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

요한프람

“엘리트 스포츠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갑자기?”

 

즐겁던 그들의 대화에서 갑작스러게 나온 심각한 질문에 프람은 당황했다. 누군가에게 충고를 받아서 해본 적이 없던 프람에게 가장 난감한 질문이기도 했으나 요한의 생각이 궁금했던 나머지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나야...그냥 하고 싶은니까 했지.”

 

“그냥이요?”

 

“난 움직이는게 좋았으니까, 그게 다야.”

 

“천직이네요.”

 

“그런가?...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러게요.”

 

멋쩍은 미소를 짓던 요한은 다시 이야기의 화두로 돌아갔다. 별 것 아닌 듯 프람과 다시 대화를 나누던 그는 마음속 지울 수 없는 무언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프람도 그 짧은 대화에서 그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짐작했다.

 

“요한, 고민있어?”

 

“네?, 아뇨, 그런 건 없어요.”

 

돌려대는 그의 말에도 의심스러웠던 프람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녀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들의 일상은 다름없이 흘렀다. 다만 요한의 마음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힘겹게 운동해도 자신이 프람에게 뱉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머물렀다.

 

“그...프람, 전에 했던 말이요.”

 

“응? 무슨 말?”

 

프람은 이미 그 일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가 말한다면 기억할 수 있겠지만 요한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일로 마음속에 밀려 들어오는 어두운 부분과 고민을 들키고 싶지 않았었다.

 

“요한, 있잖아.”

 

“네?”

 

“힘들어?”

 

같이 뛰던 요한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멈춰 섰다. 프람은 앞서가다 요한이 멈춘 것을 느끼고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은 요한이 보였다. 프람도 뒤돌아 그에게 다가갔지만, 요한은 미소띤 얼굴로 프람을 바라봤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벌써?”

 

“네, 오늘은 조금 힘드네요.”

 

프람은 떠나가는 요한을 바라보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요한과 함께 운동하던 장소를 뛰며 생각을 비우기 시작했다. 요한이 들고 가던 짐과 텅 빈 등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그가 했던 말들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람이 멈추면 다시 그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힘드네.”

 

시간이 지나 프람과 요한은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우연인지 프람과 요한의 시합날이 멀지 않은 곳, 같은 날에 시합 일정이 잡혔고 둘은 같이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언제나처럼 같은 거리로 걷던 두 사람은 왜인지 모를 복잡한 심정에 놓여 있었다.

 

“..요한, 전에 했던 말 있잖아?”

 

“네?”

 

“운동 왜 하냐고 물어봤잖아.”

 

“아...그 말은 잊어주세요. 그냥 말이 헛-”

 

“나 사실 아무것도 몰라.”

 

“...말이 달라지셨네요.”

 

프람은 자신의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 전에 요한의 대답을 듣고 싶어 용기를 내었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어느새 둘은 시합장으로 가는 길에서 갈라져야 할 때가 왔다.

 

“요한.”

 

“프람도 잘 하세-”

 

“꼭 말해줄래?”

 

“...잘해요.”

 

요한은 웃으며 프람을 보냈다. 프람의 말을 뒤로 다시 경기장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평소라면 시합이 시작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터인 요한은 여전히 그녀의 말로 가득 차있었다.

 

“요한! 뭐해!”

 

“...헛! 미안해요!”

 

중간 중간 팀원의 잔소리에 정신 차린 요한은 겨우 시합에서 승리를 거뒀다.

 

“프람, 어디 아파?”

 

“응? 아니, 그냥.”

 

“...컨디션 잘 챙기고.”

 

평소와 다른 프람의 모습에 모두가 걱정했지만, 프람은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올렸고 날아오는 공을 빠르게 받아치고는 당당히 우승을 거뒀다.

 

“요한.”

 

“프람? 어디 아파요? 혹시 져서 그래요?”

 

“아니, 이겼어.”

 

“축하-”

 

“그래서 언제 말해줄거야?”

 

“...프람, 그 이야기는-”

 

“들려줘.”

 

길의 중간에서 다시 만난 프람과 요한은 길거리 의자에 앉아 침묵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 시간, 둘의 긴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프람이었다.

