분이 많습니다.
*개대충쓰는 설정없는 글입니다. 글 쓰는 이유: 루비문자
“ 캐스터. 너는? 넌, 무슨 소원을 빌 거지? ”
“ —어떤 소원이든 되는건가? ”
“ 물론이지. 나의 서번트, 캐스터. 너의 선택이라면 분명 옳은 선택일 테니까. ”
어느 불타는 거리. 두 인물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곳을 흰색으로 뒤덮은 남성이 묻자, 로브를 두른 남성이 되물었다.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흰 남성에 로브를 두른 남성은—
Fate: Grand Order / ZERO
시계탑 최심부, 로드급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집무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가격을 짐작치 못하게 하는 샹들리에가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엔틱한 분위기로 꾸며져있는 집무실은 물건 하나하나가 그 세월을 증명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있지만 잘 관리된 티가 나는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 자단나무로 만들어진 수수해보이지만 작은 장식마저 장인의 손길이 엿보이는 테이블과 그 위에 놓여있는 고급 만년필까지.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모여 집무실 전체를 화려하진 않지만 고귀하게 꾸미고 있었다.
집무실 한 켠을 가득 차지한 통창을 등지고 문을 마주보고 있는 자리. 주인의 테이블에 남성이 앉아있었다. 흰 머리에 흰 눈. 몸에 걸치고 있는 정장 마저 흰 색이라 멀리서 보면 그저 흰색의 무언가로만 보일 것 같은 남성이었다. 남성은 펜을 들고 흰 종이에 무언가를 휘갈기고 있었다. 흰색 종이에 빼곡히 박혀있는 검은색의 글자들을 하나하나 훑어가며 빠르지만 느긋하게 펜을 놀리고 있었다.
고요한 시간이 흘러갔다. 정오를 가르키던 해는 어느새 붉은 노을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남성의 테이블 한 켠에 가득하던 종이들은 어느새 반대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똑똑
가끔 차를 마시는 것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던 남성이 고개를 들었다. 흠, 짧은 고뇌와 함께 내뱉어진 말은 들어오라는 말이었다.
“ 로드 아니무스피어. ”
“ 무슨 일이야? ”
“ 요청하신 물품을 가져왔습니다. ”
“ 아, 거기 탁자 위에 두고 가주겠어? ”
넵!
짧게 대답한 사람이 가운데 놓여 있는 탁자에 상자 하나를 두었다. 짧게 묵례하곤 조용히 나가고 몇 분 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마무리한 남성이 탁자에 다가갔다.
스윽,
조용한 집무실에 상자를 쓸어내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어딘가 감격한듯한, 허나 그 감정을 절제하고자 하는 얼굴로 상자를 쓸어내렸다. 조심히 상자를 봉하는 마술을 풀었다. 남성 본인이 아닌 이상 열 수 없는 마술이었다. 마술을 풀면 나오는 작은 구멍 하나. 가슴주머니 한 켠에 보관해 둔 아니무스피어의 열쇠를 꽂았다.
덜컹, 마지막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나며 상자를 봉하던 모든 물리적, 마술적 요소가 사라졌다. 차분한 손길로 상자를 열면 그 안엔 아주 작은 상자 하나가 들어있었다. 마치 반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상자가.
“ 모든 준비가 끝났군. ”
작은 상자를 조심스래 열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색의 반지가 하나 놓여있었다. 남성은 조심스래 반지를 들어올렸다. 이 반지 하나를 구하기 위해 몇 년을 소모해야 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의 돈과 셀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쓰였다. 제아무리 아니무스피어의 가주일지라도 가솔들의 눈치가 슬쩍 보일 정도였다. 남성은 원로들의 반발따위,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반짝
조명에 반사된 빛이 반짝였다. 눈 위에 들어올려 빤히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겉으로 보았을 땐 그 누구의 이름도 각인되지 않았고, 그 어떠한 흔적도 없는 반지였다. 하지만 반지 안 쪽, 가장 은밀한 곳에 각인된 문구가 있었다.
