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달재 나 아무나한테 이러는 거 아닌데
정대만x이달재 (포타에서 썼던거 재탕)
(원작 만화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 기반으로 둘을 합치느라 날조한 부분이 많습니다.)
(농구 알못 주의 그냥 구글 검색해서 그럴듯하게 써봄 주의 캐붕 주의)
정대만이 이끈 패거리가 북산 농구부를 습격한 이후, 정대만은 마음을 고쳐먹고 어깨까지 길렀던 머리를 짧게 자른 상태로 농구부에 복귀했다. 2년 간의 공백이 있었다지만, 그의 플레이는 1학년이면서 북산의 에이스인 서태웅과도 견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주특기인 3점 슛의 동작은 여전히 깔끔했다, 고 그와 같은 학년이면서 농구부의 부주장인 권준호가 바로 옆에 있던 2학년 이달재에게 회고했다.
그의 플레이에는 확실히 배울 점이 많았고, 인간적인 면에선 가끔 욱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다정했다. 마치 그가 무릎 부상 이후로 방황했던 약 2년 간의 일이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렇다고 해서 이달재는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저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거의 기절하기 직전까지 폭행한 것도 모자라 그도 한때는 농구부였으면서, 이번에야말로 전국대회 진출에 희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그것들을 짓밟으려 했기 때문에 이달재는 그 사건 이후로 아무렇지 않게 부원들과 잘 지내는 정대만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정대만 무리에게 기절하기 전까지 얻어맞았던 이달재의 소중한 친구, 송태섭은 그런 정대만의 복귀가 매우 반가웠던 모양이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자기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를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서, 그 때의 대만 선배로 돌아온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는 얘기를 송태섭의 입에서 직접 들은 이후로, 이달재는 정대만이 조금 불편해도 미워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미워하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2년 간의 방황 끝에 요란하게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전국 대회에 진출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저의 가장 소중한 친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불꽃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야 송태섭~ 그리고.. 달재야.. 집에 가게?"
"네. 대만 선배는 무슨 일이세요?"
"그냥.. 너네 시간 되면 같이 밥 먹자고~ 이 마음씨 좋은 형님이 쏜다!"
"와 대박.. 마침 달재랑 밥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형이 쏴 주시면 저야 땡큐죠~"
"정말 괜찮으세요? 선배도 용돈 받으실 텐데"
"야야 괜찮아 괜찮아 둘이 주장이랑 부주장 된 거 축하하려고 그런 것도 있고... 특히 너희들한텐 미안한 일도 많고... 아무튼 어서 가자"
여름방학이 끝난 어느 날, 이달재는 송태섭과 함께 라멘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마침 정대만이 뒤에서 부르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동안 미안한 일이 많았다면서 밥을 사준다고 했다. 달재는 이제 와서 그러는 게 탐탁치 않았지만, 그 동안 전국 대회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도 했고, 옆에서 송태섭이 그 제안을 바로 받아들여 뒤를 따라가는 바람에 이달재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따라 자주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밥 사주셔서 고마워요 대만 선배. 정말 잘 먹었어요."
"그래..그거 참 다행이네"
정대만은 이달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에 순간 마음이 동했지만, 그것은 정대만이 사준 밥이 맛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대만이 밥을 사준 바로 다음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농구부 부실에 들어간 이달재는, 자신의 사물함 안에서 해바라기 씨와 햄스터가 가득 그려진 포장지로 포장된 선물상자를 발견했다. 대체 누가 보낸거지 싶어 상자를 이리 저리 살펴 보니 조그맣게 [달재 선물 -정대만 드림-] 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대만 선배가 무슨 일로 선물을... 하는 의문을 품고 포장지를 풀어봤더니, 상자 안에는 언젠가 이달재가 송태섭에게 요즘 필요해졌다고 얘기했던 물병이 들어 있었다.
"야야 너네 무슨 개인 물병 하나 받았다고 날 무슨 신처럼 떠받드냐"
"왜요 재밌잖아요~ 얘들아 더해라 더해~"
체육관에 들어갔을 땐 동급생들과 후배 부원들이 못보던 물병을 들고 정대만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서태웅도 옆에서 꼽사리 껴서 절하는 것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농구부의 부주장이 된 이상 부원들의 장난을 마냥 받아주기만 할 수는 없었다. 이달재는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이제 연습할 시간이 되었음을 전 부원에게 알렸다.
