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웃게!

릴리아 반루즈 드림


* 24년도 릴리아 생일 기념 글

* 정작 릴리아 연애 드림주는 언급만 되고 감독생이 세벡과 악우 드림을 펼치는 글이지만... 축하의 마음은 누구보다 큽니다.

선배 생신 축하드립니다...

* 1월 1일에 써놓고 이제 백업하기.

“그러고 보니 선배는 새해 첫 노래로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셨겠네요.”

 

1월 1일. 새해의 첫날이자 릴리아 반루즈의 생일 날.

아이렌의 다소 뜬금없는 한 마디에, 그에게 나눠줄 케이크를 자르던 릴리아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아이렌?”

“아니. 최근 퍼진 이야기 중에서 ‘새해 처음 들은 노래가 그해의 운수를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호오. 그런 이야기가 있단 말인가.”

 

그런 건 근거 없는 단순한 미신이지만, 본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부정적인 암시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보다는, 사소하지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미신을 믿고 스스로 축복을 내리는 쪽이 훨씬 좋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그러니 이런 긍정적인 자기 암시적 미신은 무조건 배척할 이유가 없다. 릴리아는 후배의 이야기에 흥미가 생겨 적극적으로 대꾸해왔다.

 

“그러면 그대는 올해 첫 노래로 뭘 들었는고?”

“저는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를 들었어요. 가사가 굉장히 희망차거든요.”

“오호. 의미와 취향을 동시에 잡은 건가. 현명한 선택이구먼.”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나중에 물어보아도 되겠지.

큼직하게 자른 케이크 조각을 아이렌 앞에 내려놓은 릴리아는 상대의 맞은편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확실히, 올해 처음 들은 곡은 생일 축하 노래였지.”

“기숙사생들이 다 같이 불러준 건가요?”

“아니. 고향에 있는 이가 전화를 걸어 불러주었다네.”

“음? 그래요?”

 

생일이라고 통화를 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노래까지 불러주다니. 어지간히도 가까운 사이인가 보다. 개방적인 릴리아가 굳이 먼저 자세한 걸 말하지 않는 이상 굳이 캐묻는 건 실례이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던 아이렌은, 갑자기 자신들 사이에 불쑥 끼어드는 존재감 때문에 멈칫했다.

 

“혹시 로세우스 님과 통화하신 겁니까?”

 

갑자기 고개를 들이민 것은 세벡이었다.

아까 까지는 말레우스와 함께 있는가 싶더니, 대체 언제 여기 온 걸까.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다가온 그를 보고 놀라 포크를 떨어뜨릴 뻔한 아이렌과 달리, 릴리아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음, 그렇지.”

“과연! 릴리아 님의 생일에 맞춰 전화를 걸어주시다니, 역시 사려 깊은 분입니다!”

“그렇지? 후후, 로세우스는 노래도 잘하니까 말이야. 재주가 참 많아.”

“음. 유서 깊은 디알버스 가문의 일원인 분이시니까요!”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사적이라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디알버스’라는 단어는 확실히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듣자 하니 그 ‘로세우스 님’은 가끔 실버가 말하는 ‘디알버스 님’과 동일 인물인 듯한데…….

 

‘그 사람, 아니 요정 분……. 실버 선배에게 있어서 수양어머니 같은 분이라 하지 않았나?’

 

자세한 이야기는 자신도 모른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가끔 디어솜니아의 네 명이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 엿들은 대화와 그들이 직접 해준 이야기로 여러 추측을 내리는 것뿐이지.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촉이 좋고 타인의 의중도 잘 읽는 아이렌의 추측은 여러모로 예리하게 맞아떨어지곤 했다.

그렇기에 그는 제가 끼어들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상황과 흐름을 보며, 둘의 이야기를 훔쳐 들었다.

 

“선물은 따로 받으셨습니까?”

“그럼. 미리 보내준 덕에 어제 받았지. 하지만 나 혼자 볼 거라네!”

“그, 그렇습니까? 하긴. 두 분의 일에 끼어드는 건 좀 아니겠지요……!”

 

실버와 릴리아의 관계는 자신도 알고 있다. 우연히 실버가 릴리아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봤고, 그걸 캐물으니 금방 사실을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즉, 실버의 양어머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곧 릴리와는 부부 비슷한 사이라는 뜻인데…….

 

‘대체 어떤 사람, 아니 요정일까?’

 

말레우스도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까. 하지만 묻는다고 해서 다 답해줄까. 제게는 친절한 말레우스이니 너무 민감한 정보가 아니라면 다 알려줄 거 같긴 하지만, 그럴 거라면 차라리 릴리아에게 직접 묻는 게 낫지 않을까. 다른 이에게 연애사를 묻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을까.

추측만으론 알 수 없는 이런저런 디테일을 고민하는 중.

입을 꾹 다물고 머리를 굴리는 아이렌의 눈앞에 릴리아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아이렌이여?”

“으헉! ……예?”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무슨 생각을 그리 골몰히 하는고?”

“아, 별거 아녜요.”

 

‘선배의 정인 되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 보고 있었습니다’ 차마 그리 말할 수 없는 아이렌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어물쩡 넘기려 했다.

하지만 백전노장인 이 늙은 요정을 속이기엔 아이렌은 너무 젊었다. 수상한 후배의 언행에 ‘흐음’하고 침음 한 릴리아는 가만히 눈앞의 흰 얼굴을 지그시 노려보더니, 갑자기 꾹 다물린 아이렌의 양쪽 입꼬리를 두 손의 검지로 끌어 올렸다.

 

“이, 이이아 엥애?”

“오늘은 내 생일이지 않나! 그렇게 딱딱한 표정 말고 웃게! 내 생일 파티에 온 이상 즐겨야지!”

 

아니, 제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었나. 그리고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는데.

타인의 속내는 잘 파악해도 제 표정은 거울 없이는 전혀 알 수 없는 아이렌은 강제로 미소를 만들어 준 손가락이 떨어지고 나서도 곧장 대꾸하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이 최고의 대답이라는 걸 알 만큼의 나이는 먹은 그였기 때문이었다.

릴리아는 차가운 무표정에서 어색한 웃는 얼굴로 바뀐 후배의 표정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이지, 이렇게 보면 실버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도 같구먼.”

“실버 녀석이 무슨 소리 했습니까?”

“음. 로세우스랑 아이렌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한 적이 있거든. 그땐 무슨 소리인가 몰랐는데, 이렇게 갑자기 심각해지는 건 닮은 것 같아서.”

“엑. 그, 그렇습니까?”

 

제가 존경하는 이와 한낱 인간이 닮았다는 이야기가 불쾌한 걸까. 세벡은 릴리아의 말에 차마 대꾸하지도 못하고 반쯤 감은 눈으로 아이렌을 흘겨보았다.

 

‘……놀릴까?’

 

잘생겼지만 얄미운 그 얼굴에 문득 심술이 든 아이렌은 제 몫의 케이크를 포크로 자르며 고민했다.

솔직히 귀가 좀 아파지긴 하겠지만, 세벡은 놀리는 맛이 있는 성격이었으니까. ‘내가 요정과 닮았다니, 영광이어라!’ 같은 소리 한마디만 해줘도 이 덩치만 큰 동급생 녀석은 볼멘소리를 쏟아내겠지?

 

‘후, 릴리아 선배 생일이라 봐준다.’

 

하지만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소란을 일으킬 수는 없는 법.

아이렌은 싱글벙글 웃으며 케이크를 나눠주러 다니는 릴리아의 활기찬 얼굴을 보고 짓궂은 마음을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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