“ —שלמה. ”
반지 주인의 이름이었다. 신이 내려주었다 알려져 있는 솔로몬의 반지. 솔로몬은 최후에 그 반지를 반납하며 생을 마감했다는 전승이 있었다. 남성은 조심히 반지를 손에 끼웠다. 솔로몬의 10개의 반지 중 찾아낸 반지는 고작해야 단 하나. 그 반지를 조심스래 왼손 중지에 끼워넣었다. 마술적 효과는 전부 사라진 지 오래일테지만, 이상하게 마력이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성, 마리스빌리 아니무스피어는 코트를 걸쳤다. 가주의 허가가 필요한 서류는 이미 처리가 끝났다. 흔한 잡음 하나 없이 집무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차분한 발걸음으로 떠난 주인을 둔 집무실은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마리스빌리가 향한 곳은 공항이었다. 대기시켜둔 전용기로 향하는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었다. 저 멀리 그와 닮아보이는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여성만이 걱정스런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단 한 번 눈빛을 흘리곤 전용기에 올라탔다. 그가 자리에 앉고 얼마 안 지나서 출발한 비행기는 동쪽의 작은 나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조용한 비행이었다. 화려하게 꾸며져있는 아니무스피어의 전용기. 기장과 승무원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3명정도가 전부였다. 마리스빌리는 멀어져가는 영국을 뒤로하고 시야 가득 펼쳐진 하늘을 보았다. 조용히 비행을 즐기던 마리스빌리에게 한 남성이 찾아왔다. 온 몸을 흰 색으로 두른 그와 달리 검은 양복을 빼입은 남성이었다.
“ 로드. 그것에 반드시 참여하셔야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
“ 꽤나 늦은 질문이네. ”
“ …. ”
이런, 딱히 책망하는건 아니었어. 슬슬 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고.
마리스빌리가 한 말에 물음을 던진 남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웃은 마리스빌리는 가볍게 대답했다. 해야할 일이 있다고.
“ 인류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할거야. ”
“ 근원에, 도달하시려는 겁니까? ”
“ 아니. 고작 근원따위가 아냐. ”
마리스빌리의 눈은 저 멀리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근원이 아닌 저 멀리 있는 무언가를. 그것은 남성같은 삼류 마술사따위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먼 미래일 것이다. 로드 아니무스피어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바라고 있기에, 소모뿐인 이 전쟁에 나서는가.
“ —성당교회측은 어떻지? ”
“ 현재로선 변화가 없습니다. 10여년 전부터 후유키 담당 관리자이던 코토미네 키레이와 토오사카 린의 유착관계가 전부입니다. ”
빙글, 와인잔을 돌리며 눈 앞으로 들어올렸다. 감흥없다는 듯 듣던 마리스빌리는 이내 가보라는 듯 남성에게 손짓했다. 남성은 짧은 묵례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성이 사라져 조용해진 객실 내에서 중요도가 낮은 서류를 처리한다. 휘리릭, 사인을 하고 앞에 놓인 탁자에 올려둔다. 고급스런 탁자 위엔 기껏해봐야 여러 서류를 비롯해 와인잔, 물 정도가 전부였다. 하늘 위에서 무언갈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싫다는 듯, 마리스빌리는 비행 내내 공복이었다.
서류 처리도 한참, 마리스빌리는 오른손 손등에서 찌릿한 고통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끼고있던 장갑을 차분히 벗기니 보이는 것은 손등을 가득 채운 붉은색 문신이었다. 성배전쟁에 참여하는 마스터의 증표. 마리스빌리가 일본의 상공에 들어가자마자 받은 것이었다.
왼손으로 슬쩍 쓸어내려본다. 아니무스피어의 오랜 숙원을 이뤄줄 열쇠. 모든것이 모였다. 미소를 숨기지 않으며 장갑을 꼈다. 자신의 패를 공개하는 마술사는 존재하지 않으니.
“ 도착인가? ”
“ 네. ”
작게 중얼거린 말에 대답이 돌아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마리스빌리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내심 지긋지긋했던 서류에게서의 해방이라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탁.
