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금랑] 네 홍차에 독을 탔어 (2020.05.24)
dnkb, 단델이랑 결혼해서 금랑이 강제로 은퇴하는 내용.
"네 홍차에 독을 탔어."
그 남자, 단델은 평온한 얼굴로 자신의 잔을 들어 올렸다. 그 행동이 너무 우아해서 금랑은 잠시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챔피언 단델은 차갑든 뜨겁든 가리지 않고 시원스레 마시는 타입이다. 지금,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건 배틀타워 오너인 단델이다. 낯설다. 너무 낯설어.
금랑은 자신 앞에 놓인 잔을 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잔잔하게 비치고 있다. 잔을 살짝 들어 올리자 물결이 일렁이며 자신의 얼굴이 흐려진다. 금랑이 쥐기엔 잔이 너무 작아 보였다. 잔이 다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단델을 보았다. 너는 이제, 말끝이 떨렸다.
"이제 나님은 필요 없어?"
목소리가 잠겼다. 바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챔피언이 아닌 너는 이제 나님의 라이벌이 아닌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나님이 아닌 신챔피언이 더 좋은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도저히 내뱉을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단델의 눈썹이 올라가며 짐짓 놀란체를 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오히려 반대야, 금랑."
단델은 잔을 내려두고 한쪽 다리를 꼬았다.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손은 가지런했다. 우아하고 거만하다. 앉아있어도 여전히 금랑이 컸지만 어쩐지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감각이 들어 금랑은 무심코 위를 올려다볼뻔 했다.
"너는 나만의 라이벌이어야지."
조곤조곤 낮고 다정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홍차와 함께 삼켜도 좋을거같았다. 단델은 주머니에서 벨벳의 작은 상자를 열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금랑의 목울대만 조용히 움직였다.
"그러니 온전히 내 것이 되어줘."
금랑은 그것을 보고 믿을 수 없어 벨벳 상자와 단델을 번갈아 보았다. 더없이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를 위해 죽어줘, 금랑.
단델은 웃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챔피언이 아닌 단델은 금랑이 스스로 선택하는걸 인내심있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물이다.
금랑은 잔을 조금 세게 쥐었다. 단델을 사랑하는 만큼 포켓몬배틀도 너클시티도 너클짐도 보물고도 사랑한다. 이 무자비한 왕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며 금랑은 눈을 질끈 감고 다 식어버린 홍차를 단숨에 삼켰다.
끝 맛이 쓰다. 단델이 직접 탄 게 틀림없다. 아, 포플러님이 타주신 차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녀가 말한 핑크는 무섭지만 끝은 달았어.
"더럽게 맛없네."
"나도 늘 남이 타주기만 했으니까 아직 서툴거든."
단델은 벨벳 상자의 반지를 하나 꺼내어 금랑의 손에 끼워주었다. 딱 맞네.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단델의 손에 끼워진 것과 같은 것이다. 금랑은 반지가 끼워진 손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빛에 비추어보았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흘렀다. 금랑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반면 단델의 표정은 더없이 환했다.
"결국 나를 선택할 줄 알았어. 너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응. 여전히 입안이 썼다.
곧이어 금랑이 너클짐을 은퇴한다는 소식이 가라르 전역에 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 발표가 그 소식을 더 빠르게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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