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x헌터 드림] 삼각관계 (키르아ver.)
헌터x헌터 키르아 드림 | 헌x헌 드림
헌터로서 자부심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여주의 할 일은 늘 그렇듯 귓가에 울리는 명령에 따라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었다. 오늘 죽인 사람은 한때 여주가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원망 가득 자신을 보는 눈빛에 여주는 잠깐 망설임을 느꼈지만 귓가에 맴도는 낯선 목소리가 자꾸만 재촉하자 결국 여주는 그를 죽여버렸다.
"잘했어."
죄책감도 느낄 새도 없이 낯선 목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여주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귀를 벅벅 털어댔다. 언제부터였는지 여주는 자신의 귀에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따라 움직여야했다. 몇번이나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그때마다 머리를 찌르는듯한 고통스러운 감각에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따라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제로 하는 일이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었다.
"죽여놓고 울긴 왜 울어?"
죽어있는 남자를 떠올리며 고인 눈물이 떨어지려고 할 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천천히 돌아보았다. 날카롭고 또렷한 눈매가 울먹이는 여주의 눈빛과 마주치자 남자는 금세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꺼져."
여주의 입에서 뾰족한 말투가 나갔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주에게 다가왔다. 눈물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그는 여주의 눈물을 눈치채고 있었다.
"키르아.."
여주의 얼굴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지자 키르아는 말 없이 여주를 바라보았다. 다 안다는 눈빛,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여주에게 위로가 되었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여주가 귀를 막고 주저앉아버리자 키르아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끌어안았다.
"형일 거야. 형은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건 늘 뺏어버리니깐."
"무슨 말이야 그게..?"
"내가 널 좋아하는걸 이르미가 알아버렸어."
"..."
"미안해, 나 때문이야."
"그럼 왜 나한테.."
"사실은.. 이르미도 널 원해."
여주가 놀란 눈으로 키르아를 바라보자 키르아는 여주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원망 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의 얼굴을 도저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키르아가 겨우 용기 내서 여주의 얼굴을 바라보자 여주는 키르아의 옷을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너..!!"
"내가 너랑 있는걸 알면 이르미가 싫어하겠지?"
"바보야 너만 위험해져!"
"그러니까 너가 날 지켜줘. 그럴려고 온거잖아."
여주의 말에 키르아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멈칫하더니 다급하게 여주에게 입을 맞췄다. 그토록 원하던 여주가 드디어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되자 이제 더 이상 여주를 놓치고 싶지않았다. 키르아는 여주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이번만큼은 여주를 꼭 형에게서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걱정 마. 반드시 널 지킬 거야. 절대 이르미에게 널 뺏기지 않아."
.
.
.
"아. 누가 방해하나 했는데 키르구나."
여주의 몸속에 있던 바늘이 빠지자 단번에 눈치챈 이르미는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바늘의 존재를 눈치챌 사람은 단 한 명... 그것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동생이었다.
"흠... 아쉽네. 곧 있으면 완전히 내것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야."
힘겹게 여주의 전 애인까지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갑작스러운 방해에 이르미는 한껏 짜증이 났다. 옆에 있던 히소카마저 형제라서 그런가 취향까지 비슷하네.라며 한마디 거들자 이르미는 그런가? 하며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며 조급한 마음을 숨겼다. 그리고는 무언가 깨달은 듯 자리가 박차 일어나더니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방법이라도 떠올랐어?"
"응. 우선 지금은 키르에게 양보할 거야. 그다음엔.."
"뺏는 거지?"
"맞아. 그래야 여주도 가질 수 있고 키르도 나를 쫓아다닐 테니까. 뭐, 일석이조인 셈이라 손해보는건 없어서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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