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유료

[하데아노] 사랑은 토론으로부터

20.12.18 작업 완료

※ 공백미포함 2,368자.

※ 2020.12.18. 작업 완료

※ 드림요소가 다분하며, '그 사람'의 설정 묘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 파이널판타지14 칠흑의 반역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설정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랑은 토론으로부터

 

  

 

 

 

 

 

 

 

 

 

1.

 

“휴,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다면서.”

“아, 하데스. 응. 생각도 독창적이고 이래저래 배울 게 많은 친구거든.”

“네 입에서 독창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니 두려울 정도인데.”

“하하. 하지만 사실인 걸. 장담할게. 네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친구야.”

“뭐? 그게 무슨 소리-.”

“아, 여기야, 피네.”

 

피네라고 불린 이가 뒤를 돌았다. 그 순간 하데스는 휘틀로다이우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아버렸다. 휘날리는 흰 머리칼, 가면 아래로 보이는 푸른 눈동자,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혼의 색. 하데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휘틀로다이우스가 그를 툭 치며 킥킥 웃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이쪽은 피네, 이쪽은 하데스.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고,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가면 아래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 피네에게도 말했던 거지만, 하데스는 가끔씩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서……. …하데스, 하데스?

 

“-아, 미안. 뭐라고?”

“별일이네. 네 험담을 하는데도 가만히 있다니.”

“뭐?”

“내 혼의 색을 보고 있던 거야?”

 

처음 듣는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휴에게 들었어. 너도 혼의 색을 볼 수 있다며?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나 고와서, 하데스는 생각했다. 꽤 미성이구나.

 

“내 혼의 색은 무슨 색이냐 물어도, 대답할 수 없다고만 해. 너도 그래?”

 

피네가 못 믿는다는 눈으로 휘틀로다이우스를 보자, 그가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차마 표현할 수 없어. 무어라 칭하는 순간 네 색은 그렇게 격하될 거야.”

 

이런 색은 처음 봐.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그 황홀함에 취한 그가 웅얼거리듯 덧붙였다. 거 봐. 사실이래도. 휘틀로다이우스가 억울한 어조로 해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데스는 아직도 피네를, 정확히는 그 너머의 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시선을 돌리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것처럼. 가면 아래의 푸른 눈동자가 두어 번 깜빡거린 것 같더니 이내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네 잊지 못할 경험이 되어서 기뻐. 앞으로는 너의 기억에 함께 하고 싶은데… 허락해주겠어, 하데스?”

 

2.

 

정말이지, 그동안 어떻게 저런 존재를 모를 수가 있었지?! 하데스는 잔뜩 신이 나서는 손에 든 자료들을 살폈다. 휘틀로다이우스가 말했듯, 확실히 그는 혼의 색만큼이나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 생각이 어디로 튀는 건지 알 수 없는 엉뚱함도 지니긴 했지만 어쨌든. 휘틀로다이우스와 손잡고 같이 사고를 치는 덕에 뒷수습하는 내 일만 배는 더 많아졌지만 어쨌든.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가 했던 말이 맞았어.

 

“이제 온 거야, 하데스?”

 

피네가 웃었다. 하데스는 그의 웃는 얼굴이 좋았다. 비록 가면이 표정의 반 이상을 가려버리긴 하지만, 가면 아래의 눈동자도 곱게 접히는 것이. 그것이 보기 좋아서. 하데스가 마주 웃었다. 이유를 증명하려는 듯 손에 가득 든 서류를 보여주었다.

 

“미안, 자료를 찾느라고.”

“으와, 무슨 자료를 이렇게 많이 찾아온 거야?”

“토론을 준비할 때 자료조사는 기본 중에 기본이야, 피네.”

“그건 나도 알아? 내 말은, 그저 사교 목적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많이 자료를 찾아올 필요가 있었냐- 이거지.”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토론이 어디 있겠어.”

“정말 한 마디도 안 져.”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휘틀로다이우스가 얄밉게 웃었다. 평소의 하데스라면 가증스럽게 굴지 말라며 잔소리를 했겠지만, 오늘은 그의 말에 동의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중요하지 않은 토론은 없다. 특히 피네와 함께 하는 토론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와의 토론에서는 배울 게 많았다. 그와 같은 의견일 때도 있었고,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을 때도 있었고, 전혀 다른 방향의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톡톡 튀는 생각들은 전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도 해주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디는 느낌. 하데스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나저나 오늘의 토론 주제는 뭐야, 친구들?”

“불완전함은 그 자체로도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는가?”

“그것 참 흥미로운 주제인데. 그리고 피네는… 당연히 그렇다는 쪽이겠지?”

“물론이지.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운 걸.”

“하데스는… 아니라는 쪽?”

“응.”

“좋아. 오늘도 즐거운 방청이 될 거 같아.”

“휴는 이번에도 보기만 하는 거야?”

“응, 이게 내 적성에 맞아. 그렇지, 하데스.”

“저 녀석은 지켜보는 게 더 좋은 모양이더라고.”

“좋아, 그럼 오늘도 사회자를 부탁해, 휴.”

 

휴와의 토론도 즐겁기는 했으나… 그는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지켜보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서 하데스는 피네와의 토론 시간이 더욱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사소한 토론 하나라도 놓치기 싫을 정도로. 설령 의견의 합치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계속 토론을 진행하고 싶을 정도로….

 

“자… 그럼 토론을 시작할까?”

 

3.

 

“오늘도 유익한 토론이었어, 피네.”

“나야말로, 하데스. 네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어.”

“모든 완전함은 불완전함에서부터 나온다, 라. 그렇게도 볼 수 있었다니.”

“후후, 내 생각이 유별난 건 하루이틀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스럽다는 것도 그렇고.”

“어머. 나는 너희들도 사랑해. 나는 그냥 모두를 사랑할 뿐이야. 너희가 보는 사람들이라면 알 거야. 저마다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것도 그러네. 확실히, 아름다운 풍경이긴 하지.”

 

하데스는 개중에서도 네가 제일 아름답다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언제부터였지. 그리고 눈치 빠른 휘틀로다이우스는 그걸 놓칠 리 없었다.

 

“하데스, 뭐 말하려 했어?”

“…아니, 아무것도.”

 

…어라. 언제부터였지?

 

4.

 

하데스는 깨닫고 만다. 어느 사이엔가 혼의 색 뿐만 아니라, 피네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런 거였나. 의견의 일치가 전혀 이루어지지도 않는데도 계속 토론하고 싶어 하던 것은. 하지만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친구들에게 느끼는 호감과 다른 점은 또 무엇인가? 하데스로서는 알 수 없었다. 이 감정에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지. 하고 웃는 피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래는 드림주인 피네의 설정 비화 및 휘틀피네하데의 개인적 캐해석입니다. 구매하지 않으셔도 이해엔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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