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유료

탐화봉접(探花蜂蝶)

화산귀환 청명 네임리스 드림

도덕경(道德經)에서 이르기를, 反也者道動也 되돌아가는 것은 도의 움직임이며, 弱也者道之用也天下之物 약해 보이는 것은 도의 쓰임인 것이라. 生於有生於無 천하 만물은 있음으로부터 비롯되고, 그 있음은 없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는 종잇장 안에 이미 다 말라버려 붙어버린 먹으로 새겨진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하나하나 글을 따라가고 뜻을 깊이 음미했다. 

'그래봤자 노자(老子) 선생의 깊은 뜻을 어찌 이 한 번으로 알 수 있겠는가.'

아직 깨달음의 지경에 다다르려면 한참을 멀었다. 이와 같이 덕(德)의 세계는 참으로 기이했다. 말 몇 마디로 후세에 전해지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또, 깨달음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자는 의미의 깊이를 알아가며 점차 진정한 도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신기할 지경이다.

따스한 햇빛이 밝게 내려앉는 저 입구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린다.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았지만 (-)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의 찢어질듯한 하품 소리가 밖에서 잔잔히 들려오자 그녀는 입술을 잘근 씹다가 오히려 더 집중하여 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탐화봉접

探花蜂蝶

화산귀환 청명 네임리스 드림

By. 율무

(-)가 책에 홀린 듯 집중한 상태로 구부린 제 허벅지 위에 올려진 책을 읽고 있었다. 훤히 밝은 대낮이지만 책으로 꽉 들어차 은은한 햇빛들만 간간히 책들의 온도를 덥히는 이곳은 옛 화산의 정기가 가득 담긴 서고(書庫)였다. 무학만 전해지는 줄 알았던 무관의 서고에는 의외로 도사가 되기 위한 도인의 준비를 정서적으로 돕기 위한 책들도 한가득 있었다. (-)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식하게 칼로만 마음을 수련하는 건 아니구나, 하고.

'검수지만 어쨌거나 화산의 도사니까.'

(-)는 힘든 수련을 마친 뒤 이곳으로 와 책 하나에서 두 권 정도는 꼭 읽고 백매관으로 돌아갔다. 그만큼 책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르는 여인이었다. 검법에 관련된 책이라면 차라리 모를까 문학과 덕에 관련된 배움을 즐기는 무인이라니. 그녀는 참으로 보기 드문 사례였다.

"(-)."

글자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세심히 손으로 짚어 넘기면서 글을 살펴보는 동안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인기척을 내고 걸어왔지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오히려 글자에 담긴 의미에 더 집중했다. 설령 그녀의 옆에 인기척의 주인, 화산신룡 청명이라 하는 대단하신 누군가가 아예 자리를 틀고 앉더라도 말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어딜 사라졌나 했더니 결국 여기지."

"⋯ ⋯."

"그럴 거면 시가(詩歌)를 하지, 뭐 하러 검잡냐?"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그 외
캐릭터
#청명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