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벨져루드/미완] 가짜 인권유린박스

* ㅊ님 리퀘

* 연예인

* 허위매물주의보

수고하셨습니다-. 컷오프 싸인 이후로도 아주 약간 더 유지되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모든 카메라가 멈추자마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부산하게 장비와 소품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감독은 흥분을 억누르고 헤드셋을 끼고 녹화한 부분을 들여다 본다. 그들의 목깃에 단 마이크를 빼내는 스탭들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하아아…."

가장 먼저 마이크를 뗀 릭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스트를 상대로 장난 많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무난한 인선을 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게스트 목록에 적혀 있는 벨져의 이름을 본 순간 반사적으로 수락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누구로 인해 이게 어떤 내용일지를 노련하게 깨달았지만 차마 이제와 거절하거나 파토낼 힘이 없었던 릭이 짧게 과거 회상을 마쳤다. 그때 일을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의미가 없기도 했다.

일단은 이 멤버에서 가장 연장자였으므로, 릭은 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분위기가 이어질수록 저들은 더 싱글벙글 하겠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마시키고 싶었다.

"혹시 둘, 술은 좋아하오?"

그리고 릭은 다시 후회한다. 술 말고 다른 걸 권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이 일을 논하려면 조금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더빙하기 위해 만난 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 영화는 해외 유명한 제작사에서 만든 것으로, 전세계 동시 상영을 준비하고 있었고 당시 시점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스카웃했다. 릭은 그 중 한 명이었고 성우인 벨져와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대단히… 왜 아이돌이나 배우나 모델이 아니라 성우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갈 만큼 말도 못 하게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들어서며 얼핏 스쳐 들어온 반짝이는 광채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끌리자 창밖에서 비쳐 들어오는 볕보다 찬연하게 반짝이는 은발이 있었다. 그보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곱상한 듯 하면서도 뚜렷한 이목구비였고, 말도 못 하게 조화로운 얼굴과 고고한 분위기였으며 앙칼진 고양이마냥 살짝 위쪽으로 솟아 있는 눈꼬리와 선명한 눈동자는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름답다, 그리고…. 하지만 둘째로 깨달은 것은 역시나 이런 대단한 미인은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애인 같은 거 말이다. 앉거나 일어서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움직일 때마다 곧게 선 깃도 같이 움직여 목 아래쪽으로 조금씩 비치는 것은 아주 놀랍도록 열정적인 애인과 뜨거운 밤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붉은 잇자국의 향연이었다. 이래서 앞서 나열한 직업 대신 성우를 한 건가, 하고 이상한 생각을 할 만큼. 유혹해 보겠다는 꿈이 시작도 전에 눈앞에서 날아가 버렸지만 릭은 마음을 추스르고 그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가리다가 녹음 조명이 꺼졌을 때쯤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대, 목을 조금 더 꼼꼼하게 가리는 게 좋겠어.’

그는 초면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가 릭이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위치를 알려주자 다른 의미로 분노해 중얼거렸다.

‘말 안 듣는 건 고쳐지지도 않나….’

얼핏 이 가는 소리를 들린 것 같다. 얼마 전에 같이 와인을 한 잔 마셨던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애들이 무섭다고 했었나. 이 경험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매우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쯤 그가 릭을 직시하며 말을 건넸다.

‘알려줘서 고맙군, 후일 사례하겠다.’

조금 무섭긴 하지만 예의는 아는군. 감사 인사를 표한 상대방과 달리 오히려 약간 실례가 될 만한 생각을 한 릭은 약간 늦게, 반사적으로 웃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인사면 충분하오. 릭은 엄청나게 강렬하게 남았던 인상을 약간 수정했다. 같이 일하면서 부담은 없겠군. 그 뒤로 릭은 그와 간단하게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처음에 약간 떨떠름하게 여기는 것 같았는데, 릭이 꿋꿋하게 눈웃음을 보내거나 목례를 하니 그도 차츰 아주 약소하나마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건, 높디 높은 절벽 위에 하나둘 쌓인 눈이 홀로 얼어붙어 만들어낸 고성마냥 외부를 차단하는 것 같았던 그가 창문을 열어 반겨주는 느낌은 달리 말하자면 정복감이었다. 릭은 여전히 자신이 포기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반성하면서도 녹음실 안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를 보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감히 말도 붙이기 어려워 보이는 미인이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데 누군들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모든 일은 인과응보라 했던가. 그런 마음을 가진 릭을 벌하듯 바로 다음날 어떤 사람이 나타났다. 릭이 속으로 무엇을 하든 결국 혼자 하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줄, 빛 바랜 황금색으로 빛나는 남자 테드 파워즈가.