채치수와 권준호가 은퇴한 농구부는 새로운 주장인 송태섭을 필두로 윈터컵 준비에 한창이었다. 산왕공고전에서 등 부상을 당했던 강백호도 서서히 회복중이라 재활만 잘 하면 윈터컵 출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은퇴한 채치수를 제외한 북산의 주전이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라는 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북산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만큼, 벤치에 있었던 부원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연습을 거듭했다. 그럴때마다 정대만은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다정하게 다른 부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려줬고, 그것은 이달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달재야, 어깨에 힘 빼고, 무릎도 더 낮추고 이런 식으로 말야.."
요즘 들어 3점 슛을 연습하기 시작한 이달재는 3점 슛이 특기인 정대만과 엮일 일이 부쩍 많아졌다. 자기보다 20센티나 큰 선배가 기준이 되어서인가, 여러 번의 슈팅을 시도해봤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대만은 너무 나무라지 않고 다시 한 번 해보라고 격려해주었다. 이달재는 그 동안 봐 왔던 3점슛과 정대만에게 배운 팁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슛을 시도했고, 그가 던진 공이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림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연습에서 처음으로 들어 간 3점 슛이었다.
"뭐야 이달재~ 너 잘 할 수 있잖아~ 그 느낌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정대만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 처럼 기뻐하며 이달재의 머리를 다소 세게 쓰다듬었다. 이달재는 너무 거칠은 손길에 머리가 아픈데도 마음 속 어딘가에선 기쁜 감정이 올라왔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스포츠 드링크 가져왔으니까 하나씩 가져가세요"
새로이 매니저로 들어온 채소연이 연습을 마친 부원들에게 스포츠드링크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정대만은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내면서 채소연한테서 드링크를 두 개 받아가 이달재에게 다가갔다.
"허억..달재..헉,..형이 따줄게...우욱.."
"선배야말로 엄청 지친 것 같은데 그냥 제가 따서 마실게요..."
"아..너도 힘들잖아..허억...형이 해준다고..끄응..."
정대만은 준비한 체력이 소진되어 힘들어하면서도 부들거리는 손으로 드링크의 뚜껑을 따서 이달재에게 넘겨주었다. 그걸로 힘을 다 썼는지, 자기가 마실 드링크의 뚜껑을 딸 수가 없게 되자, 이달재는 아직 입을 대지 않았다며 뚜껑이 열린 드링크를 정대만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어느 점심시간, 이달재는 교무실에 간 송태섭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른 반이었지만 점심은 항상 같이 먹었기 때문에, 이달재는 2학년 층의 계단에서 책을 읽으면서 기다렸다.
"어? 달재야~여기서 다 만나네?"
"선배야 말로 여긴 어쩐 일로..."
"나 그냥 지나가다가 너가 보이길래~ 맞다 너 밥은 먹었냐?"
"아뇨 태섭이가 교무실에 볼일이 있다길래 기다렸다가 먹으려고요"
"그래? 그럼.. 여기서 하나 가져가라 영걸이네랑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사서 말이야"
"그래도 돼요?"
"어 너 먹고 싶은 걸로 골라 가,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그럼..이걸로...감사히 잘 먹을게요.."
이달재는 정대만이 사 간 많은 빵 중에서 단팥빵으로 보이는 것을 골랐고, 정대만은 거기에 빵만 먹으면 목 막힐거라고 딸기맛 멸균 팩우유 하나를 위에 얹었다. 단팥빵에 딸기우유라니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걸 얘기하기도 전에 정대만은 이미 자리를 떠나버렸고, 곧이어 교무실에서 돌아온 송태섭의 부름에 이달재는 서둘러 송태섭이 부르는 쪽으로 향했다.
"...대만 선배 말이야...요즘은 너 안 괴롭혀?"
"우웁..콜록...!! 뭣,,..뭐라고??"
"아니...요즘 선배가 너무 친절해진 것 같아서...이것도 그렇고"
"뭐야? 단팥빵?"
"대만 선배가 빵을 너무 많이 샀다고 가져가라더라고"
"뭐? 대만이 형이? 하기야 형이 원래 뭐 잘 나눠주고 그렇잖아~ 저번에 물병도 그렇고.."
"그렇지?... 그냥 별거 아니겠지?"
