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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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컾 로그 / 도윤주원 / 홈마X배우 AU

HHY의 수집함 by H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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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은 제게 주어진 출입카드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이주원 담당 포토그래퍼 서도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저 홈마였는데… 출입카드를 찍고 엘리베이터를 탔음에도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료 팬덤에게 제공될 사진을 위해 포토그래퍼를 찾던 중, 주원이 직접 홈마인 자신을 추천했다는 이야기는 계약서를 쓸 때 들었다. 이게 무슨 꿈같은 이야기힐까. 믿기지 않으면서도 첫 스케줄 동행 전 주원을 만나러 가는 지금 입꼬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소란을 피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채 몇번 눈이 마주친적은 있었지만, 팬미팅때 간단한 대화를 나눈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그것도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다니. 도윤은 사실 이 모든게 꿈이 아닐까 싶었지만 무겁게 네 어깨를 짓누르는 카메라 가방이 이건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부상으로 은퇴하고 병원에 누워서 처음 주원이 나온 드라마를 본게 엊그제같은데….

과도한 연습으로 인한 어깨 부상으로 은퇴를 하게 되었을 때, 재활을 하며 주원의 드라마를 봤었다. 처음에는 주원이 연기한 그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데 주원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다보니 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고, 재활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팬클럽 활동과 홈마를 시작해 찍덕이 되었다. 수영을 잃은 자리에 주원을 향한 덕심을 채워넣어 생활한게 지난 3년. 덕질은 덕질로 끝날 뿐 이렇게 주원과 함께 일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도윤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도착을 알리는 기계음이 울리고 멀리 보이는 제 2 회의실에는 익숙한 뒷모습이 앉아 있었다. 혼자 있음에도 잃지 않는 고고함. 주원은 황제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왕 역할에 캐스팅 된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고고하고 위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멍하니 주원의 뒷모습을 보던 도윤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원이 있는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쿵쿵. 빠르게 뛰는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고 문고리를 쥔 손에는 땀이 났다. 팬미팅때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 자신이 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뒤돌아본 주원의 모습에서 도윤은 후광을 보았다.

"처, 처,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이주원씨 담당 포토그래퍼가 된 서도윤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누가 봐도 행복해 죽겠다는 얼굴의 도윤을 본 주원은 작게 소리내어 웃고는 도윤에게 악수를 청했다.

"잘부탁드립니다. 배우 이주원이라고 합니다. 제 홈마셨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이 추천했으면서 모르는척 시치미를 떼는 주원을 눈치챌 정도로 도윤은 여유롭지 못했다. 인생 최애가 눈앞에 있는데 그정도 위화감이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빠르게 악수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도윤은 카메라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대답했다.

"ㄴ. 네. 몽블랑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습니다. 홈마 계정은 계약서에 사인한대로 정리했구요. 아, 그… 몽블랑이라고 한 이유는 저희집 강아지 이름이 몽블랑이어서에요. 제가… 그… 자기 모에화를 한게… … 아니라."

점점 기어가는 목소리로 할 말은 다 하는 도윤을 보며 주원은 계속해서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자신을 따라다녔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주원이 보는 도윤은 지금 마치 첫사랑을 하는 사춘기 아이처럼 순진하고 순수해보였다. 이 뒤로도 주원이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려하면 도윤은 죄다 넘어갔고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주원을 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사랑한다 말할듯한 눈빛인데 말하지 않으니 그게 또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 주원은 촬영을 갈 때가지 그렇게 한참 도윤을 놀렸다.

둘의 첫 동반 스케줄은 드라마 촬영이었다. 이미 수십대의 카메라가 있는 환경이었지만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유료 팬덤에 제공될 사진을 찍을 카메라는 도윤의 것 한 대 뿐이었다. 주원에게 지급된 밴의 뒷자리, 주원의 옆에 앉은 도윤은 카메라를 들고 대본을 확인하는 주원의 사진을 찍었다. 셔터음이 들리자 궁금하다는듯 고개를 돌린 주원에게 도윤은 사진을 확인시켜주었다. 차 안이라 흔들리는데다 주원의 취향대로 약간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나왔을 법도 한데 도윤의 사진 속 주원은 한 송이 백합마냥 고결하게 대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대본을 보느라 반쯤 감긴 눈에는 속눈썹이 그림자져있는게 보일 정도로 도윤의 카메라는 화질이 좋았다.

"여러번 찍혔지만 사진이라는건 참 신기하네요."

짧게 감상을 남긴 주원은 다시 대본을 확인했고, 도윤 역시 나온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메라 장비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사진 촬영은 드라마 촬영장에 가서도 이어졌다. 홈마 출신답게 셔터음이 방해되지 않기 위해 꽤 멀리서 사진을 찍었음에도 사진은 한결같이 고화질로 나왔다. 게다가 주원을 향한 도윤의 애정까지 더해져 드라마의 한 장면장면보다 더 예쁘게 사진이 찍혔다.

도윤은 홈마로 활동할 때 검은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우뚝 솓아 카메라를 들고 찍는 도윤을 주원은 늘 궁금해했다. 저 남자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저렇게 꽁꽁 싸메고 자신을 쫒아 다니는걸까. 팬서비스나 팬관리에 소홀한 자신인데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따라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끼던차, 유료 팬덤에 제공될 사진을 찍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관계자에게 슬쩍 도윤을 추천했었다. 홈마중에 엄청 건장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어떠냐면서. 도윤(몽블랑)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던 소속사는 꽤 괜찮은 생각이라며 도윤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주원에게 주었고, 또 언제나처럼 주원을 촬영하고 있는 도윤을 불러 계약을 제안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쫒아오던 홈마가 전직 수영선수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원은 꽤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아무리 스포트에 관심이 없는 주원이라도 도윤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도윤이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로 세계 신기록 경신은 늘 도윤이 했으니까. 심지어 지금가지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고, 도윤은 가장 많은 신기록을 보유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 홈마가 도윤이었다니. 그제서야 주원은 왜 도윤이 그토록 꽁꽁 싸메며 홈마 활동을 했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그렇게 쫒아다니면서도 칼같이 사생활은 침범하지 않는지도. 아마 본인도 많은 사생팬이 있었겠지. 그렇기에 그 선을 잘 지킬 수 있었을거다. 그래서 주원은 도윤이 자신과 함께 일해도 선은 확실하게 지키며 냉정하게 포토그래퍼로만 행동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토록 순수하게 자신의 감정을 다 감추지 못하는 사람일 줄이야.

스케줄이 끝나자 칼같이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는 도윤에게 주원은 슬며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출근길은 촬영하더니 퇴근길은 촬영 안해요?"

귀신이라도 나타난듯 흠칫 놀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도윤을 보며 주원은 역시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출근길부터는 일하는 순간이지만 퇴근길부터는 사생활이니까요."

그리고 부끄러워 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면서도 또박또박 답하는 도윤을 보며 역시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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