마리스빌리 아니무스피어가 일본에 첫 발을 내딛었다.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고공항. 겨울 특유의 차가운 하늘이 그를 반겨주었다. 영국보다는 따뜻하지만 그럼에도 추운 날씨였다. 그래도 다른 점은, 날이 좋아 하늘이 잘 보인다는 것이겠지.
공항을 빠져나와 앞에 대기되어 있는 리무진에 탑승했다. 눈에 띄고싶지 않기에 준비된 차량은 작은 사이즈의 리무진. 이마저도 지금을 제외하면 탑승할 계획이 없었다. 모름지기 이런 것은 직접 뛰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을테니. 특유의 무기질적인 미소 탓에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겠지만, 마리스빌리는 이번 일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몇 십분 정도 달리니 거점으로 쓰기 위하여 사둔 저택이 한 채 나온다. 서양식으로 만들어진 저택은 넓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잠깐 쓰기엔 적당한 크기였다.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저택이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로비가 반겨주었다. 마리스빌리는 익숙하다는 듯 가주의 방으로 향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절대 저렴해보이지 않는 것이 마리스빌리와 아니무스피어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한쪽 벽에 있는 문들은 각각 드레스룸과 침실로 이어져 있었으며, 그 두 방은 다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리스빌리는 드레스룸에 들려 두꺼운 외투를 내려두고 얇은 옷을 입었다.
마리스빌리가 옷을 갈아입은 시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성당교회 측으로 보낸 남성들이 돌아온 것이었다. 아니무스피어의 로드가 교회와 유착 관계를 맺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결정이었다. 하여, 마리스빌리는 부하들을 보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성당 교회마저 유착관계를 제안한 자가 로드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 로드, 성당교회측에서 답변이 왔습니다. ”
“ 거기 올려둬. ”
“ 네. ”
성당교회를 상징하는 인장으로 봉해진 편지. 페이퍼 나이프에 마력을 담아 편지를 갈랐다. 안부를 묻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어 있는 편지는 구차한 변명 뿐이었다. 거절의 의미가 잔뜩 담겨있는 편지를 탁자 위에 던지듯 올렸다. 그 행동에서 내용을 짐작한 것일까, 편지를 가져온 남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 소문상으론 10여년 전, 전임 신부였던 아비가 죽고 난 후 아들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
“ 예상한 일이었지만… 확답을 받아버렸네. ”
쯧, 짧게 혀차는 소리와 함께 남성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짧은 묵례 후 나간 남성을 뒤로하고 마리스빌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갔다. 밝은 빛이 나는 소환의식 특성상 지하에서 하는 쪽이 괜한 의심을 받지 않을 터였다.
마리스빌리는 계단으로 내려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성배전쟁.
7명의 마스터와 7기의 서번트가 각각 쌍을 이뤄 겨루는 전쟁이다. 최후의 승리자는 한 쌍 뿐. 그 한 쌍만이 성배라는 만능의 소원기에게 소원을 빌 권리가 주어진다. 마리스빌리가 후유키에 온 이유는 오로지 그 소원 때문이었다. 마리스빌리에겐 목표가 있었다. 반드시 이루어야할 그 자신의 숙원이자 아니무스피어의 숙원과도 같은 일업.
“ …드디어. ”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보면 작은 공간이 나온다. 사람 몇 명이 들어가 서 있는게 고작인 공간. 서번트 소환만을 위하여 급히 만든 공간이었다. 바닥에 그려진 소환진이 빛났다. 원탁과도 같은 둥근 원 안에 채워진 갖가진 라틴어. 온갖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곳곳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
“ 고한다.
그대의 육신은 내 곁에, 내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의지에 따라 이 뜻, 이 이치를 따른다면 응하라.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그대는 별 읽는 자의 언령을 두르는 일곱 하늘,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
화아악!
발 밑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시야 가득 채우는 밝은 빛이 몇 초 정도 번쩍이곤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 빛의 소멸에 맞춰 마리스빌리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한 남성이, 앞에 서 있었다. 첫 감상은 ‘아름답다.’ 한 마디뿐이었다. 남성이 감았던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그 아름다운 금안과 눈이 마주쳤을 때. 마리스빌리는 이 전쟁의 승리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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