릭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넛을 나눠주며 본인도 하나 입에 물고 커피를 든 왼손 대신 오른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갈 때였다. 항상 혼자 앉아 있던 벨져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 얼굴엔 가벼운 짜증이 서려 있었다. 입에 문 도넛 때문에 안녕하시오, 하고 인사를 못 했더니 두 사람은 여전히 둘만의 대화에 빠져 있었다. 같은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귀를 막았을 리는 없으니까 안 들리는 척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상한 상황 아닌가? 릭이 양손에 커피, 입에 물고 있었던 도넛을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던 평소 친한 스탭 한 명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말리는 것 같았지만 릭은 쳐다보지 않았다.

‘오는 김에 맛있어 보이는 제과점이 있어서 도넛을 사 왔으니까 먹어보시오. 그대도 말이야. 그러니까, 이름이…?’

등을 보인 채 벨져와 대화하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틀어 그를 고압적으로 내려다봤다. 그 얼굴은 릭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당장 그가 들고 있는 커피 브랜드의 이번 CF 모델이었으니까.

‘파워즈?’

‘예. 당신은?’

원래라면 악수를 건네겠지만 안타깝게도 두 손이 다른 물건을 들고 있어서 바빴다. 릭은 대신 약간 미안하다는 낯으로 웃음을 표하며 인사를 건넸다.

‘릭 톰슨, 그대 맞은편에 있는 사람과 이번 작품을 같이 하고 있지.’

릭은 말하면서도 자신이 왜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하는가 의아했지만 곧바로 벨져에게 몸을 틀어 그에게 자신이 먹고 있던 도넛을 반 바퀴 돌려 입에 물려주며 그 이유를 깨우쳤다. 지극히 단순했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질투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욕심이었다. 티 내고 싶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와 같이 있으면 일단 방해하고 싶은 못된 심보라고도 할 수 있다.

‘늦으면 한 개도 안 남을걸? 벨져.’

그리고 평소와 같이, 그러나 평소보다 과한 느낌이 없지 않게 벨져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벨져가 한 쪽 눈썹을 스윽 올렸다. 딱 봐도 이상하게 여긴다는 표정이라 릭은 실없이 웃으며 벨져의 어깨를 돌려 바깥으로 향하게 했다. 이전까지 이런 스킨십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릭은 당당하게 벨져를 슬금슬금 밀었고 조금 전 들어오면서 봤다시피 파워즈와 대화하며 짜증이 나 있었던 것 같은 벨져는 순순히 나갔다. 의도한대로 (여전히 등을 돌리고 모르는 척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둘만 남게 된 릭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파워즈를 돌아봤다.

‘악수를 하기엔 손에 아직 기름기가 남았거든, 미안하오.’

‘인사치레는 됐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벨져보다 이쪽이 훨씬 더 직설적이군. 하지만 덕분에 말하기는 편하다. 릭은 그에게로 몸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낮췄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가 불쾌하다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무시했다.

‘공적인 장소에서 그런 분위기는 조심하는 게 좋아.’

릭의 말에 그가 삐죽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버릇 같은데 이런 게 닮나? 어쩐지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 것을 능숙하게 감추는데 그가 되물었다.

‘그런 분위기라는 게 뭘 말하는 겁니까?’

'스캔들이 날 것 같은 분위기 말이오.'

'사귀는 사이 맞습니다만.'

그러니까… 릭은 마음에 드는 남자가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이유로, 연인과 같이 있는 걸 눈치 없게 방해했다는 거다. 릭은 자신이 쓰레기라는 사실이 당혹스러워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어렵게 말을 이었다.

'…그걸 보통 스캔들이라 하지? 그보다 그런 거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다 듣고 있는데 말해도 되는 거요?'

'다 압니다.'

무엇을? 황당할 정도로 당당한 발언에 릭이 아주 잠깐 얼을 탔다. 그 후 조금 전 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것 같은 상황에 릭이 끼어들려 하자 눈치를 주며 말리려 했던 어떤 스탭이 떠올랐다. 설마 두 사람 관계에 끼어들지 말라고 한 이유가 그거였나? 하지만 사람은 방해물이 있으면 불타오르는 법…이 아니라, 그래도 업무공간인데 지킬 건 지켜야 이런 직업으로도 오래 가는 법. 릭은 대놓고 당신 말 관심 없습니다 하며 시큰둥한 얼굴의 남자를 조용히 타일렀다. 테드와 벨져 둘 다를 위한 일이라는 말도 앞세웠다.

