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작가는 스완소녀의 글을 쓴다

질서와 변화

만약 속죄하며 구원받는 삶을 살게 된다면


비슈누가 잠들면 모든 탄생이 멈추며 파괴의 신, ‘시바’가 태어난다.

반대로 비슈누가 잠에서 깨어나면 창조의 신, ‘브라마’가 배꼽의 연꽃 송이 위에 자리잡는다.

비슈누는 변화와 질서를 관장하는 신이다.

결국 모든 현상은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는 온 세상이 살아있는 지옥 같았다. 기억을 통째로 도려낼까 고민할 정도로 매일매일 끔찍하게 고통스러웠다. 새벽에 깨어나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는 일이 자주 있었다.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악몽을 꿨을거란 추측만 했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서늘했다.

한참동안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느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나는 그제야 괴성을 멈춘다. 그 사람은 침대맡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챡,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언가 빨아들이는 스읍, 하는 숨소리 한 번.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끝에 그가 둥글게 말린 종잇대 하나를 물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궐련담배를 한 번 빨아들이고 눈 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숨을 쉴수록 마음이 점점 편해진다. 

소년은 어둠 속에 잠긴 붉은 색 눈을 깜박이며 날 바라보다 더 자, 하고 말하며 담배를 거둬갔다. 

그가 항상 와줬나?

모르겠다.

그 시절이 꼭 밀가루 반죽처럼 떨어져 나간 것 같다.

분명 소중한 기억이었을텐데.



나는 지금껏 스이소우라는 수초에 함께 몸을 숨겨왔던 당신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킷사텐은 수조의 역할을 겸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느 곳보다 폐쇄적이며 안락한 공간이 되었다.

물고기를 숨기는 수초와 가두는 수조.

당신의 말대로 언젠가 고인 물은 썩을 것이다.

시든 수초 속에 언제고 몸을 숨길 순 없다.

하지만 파괴는 창조를 겸하는 법이다.

죽지만 않는다면 안락한 수조 밖으로 나가 처음 마주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 않던가.

 

“...그런데 룟군은 왜 그 곳에 없을 것처럼 말해?”

 

나는 말을 멈추고 잠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짧은 정적 끝에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한다면, 그곳에 룟군도 있을거라고 약속해.”

 

나는 네게 새끼 손가락을 건네었다.

바보같지만 아직 이런 약속을 믿는다. 어겨도 바늘 백개를 먹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킹교는 영원히 낯선 우주를 떠돌게 될거야...”

 

만약 속죄하며 구원받는 삶을 살게 된다면 나는 가장 먼저 당신을 구하고 싶다.

그건 나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로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는 세상 속에서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려 하는 내가 있다면

자연히 너도 이 악몽 속에서 함께 나와야한다.


세상 어디에 홀로 변화하는 것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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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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