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가

센가01

황승

🍮 by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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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말투, 캐해 주의! 아직 부족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다음편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고, 언제 이 글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정할 게 보이면 수정합니다.

"그 정도면 됐어."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사방에서 타오르는 불길에도 아랑곳 않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남자만을 바라보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승민아."

승민이라 불린 남자는 가까운 거리가 되자 곧바로 남자의 품에 안겨들었다.

마치 그를 감싸고 있는 화염처럼 붉었던 남자의 눈동자가 차츰 짙어졌다.

본래의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한 후에야 승민은 그의 어깨를 살짝 밀어 멀어지려 했다.

"고생했어, 현진, 아!"

승민은 곧바로 다시 품에 안겼다. 현진이 멋대로 그를 다시 안은 탓이었다.

"또냐."

"아직 부족해서 그런 거야."

승민은 퉁명하게 대하면서도 아무 저항 없이 그에게 안겨있었다.

“너는 무슨 가이딩이 이렇게나 필요해? 다른 센티넬들은 조금만 해도 괜찮아지던데.”

“…나랑 다르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불편해?"

안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승민을 위협하기 위함은 아니었고, 승민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현진은 지금 긴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승민은 손을 들어 현진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긴장한 몸에 힘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졌다.

"아니."

승민도 알고 있다. 만약 이대로 현진을 밀어내도 그는 순순히 밀려준다는 것을. 가이딩이 필요하면서도 승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참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승민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현진이 어려운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승민은 현진의 전속 가이드였기 때문이었다. 가이드가 제 센티넬에게 해주는 가이딩이 뭐가 어려울까.

다만 그럼에도 굳이 투덜댄 이유는…조금은 낯간지러우니까. 현진과 승민은 전속 센티넬과 가이드라는 딱딱한 관계로 정의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묶였다면 이건 그저 공적인 일일뿐이니 낯간지러울 것도 없었을 거였다.

현진과 승민은 꽤나 오랫동안 알고 지냈었다. 센티넬과 가이드로서 만난 사이는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어릴 때 각성한 둘은 비슷한 시기에 센터에 들어와 같이 교육을 받았었다. 거기다 검사 결과 파장까지 잘 맞는 둘이었으니 더욱 가까워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가족과 떨어져 들어오게 된 센터에 다행히 있었던 처지마저 비슷한 또래 친구였으니 현진도 승민도 서로의 존재가 매우 크게 느껴졌었다. 지금이야 다른 지인, 친구, 동료들도 많이 생겼지만, 그때는 서로가 유일했었고, 늘 함께했었다.

물론 20대가 된 지금도 서로가 소중한 건 여전했다. 현진도 승민도 그렇게 생각함은 틀림없다.

승민의 허리춤에 있던 손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이번에는 목을 쓰다듬었다. 정확히는 화상 흉터가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더듬던 손은 금세 손이 아닌 입술로 바뀌어 닿았다.

현진이 그 부위에 입을 맞출 때면 승민은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지만 그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그만의 반성의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승민은 늘 현진에게 말했었다.

네 잘못이 아니며, 난 살아있고, 그러니 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황현진 성격에 그걸 받아들이긴 어려웠는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늘 이랬다.

단 한 번도 포옹 이상을 한 적이 없던, 심지어 가이딩을 할 때조차, 현진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지만, 저보다 더 절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현진을 알아서 승민은 가만히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뒀다.

도무지 무뎌지지 않는지 현진은 늘 미안해했고, 승민은 늘 괜찮다고 해주었다.

그날 이후 센티넬인 황현진은 가이드인 김승민을 늘 걱정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기도 했고……, 그게 아니어도 주위 센티넬들을 보면 항상 제 가이드들을 걱정했다. 센티넬끼리는 능력에 차이가 있지만, 신체 능력 면에서는 아무리 모자란 센티넬이어도 일반인보다 뛰어났으니 일반인과 다를 것 없는 가이드를 걱정하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한번 감성에 젖은 현진은 쉽게 빠져나오지 않을 테니 승민은 그냥 편하게 현진에게 기대며 눈을 감았다. 불을 능력으로 쓰는 놈답게 품은 매우 따스했다.

승민은 알까.

울고 있는 절 보며 달래주던 그 작고 고운 손을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다.

활활 타오르는 사방은 불꽃 때문에 밝았지만, 어두웠다. 어디로도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사방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시체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그마저도 타서 재가 되거나 새까매진지 오래되었다.

일을 저질렀다는 당혹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 이대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현진의 불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불길은 거세졌다. 이미 두려움에 잠식 당한 현진의 이성은 이걸 인지하지 못했다. 능력을 제어해야겠단 생각 역시 당연히 들지 않았었다.

그때 승민이 나타났다. 그 깜깜한 불꽃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현진은 놀란 눈으로 승민을 쳐다봤다.

승민은 그런 현진을 보고 서슴없이 다가왔다.

다가온 승민은 현진의 손을 맞잡았다.

가이딩을 받자 아까보단 이성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한 번 타오른 감정들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승민도 그걸 느꼈는지 잠시 고민하더니 입술을 뗐다.

"괜찮아.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

"우린 아직 어리잖아. 실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더 연습하면 돼."

하지만…….

현진의 시선이 승민의 뒤에 닿았다.

그런 현진을 따라 승민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승민은 현진을 찾았다는 생각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까만 덩어리들을 보고 당혹감이 서렸으나 잡고 있던 현진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원래 잡으려고 했던 놈들인걸."

손끝에서 전해오는 승민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

그게 시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지금 상황이나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승민은 현진을 향해 살짝 웃어주었다. 현진이 안심할 수 있도록.

그 얼굴을 마주하자 거짓말처럼 불길이 점점 가라앉았다.

현진은 그날 결심했다. 평생 이 가이드와 함께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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