연인인 벨져 말도 안 듣는 인간이 릭의 말을 들을 리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는 상상을 초월했다. 도넛을 들고 다시 녹음실에 들어온 벨져의 어깨를 끌어당기더니 벨져가 먹고 있던 도넛을 제 입으로 가져가 버리는 게 아닌가. 네가 갖다 먹어, 라고 벨져가 짜증을 내도 그는 개의치 않고 마지막 한 입까지 깔끔하게 먹어버렸다. 그 후 '당신은 제가 주는 것만 먹으면 됩니다.'라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키스했다. 벨져가 어깨를 탁탁 치며 하지 말라고 해도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쪽쪽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벨져가 때리는 소리도 울리고, 다른 사람들은 눈과 귀를 막은 채 외면하고, 릭은 동태 눈으로 보며 생각했다. 그가 벨져를 좋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떠나 저런 남자는 좋은 연인은 아닌 것 같으니 벨져를 위해서라도 둘을 헤어지게 하겠다고.

그 목표는 훌륭하게 성과를 보여 벨져는 테드를 내쳤고, 어쩌다 보니 그와 썸까지 타게 됐다.

"어쩌다 보니?"

"사실 처음 보자마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소."

벨져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앉은 테드가 릭의 말을 듣더니 마시던 칵테일 잔을 입에서 떼고 코웃음을 쳤다.

"벨져는 그런 간지러운 말보다 행동력 강한 걸 더 좋아합니다. 알아두세요."

릭은 무시했다. 차인 결말을 가진 전남친 말을 들어서 득 될 게 없다.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하면서도 연애에 성공하고 또 유지한 게 신기하긴 하지만 어쨌든 헤어진 건 사실이니까. …살짝 물어볼까? 아니지, 얼굴 덕이었으리라. 릭은 칵테일을 마시며 맞은편 금발남을 곁눈질하고 다시 벨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만두자. 저런 건 가까이 두는 게 아니다. 자칫하면 옮는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둘이서 데이트나 하게 그만 가지 그래 루드비히."

"그 말은 좀 서운하군요. 오랜만에 몸도 맞춘 사이에."

핫. 릭은 헛숨을 들이키며 하마터면 뱉을 뻔한 술을 급히 삼키며 속으로 탄식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테드의 한 마디에 다시 이끌려 올라왔다. 벨져도 불편한 기색을 표면에 띄워 올렸지만 여전히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남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술만 홀짝일 뿐이다.

"하…."

"당신도 즐기지 않았습니까. 작은 엉덩이가 닿길래 문질러 봤더니…."

"뭘 생각했든 잊어. 그건 네가 아니라 릭 때문이었다."

결국 나오고야 마는군. 릭은 잊고 싶은 기억에 칵테일을 단번에 들이켰다. 달콤면서도 독한 술이 식도를 타고 흘러 속을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했지만 머리에 떠오른 그 장면을 지워 주지는 못했다. 제작진이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하며 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 방으로 안내해 주던 모습, 수상쩍은 곳에 차마 벨져를 먼저 들어가게 할 수는 없고 저 남자가 들어갈 것 같지는 않으니 먼저 힘차게 들어갔다가 벽에 콱 부딪혀 버렸을 때의 아픔, 바로 뒤돌아 들어오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릭이 들어가자마자 뒤이어 왔는지 들어오던 벨져와 부딪혔다. 게다가,

'왜 안 들어가고 길을 막습니까.'

라며 밀고 들어오는 그는, 이른 아침 러시아워에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나 전철을 무심한 표정으로 누르고 밀어 탈 것 같았다…. 기다리거나 없는 공간을 비집는 대신 등을 밀고 들어오는 테드 때문에 릭의 등은 벽에 눌렸고, 벨져는 릭의 가슴에 안겼다. 릭은 벨져의 체온이 평소보다 조금 높은 걸 느끼고 이유를 생각해 봤다. 한참 썸을 타고 있는 그에게 안겨서일까, 등 뒤의 남자에게 화가 나서일까. 둘 다 가능성이 높아 구별이 어려웠다. …현실 회피는 이 정도로만 하자.