이달재는 심란하다. 송태섭도 있었다지만 저녁을 사준 것도 그렇고, 고작 물병 하나를 포장지에다 정성스레 포장해서 선물한 것도 그렇고, 무언갈 성공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가면서 칭찬한 것도, 자기도 힘들면서 부들거리는 손으로 음료수의 뚜껑을 따 준 것도, 점심 시간에 우연히 만났다고 빵과 우유를 나눠준 것도 그렇고, 그런 식으로 사소한 친절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이게 정말로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어서 그런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달재가 그런 심란한 감정을 해소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윽!"
"헉..달재야...!!"
"?"
수업을 모두 마친 북산 농구부의 오늘 연습 메뉴는 한 선수가 여러 개의 포지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포지션을 바꾼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연습게임이었다. 한창 위치 선점을 하던 와중에, 정대만이 뒤에 있던 이달재를 보지 못하고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라고 하기엔 그리 세게 부딪히지 않아서 정신만 차리면 바로 복귀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정대만은 우리 부주장 얼굴에 상처라도 났으면 어떡하냐는 이유를 대 가며 매니저인 이한나에게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달재는 습격 사건 때 얼굴을 때렸던 게 마음에 걸려서 일부러 과하게 구는 게 아닐까 싶어 정대만의 손길을 애써 밀어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대만 선배. 저 괜찮거든요. 제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그렇게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니까 그냥 하던 연습 경기 계속 해요"
그 이후로 정대만은 연습 경기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부활동을 마치고 모두가 귀가했을 때, 주장과 부주장은 일지 작성을 위해 부실에 남아 있었다. 부원들에 대한 평가지를 작성하는 부분에서 송태섭은 정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만이 형, 오늘은 경기에 집중을 잘 못한 것 같지않아?"
"그러게... 실수로 내 얼굴을 쳤을 때부터 계속 그랬던 것 같아..."
"뭐야..너까지 표정이 안좋은데..아까 맞은 게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냐? 병원, 같이 가줄까?"
"아니야 됐어.. 일지나 마저 쓰자..."
그렇게 일지를 마저 쓰기 위해 펜을 들기 시작한 순간 부실의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문 틈으로 정대만이 고개를 빼꼼 하고 내밀었다.
"대만 선배 지금 뭐하세요?"
"아니...달재가 진짜 괜찮은 게 맞나 싶어서...안 괜찮으면 같이 병원이라도 가줄까 했지..."
"저 진짜 괜찮거든요 저희 일지 써야하니까 늦기 전에 얼른 가세요..."
"달재, 일지는 그냥 내가 집에 가서 쓸게. 너는 대만이 형이랑 얘기 좀 잘 해봐~ 형도 달재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요. 그럼 난 간다~!"
송태섭은 이날따라 분위기 파악을 너무 잘 했다. 이달재의 입장에선 그런 송태섭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짐을 다 싸서 잽싸게 떠났고, 단 둘만 남은 농구부 부실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와..짜식이 친구 놔두고 먼저 가냐 정없네~"
"..."
먼저 입을 꺼낸 정대만은 말은 그렇게 해도 내심 송태섭이 부실을 떠나길 바란 듯 제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문 밖에서 지켜본 후에야 부실 문을 닫고 이달재에게 다가가 양 볼을 잡고 얼굴 곳곳을 살펴보았다.
"달재야, 진짜로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요."
"형이 미안해서 그래... 얼굴 빨개진 거 봐, 너 진짜로 병원 가봐야겠다"
"아 괜찮다니까요..!"
순간 이달재는 울화가 치밀어 정대만을 있는 힘껏 밀쳐냈다. 그러자 정대만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고, 그걸 본 이달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누워있던 정대만을 일으키려고 양 손을 붙잡았지만 정대만은 이 틈을 놓지 않고 이달재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으아아.. 선배 괜찮아요? 많이 무겁죠..."
"크헉... 나.. 무릎이 좀 아픈 것 같은데..."
"아니힣... 뒤로 넘어졌는데 왜 무릎이 아파요오..."
이달재는 정대만의 장난기 섞인 한마디에 제 몸을 일으키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정대만도 덩달아 몸을 일으켜 이달재의 웃는 얼굴을 보고 옅게 미소를 지으며 이달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야 웃었네- 고생한 보람이 있구만 으하하"
정대만은 곧이어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고, 이달재는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웃던 걸 멈추고 최대한 화가 난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정대만에게 물었다.
"선배는, 아무한테나 이렇게 다정해요? 저번에 농구부 습격했을 때가 거짓말 같아요..."
