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
이별을 위한 만남
수초의 구원은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구원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이유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독립시키기 위해서이다.
벗어나고 독립한다.
결국 대상을 떠나는 것이다.
모두를 구한 스이소우의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은 이유이다. 이 아공간은 자신을 더 이상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기에 만족했다. 스이소우는 사람을 구하는 수초이다. 이 수조에 시체더미가 가득 찼다 하더라도, 문을 열면 쌓여 있는 게 송장 뿐이라 하더라도. 그게 중요하던가. 앞으로 구할 사람이 이것보다 많을 것이다.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시체가 한 구 쌓이면 살릴 사람은 셋 늘어날 것이다.
새벽 3시, 늦은 밤 중에 스이소우는 느린 걸음을 옮겨 산을 탔다. 체력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나쁜 편도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그녀의 가끔 있는 일과 중 하나는 근처 산에 있는 드럼통에 시체를 태우는 것이었다. 썩은 살더미의 악취는 썩 좋지 않다. 오히려 끔찍한 것에 가깝다. 물론 만들어진 신은 이러한 악취를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굳이 이런 공간을 치우는 이유는 몇 개월에 한 번씩 오는 후지와라 료헤이 때문이었다.
료헤이가 오기 전날이면 꼭 하루를 비워서라도 수조를 치웠다. 벽지와 바닥 타일 구석구석에 스며든 지독한 부패까지 치우진 못하더라도 사람이 숨 정도는 돌릴 수 있을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묵은 핏자국과 고깃덩이를 치우고 나서 수초는 가만히 바닥에 누웠다.
천장의 패턴 무늬를 세어보다 멍하니 료헤이가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본다. 이번에도 그는 이 곳에 들어올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럼 스이소우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봐야할 것이다. 그에게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주고, 따뜻한 차를 하나 준비한다. 네가 좋아하는 재질의 이불을 깔아둔 침대를 내어준 뒤 불을 꺼줄 것이다. 연속되지 않은 기억과 단편적인 감정 속에서 스이소우는 더 이상 그의 무엇도 아니게 됐을테니 당연한 일이다.
“스이소우가 그대를 구하게 해줘.”
맨바닥에 얌전히 누워 손을 배에 올려 깍지를 꼈다. 스이소우는 지금 이렇게 누워있는 동안 구하지 못할 사람의 수를 생각해본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구하는 사람의 수, 건진 금붕어의 마리 수와…
목숨에 경중이 있을 리 없지만 스이소우는 그날만큼은 변명을 해본다. 그는 뛰어난 주술사이고 수많은 주저사를 잡아 비술사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구원도 분명 가치있을 것이 아닐 수 없다.
“스이소우가 이번에도 그대를 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구원받아야 하지, 나는...”
초침이 돌 때마다 심장소리처럼 째깍, 째깍, 째깍. 하고 규칙적인 소리가 들린다.
언제 멈출지 모를 위태로운 소리처럼 들려 결국 그녀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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