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방구석 오타쿠인 졸자가 인싸들의 전유물을 선물 받은 건에 대하여

이데아 슈라우드 드림

* 23년도 이데아 슈라우드 생일 축하 글

소셜 게임을 하는 게이머에게 생일은, 가상의 존재들에게 수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는 날과도 같았다.

메인 화면에 세워둔 캐릭터가, 대표 캐릭터로 설정해 둔 캐릭터가, 혹은 파트너 역의 캐릭터가 게임에 들어가기만 해도 태어난 걸 축하해 준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이벤트인가. 게다가 캐릭터 목록 페이지에 들어가 음성 목록을 누르는 걸로 모든 캐릭터의 생일 축하 멘트를 확인할 수 있으니, 소셜 게임 게이머에게 생일이란 분에 넘칠 정도의 축하를 받을 수 있는 날이라 할 수 있었다.

 

“도련님, 계십니까?”

 

똑똑.

플레이하는 게임의 로그인 보너스를 받고 생일 멘트들을 확인하던 이데아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와 노크에 인상을 찌푸렸다.

생일 축하라면 나중에 해가 뜨고 나서 받아도 되고, 굳이 대면이 아니라 메시지로 보내도 될 텐데. 한창 바쁠 때 찾아올 줄이야.

간단한 조작으로 문을 연 이데아는 화면을 스마트폰에 고정한 채 물었다.

 

“뭐야, 르니안? 지금 생일 보이스 수거 중이라 바쁜데.”

“선물이 왔습니다만.”

“선물? 누가 보낸 건데?”

“애틀랜틱 가의 아가씨요.”

“뭐?”

 

제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 급히 고개를 돌리자, 스티로폼 상자를 든 채 이쪽을 보고 있는 르니안이 보인다.

내용물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상자와 르니안을 번갈아 본 이데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 번 더 물어왔다.

 

“설마, 포플러 씨가?”

“기재 된 정보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뭐, 그렇지. 어차피 우편은 실명제 같은 게 적용되지 않으니까, 이름만 포플러의 것을 쓰고 다른 사람이 보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굳이 그런 번거롭고 의미 불명인 짓을 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애초에 포플러 애틀랜틱과 자신의 관계를 아는 이는 몇 없는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춤주춤 르니안에게 다가간 이데아는 잽싸게 상자를 받아들었다.

 

“이, 이거. 실험 카메라 같은 건 아니지? 이렇게 갑자기?”

“사실 물품은 어제저녁에 수령 했습니다. 그런데 12월 18일 정각에 전해달라는 전언이 있어서 지금 드리러 온 겁니다.”

“전언? 잠깐, 르니안. 혹시…….”

“선물이랑 같이 온 쪽지에 적혀있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런 오해는 질색이라는 듯 인상을 찌푸린 르니안은 고개만 까딱여 인사하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상대는 생일 축하한다는 하지 않았지만, 이데아는 특별히 불쾌해하진 않았다. 어차피 몇 시간 뒤, 제 의지는 반영되지 않은 강제 생일파티 때 말할 테니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자신들이 그런 예의에 구애받아야 할 정도로 딱딱한 사이도 아니고 말이다.

다시 혼자 남은 이데아는 책상 위에 스티로폼 상자를 올려두고, 뚜껑을 봉인해 둔 테이프를 커터칼로 잘라내었다.

 

‘포플러 씨의 선물이라니, 대체 뭘 보낸 거지?’

 

포플러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면 감성적인 선물 같은 것보다는 실용적인 걸 보내줄 것 같은데, 이런 상자에 넣어서 보낼 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두려운 건지 설레는 건지 모를 마음으로 뚜껑을 연 이데아는 내용물을 보곤 입을 틀어막았다.

 

“이, 이건!”

 

안에 들어있는 건 손바닥 두 개 크기의 케이크였다.

아니, 사실 그건 그냥 케이크가 아니었다. 식욕이라는 건 고려하지 않은 것인지 밝은 하늘색 크림으로 뒤덮인, 보라색 글씨로 ‘마법사님의 생일을 축하해!’라고 적혀있는, 가장자리에 찌그러진 토끼 그림이 같이 있는 이 케이크는, 분명…….

 

“애니메이션 ‘전생했더니 내가 유일한 마법사라 곤란해!’ 속에 나오는 케이크?! 게다가 색도, 모양도, 완벽! 싱크로율이 장난 아니잖아?!”

 

설마 제가 최근에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의 케이크를 받게 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한 일에 머리카락이 번쩍거리며 타오를 정도로 흥분한 이데아는 그제야 뚜껑 안쪽에 붙은 포플러의 편지를 발견했다.

 

[안녕, 이데아. 생일 축하해.

저번에 네가 추천해 주어서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에서 귀여운 생일 케이크가 나오길래, 주문 제작 케이크로 만들어 봤어. 이 베이커리 케이크는 디자인도 잘하지만, 맛도 훌륭하다고 하더라고. 특별히 단면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거랑 똑같이 구현했으니까, 즐겁게 먹어주었으면 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얼굴 보자. 그럼.]

 

편지를 다 읽은 이데아는 떨리는 동공을 주체하지 못했다.

 

“주, 주문 케이크라니. 그런 인싸력 높은 아이템을, 졸자가 받아도 되는 건가?”

 

포플러가 보내준 선물인 것도 기쁘지만, 자신은 절대 받지 못할 것 같은 선물을 받은 점이 특히 기쁘다. 달콤한 향을 풍기는 케이크를 꺼내 사진부터 찍은 이데아는 히죽 웃으며 케이크의 앞을 서성거렸다.

 

‘아까워서 안 먹고 있으면 상하겠지, 응.’

 

이건 혼자 먹어야지. 절대 다른 사람에겐 나눠주지 않을 거다. 나중에 컷팅 전 오르토에게만 보여줘야지.

기분이 성층권까지 날아오른 그는 케이크를 도로 냉온 보관 마법이 걸린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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