"어엉? 너 아무나 아닌데?"
너한테는 그렇게 보였겠구나.. 근데 너한테 준 물병은 다른 부원이랑은 다르게 송태섭한테 물어봐가면서 산 거고, 너랑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밥도 사주고, 농구 알려주는 것도 너한테는 조금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거기다 점심시간엔 너 보려고 원래는 안 가는 2학년 층에 일부러 가서 너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근데 너는 그게 그냥 다정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어느 새 이달재의 옆에 앉은 정대만의 손은 이달재의 머리를 거쳐 뺨으로 향했고, 엄지로 입술을 살살 쓰다듬다가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이달재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을 땐, 이미 자신의 입 안을 정대만의 혀가 이리저리 헤집고 있었고, 더욱 깊어지는 입맞춤에 숨이 절로 차올라서 주먹으로 정대만의 가슴팍을 밀어내자, 정대만은 순순히 입술을 뗐다. 이달재는 처음 느끼는 감각에 어쩔 줄 모르고 숨만 헐떡이다 정대만이 두 사람의 타액으로 반짝이는 이달재의 입술에 쪽, 쪽, 제 입을 맞추면서 진정시켰고, 그제서야 얼굴이 붉어진 정대만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달재, 좋아해, 그러니까 나랑 사겨-"
아까까지만 해도 호쾌하게 웃던 정대만은, 그새 표정이 굳어버렸고, 이달재의 뺨을 쓸던 손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이달재는 덩달아 얼굴이 새빨개졌고, 곧이어 너무하다는 한마디와 함께 그의 어설픈 고백을 받아들였다.
-후일담-
"태섭아, 나 어떡해..."
"엉? 뭔 일 있어?"
"나..대만 선배랑 사귀게 됐어..."
"뭐??????? 사귄다고???????????? 정대만이랑!!!?????!!!?!!?!???!!???"
송태섭은 이달재의 폭탄 발언에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몸이 굳어버렸지만, 그것도 잠시 달재의 양 어깨를 붙잡고 무언가 결의를 다짐한 듯 얘기했다.
"달재, 정대만이 너한테 뭐라고 하면 나한테 얘기해 저 놈 나머지 이빨도 다 뽑아줄게"
"하하, 태섭아 그렇게까지 안해도 돼...그리고 네가 그렇게 했다가 선배 쪽에서 임플란트 비용 청구하면 어떡해..."
"알빠냐? 내 친구 울리는 놈은 이빨 다 뽑혀도 싸"
"하하..마음만은 고마워 너한테 말하니까 좀 괜찮아지기도 했고..."
"진짜 내 도움 필요 없어?"
"괜찮다니까, 너도 이제 한나랑 잘 돼야지. 한나가 폭력 쓰는 남자는 별로랬어..."
"그..그렇긴 하지..하하..."
-우연히 마주친 비결-
"야 송태섭 잠깐 부탁할 게 있는데"
정대만은 부실에 단 둘이 남아있기만을 기다리다가 송태섭을 불렀다.
"왜요, 또 뭔 짓을 하려고"
"그게 아니라... 너 달재랑 점심 같이 먹고 다니지?"
"그런데요?"
"그럼..내 부탁 좀 들어줘야겠다"
정대만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것을 송태섭에게 내밀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게 뭐예요?"
"너 저번에 아대 늘어났다며, 좋은 걸로 하나 사 뒀지"
"오~ 안 그래도 바꾸려던 참이었는데, 그래서 부탁이 뭔데요?"
"내일 점심 때 잠깐 자리 좀 비워 주면 안되겠냐, 그리고..달재랑 어디서 만나는지도 알려 주고"
"뭐야 달재랑 점심 같이 먹게요?"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염치없지...그냥..빵이라도 사주려고"
"헤~ 그렇구나~"
"아..아무튼..할거야 말거야!"
"글쎄요..내일 아침 연습 때 하는 거 보고"
그렇게 정대만은 다음날 새벽부터 등교해서 부실은 물론이고, 체육관도 깨끗이 청소하고, 농구공까지 깨끗하게 닦아 놓았다. 송태섭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그만큼 달재와 가까워지고 싶었나보다 해서 바로 점심시간에 이달재에게 선생님이 교무실로 불러서 잠깐 갔다와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 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송태섭은 친구와의 소중한 점심 시간을 잃었다..
"야 그래도 이한나가 너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
"선배 진짜 맞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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