 

“나,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았어.”

 

“프람은...어디로 가고 싶었는데요?”

 

“...가고 싶은 곳으로 왔는데 여전히 맞는지 모르겠어.”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는 그녀를 바라보던 요한은 마침내 무거웠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양손을 꺼내 바라보고는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놓고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저에게 남은 길이 있을까요?”

 

“...뭐?”

 

“저는 미래에 뭐가 될까요?”

 

지금껏 살아왔던 환경 속에서 겨우 찾은 희망과 꿈, 그리고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요한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려웠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헤맨 끝에 찾은 농구조차 지금 순간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지금이 좋은데, 더 자라고 싶지가 않아요.”

 

“왜?”

 

“지금이 좋은 이유는 모르겠어요, 단지-”

 

“무서워?”

 

“...프람은 언제나 사람 마음을 꿰뚫네요.”

 

요한은 가방을 뒤적이다 공책을 꺼냈다. 그가 펼친 책 안에는 프람이 보지 못했던 요한의 빼곡한 필기가 보였다. 지금껏 봤던 모의고사의 오답과 정리,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질서정연하게 적혀있었다.

 

“저는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요한.”

 

“제가 뭐라도 될까요? 지금껏 받아왔던 것들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제가 뭐가 될까요?”

 

요한은 멈추지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은 편하지도 않았고 적절한 장소도 아니었다. 그저 프람이 곁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는지 요한은 점점 솔직해지기 시작했다.

 

“제가...제가 뭐가 될 수 있나요?”

 

“몰라.”

 

“...그래요, 프람은 모르겠죠.”

 

“찾으면 돼.”

 

“계속 말했잖아요. 저는-”

 

“요한은 승부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아?”

 

“...모르겠어요.”

 

“그럼, 어느 때가 즐거워?”

 

“...모르겠어요.”

 

“그럼 농구는 왜 하기 시작했어?”

 

그녀의 말 한마디에 요한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 기억은 찾지 못했고 그저 지금의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말이 끊긴 와중에 프람은 그의 팔을 잡아 당기며 공원의 농구장으로 걸어갔다.

 

“요한! 받아!”

 

“...갑자기요?”

 

“나 농구 할 줄 알아, 기본적이지만.”

 

“그래서요?”

 

“20점 내기하자.”

 

“...그래요.”

 

왜인지 몰라도 요한은 프람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곤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다 둘만의 경기를 시작했다. 재빠른 프람의 발걸음에 요한도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선수였던 그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졌다.”

 

“제가 이겼어요.”

 

“마지막에 덩크슛은 너무했어.”

 

“그거야...프람이 닿지 못하니까요.”

 

“...맞아, 나는 못 닿아. 근데 넌 닿잖아.”

 

“...네?”

 

코트에 누워있던 프람은 일어나 요한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 그리곤 그가 잡고 있던 공을 뺏으며 골대에 공을 넣고 주웠다.

 

“내가 너한테 점수 넣은 방법은 이것 뿐이야, 하지만 넌 아니잖아.”

 

“그런데요?”

 

“너는 내가 모르는 걸 알잖아. 그리고...너는 너만의 슛을 넣을 수 있으면서.”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요한. 넌 할 수 있어.”

 

“...”

 

“나는 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 못해. 하지만, 네가 나보다 잘 아는게 있잖아.”

 

“프람, 저는-”

 

“넌 잘하고 있어.”

 

프람은 요한을 껴안으며 그의 빠르지만 느린 심장박동을 들었다. 요한의 팔이 허공을 저으며 갈 곳을 잃었을 때 프람은 그의 몸을 더 꽉 껴안았다.

 

“...프람?”

 

“너도 안아도 돼.”

 

“...프람, 저는-”

 

“지금까지 했던 건 틀리지 않았어.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길을 걷는대. 그리고...과정은 틀린 게 없대.”

 

“...알았으니까 그만 놔주세요.”

 

“좀만 더 안을래.”

 

“...알았어요.”

 

프람은 긴 포옹을 끝내곤 요한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곤 그의 가방과 공책을 건네주고 요한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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