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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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문] Idolatrous Lover

'오프 더 레코드' 전력 참가작

滅字存亡 by Ruī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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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레코드

: 보도에서 제외하여야 할 사항. 제보자가 보도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에 보도ㆍ공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는 말이다. 


아이돌의 미덕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꾸준하게 실력을 갈고닦아 좋은 앨범을 내는 것이라고 하겠고, 누군가는 늘 변치 않는 외모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또는 꾸준히 기부나 봉사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그저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면 그걸로 됐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박문대가 생각하는 아이돌의 미덕은 무엇인가? 인성, 실력, 아웃풋 모두 중요하다지만, 박문대가 최고로 꼽는 것은 따로 있었다. 최대의 효용성을 낼 것. 박문대는 자발적으로 아이돌이 된 게 아닌 만큼 팬들에게 감사함은 물론 일종의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보답해야지. 남들이 알면 좋아하다 못해 '동태 눈깔 안 될 거 같은 남자 아이돌 1위는?' 같은 너튜브 영상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법한 생각이었다.

문제는 이 온당한 생각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세진은 얼마 전부터 철저하게 자신을-정확히는 자신의 구애를-무시하는 문대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눈치는 더럽게 빨라서, 그냥 입에 붙어버린 호칭 문대문대와 사심이 잔뜩 들어간 문대문대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 후자에는 아예 대답도 안 해준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심보는 아니었다. 깔끔함 그 자체라고 자부하던 자신이 이렇게 구질구질해진 것은, 전부 박문대의 발언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돌이 연애는 좀…."

차라리 동성은 좀 그렇다거나 너를 연애 감정으로 볼 수 없다는 말로 거절했다면 충분히 납득하고 마음을 정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문대의 거절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리가 '아이돌'이라서. 그리고 아이돌이 연애를 하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서.

더 어이가 없는 건 저 말 직전에 '그, 나도 널 좋아하긴 하는데….' 따위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너무 당황했던 나머지 문대의 모든 말이 기억이 나는 건 아니지만, 요약하자면 그거였다. 나도 널 좋아하는데 우린 사귈 수 없어. 왜냐? 우린 아이돌이니까!

"아! 박문대!"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 비명을 지르며 옆에 있던 공식 인형 세진돌이-회사는 왜 세진돌이냐는 물음에 이세진과 곰돌이를 합친 말이라고 했다-을 퍽퍽 때렸다. 다행히 숙소는 방음이 매우 잘 되는 편이었고, 룸메이트인 래빈이는 오늘도 작업실에 출근했기에 미친 놈이냐는 시선은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고백한 건 아니었다. 그저 욕심이 생겨서, 말 한 번 못 해보고 숨겨두기만 하는 건 너무 괴로워서. 그래서 불쑥 지르고 말았다. 어쩌면 사고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은 참 간사해서, 아예 기대를 안 했냐 묻는다면 대답은 못 하겠다만. 하여튼.

그래도 우리 꽤 괜찮은 분위기 아니었나? 아니지, 애초에 자기 입으로 나 좋아한다며. 근데 대체 왜 안 되는데? 아니, 뭐 아이돌은 연애하면 안 되나? 물론 안 하는 게 좋긴 하지만…. 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야,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이세진은 세진돌이를 짤짤 흔들며 물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인형 따위에 물어볼 정도로 답답해 미치기 직전이라는 뜻이었다. 

사귀자고 강요할 수도 없고, 아이돌을 그만둘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설득을 하려고 해도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고, 진심으로 꼬셔보자니 철저하게 무시해버린다. 누구는 아이돌에 진심이 아닌 줄 아나? 세진은 억울했지만 그래도 문대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또 아니라서, 꾹꾹 참으며 지내올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오늘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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