'불편하오….'

'?'

'좁아, 나가 루드비히!'

'닫혔습니다.'

'뭐?'

'이게 목적이었던 것 같군요. 요즘 유행이라더니.'

벨져가 품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그러는만큼 온몸이 부비적거리고, 그, 아래도 그랬다. 그리고 그건 벨져의 뒤에 서 있는 저 남자도 그럴 것이다. 생각이 그쪽에 미치자 릭은 흐름을 바꿔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게 그… 뭐냐, 그거요? 못 나가는 상자? 방?'

'그거 아닙니다. 틀렸어요.'

'둘 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벨져, 그만 움직이시오. 거기가 너무… 닿고 있소…. 릭은 속으로 눈물 아닌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벨져가 품에 있다는 것과 온몸이 붙어 있음에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다는 것은 감동적이고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는 전혀 자각이 없어 보여 살짝 슬펐다. 썸남보다 전남친을 더 신경쓰고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해서 릭은 자신이 조금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릭과 벨져의 사이로 테드의 손이 파고들려는 것을 쳐내고, 그 손이 허리와 엉덩이로 가려는 것을 방어하는 쪽으로 노력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물론 이 노력도 필요한 노력이었다. 테드 파워즈 이 자는 원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런 남자였고, 릭은 그와 벨져를 헤어지게 했으니 애프터 케어 서비스까지 할 의무를 지녔다. 심지어 연애 성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관계 아닌가. 셋이 상자 같은 방에 갇혀 대화하는 것을 만족스러울 만큼 녹음한 스탭들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릭은 벨져와 자신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고된 시간이었다.

릭이 무슨 생각을 하든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흠, 전 셋이서도 좋습니다."

"누가 하게 해 준다고 했나?"

"저기 앉은 톰슨 의견도 들어보죠."

"난 절대 생각 없소."

"그렇다는군."

"재미를 모르는군요, 둘 다."

그게 재미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지만 재미를 떠나서 두 사람이 엮이게 하고 싶지 않다. 릭은 아주 잠깐 동안 자신이 이렇게 독점욕이 심한 사람이었나 고민했다. 눈앞에서 다리를 꼬아 앉은 채 희미하게 조명을 받으며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돌리고 있는 벨져를 보는 순간 사라질 고민이었다. 세상의 보물을 다 합쳐도 비교조차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사람인데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벨져도 불편한 기색이고 릭도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일단 자리를 타파하기 위해 아무말이나 던진 게 술을 마시러 가자는 거였지만 역시 불청객과 함께 있는 자리는 별로다. 그 불청객이 눈치 없이, 아니, 눈치를 줘도 무시하고 눌러앉는 사람이라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의 전남친이라는 사실은 별로인 것을 넘어서 최악이다. 술자리 같이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생각했어야 했다는 것은 명백히 릭의 실책이지만.

“…….”

실책인데. 그렇긴 한데.

벨져가 릭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에는 압박이 담겨 있었다. 아니, 있든 아니든 릭은 압박을 받았다. 무슨 주제를 꺼내야 한담. 릭이 머리를 쥐어짰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더빙했던 게 내일을 마지막으로 상영관에서 내려간다던데 그대들은 봤소?”

“내용을 다 아는데 왜 갑니까?”

“아직도 안 봤나?”

“같이 보고 싶었지. 저기 파워즈는 안 본다고 하니 우리끼리 가면 되겠군.”

“그런 거라면 저도 가고 싶군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제가….”

“커플석 어떠시오 벨져?”


머리에 쥐 남...

허위매물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외전으로... 아마.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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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만에 릭밸룯 지옥의 삼각관계가 보고싶은데 힘드실 것 같으면 둘 중 아무나 집어다 써주세요ㅋ 아이도루물도 좋고 그냥 연0ㅖ인 에유도 좋고 다 조와ㅎㅎ

ㄴ 망한 사랑의 작대기 같은 건가요 ntr인가요 아니면 다 서로 안 좋아하는데 어쩌다 묶이는 건가요 아 재밌겠다

아니 그짓말 안하고 셋 다 좋아해서 고민되네요 심각해짐 지금

릭밸 썸타는데 나타난 전남친st룯도 좋구~

어쩌다가 인권유린 상자에 갇힌 시츄도 마싯네요 걍 도ㅑ지인듯?? 끌리는걸로 내어주심 싹싹 긁어먹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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