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파랑새

"문 단속 좀 잘 하라고 해!"

마가렛←리나

드관 쌔비지


“이거 선배가 놓고 가는 거예요?”

“내가? 뭐를?”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종이학을 집어서 흔드니까 선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누구지? 잭…도 확실하게 아닌 것 같은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벌써 나흘 내내 누군가가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종이학을 내 자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거 냄새가 나. 기자의 촉이 말하고 있어. 하나의 사건이 분명하다고!

 

“선배. 아무래도 이거 수상하죠?”

 

진지하게 물었으나 선배는 별것도 아닌 걸로 수상하다고 한다며 내 이마를 콩 때렸다. 씨이. 이게 내게 오는 작은 경고장 같은 거면 어떡하려고. 그래서 찜찜한 마음에 버리지 않고 구석에 모아둔 종이학을 보며 다짐했다. 오늘은 기필코 이걸 놓고 가는 사람을 잡아야겠다고.

 

“그러니까 오늘은 숙직실에서 잘게요.”

“정말? 그러다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하려고?”

“제가 도망가는 거 하나는 잘 하잖아요.”

 

귀찮게 하지 말고 가요! 선배의 등을 떠밀고 홀로 숙직실 침대에 벌러덩 누워 이불을 덮으니까 순식간에 노곤노곤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잠들면 안 되는데.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며칠 내내 몰아친 야근 탓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손등으로 벅벅 문지를 때였다.

 

또각. 또각. 또각.

 

……구두 소리.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이 건물에 있는 건 나 하나일 텐데. 있다고 해도 저렇게 가벼운 발걸음 소리는 날 수가 없다고. 여기에 여자가 있으면 진작 가서 친해졌을 거란 말이야. 죄다 남자뿐인 직장 건물에서 여자의 발소리가 돌아다닌다?

 

“귀……, 귀신……?!”

 

무서워! 하지만 궁금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발발 떨고 있는 사이 또각거리는 소리는 숙직실 문 앞을 지나쳐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팀 책상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딱 거기서 발소리가 멎었다. 그제야 문득 생각나는 것 하나.

 

작은 크기의 파란색 종이학.

 

맙소사. 여태까지 귀신이 놓고 간 거면 어떡해? 그럼 나, 귀신의 물건을 함부로 만진 거야? 솜털이 쭈뼛 서는 느낌에 손으로 팔을 마구 문질렀다. 그대로 숨을 꼭 참고 눈을 감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도망가자. 도망가자! 혹시나 발소리라도 들릴까 봐 신발을 벗어 소중하게 품에 안고 조심조심 숙직실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슬그머니 문을 열어 틈새로 밖의 동태를 살폈는데,

 

“……어라?”

 

파티션 위로 볼록 솟아있는 머리 하나. 어두운 실내에서도 확실하게 보이는 그 실루엣은,

 

“리나 씨?”

“오잉? 마가렛!”

“세상에.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여기 건물은 아주 못 쓰겠더라. 맨날 꼭대기 층 창문이 열려있는 거 있지?”

“서, 설마 거기로 온 거예요?”

“응! 이거 주고 싶었거든.”

 

꼼질꼼질 손을 움직이던 리나 씨는 씩 웃으면서, 파란색 종이학을 내밀었다.

 

“이거 모으면 행운이 찾아온대.”

“정말 못 살아…….”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